입은 거칠었고 내용은 독하고 매웠다. 듣기 거북한 막말과 욕설도 폭포수처럼 거침이 없었다.

지난 26일 ‘벌레소년’이라는 이름으로 유튜브에 올린 ‘평창유감’ 노래 가사가 그랬다.

정제되지 않은 날선 용어로 문재인정부를 향해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2030 젊은이’로만 알려진 ‘벌레소년’은 언론인터뷰를 통해 “남북 단일팀 문제 등 북에 속절없이 끌려 다니는 정부의 굴욕적 행태를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음악작업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가사 내용은 자극적이고 직설적이었다.

‘지 맘대로 단일팀 강요’, ‘평화올림픽 검색어 올리기’, ‘최저임금 올리기’, ‘태극기 내리고 한반도기 올리기’, ‘메달 권 아니면 북한이 먼저’, ‘북한에 퍼주기’, ‘대체 왜 북한에 쩔쩔 맵니까’, ‘대체 왜 북한이 더 당당 합니까’, ‘전 세계가 비웃는 평양올림픽 난 싫어’ 등등 정부 방침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었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워야 한다’면서도 이와는 거리가 먼 행보를 하는 문재인 정부의 이중성을 날카롭게 정조준 했다.

‘벌레 소년’의 ‘평창유감’은 일주 일만에 유튜브 조회수 100만 건을 돌파했다. 네이버 검색 실시간 순위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한 젊은 무명 래퍼의 자작곡이 단기간에 이처럼 뜨거운 반응과 관심을 일으키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터였다.

‘상실의 시대를 살아가는 ‘2030 젊은 층’의 사회적 불만과 분노가 ‘평창 유감’의 가사 속에 이입됐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없지 않다.

‘2030대’는 현재 청와대를 포함 권력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급진적 운동권 출신 기성세대인 ‘50~60대’를 겨냥해 ‘꼰대 세대’로 비판하고 있다는 말도 있다.

그들의 가식과 위선에 질리고 탐욕과 이기심에 눌려, 누려야 할 젊은이들의 잠재력과 소중한 가치가 주눅 들 수밖에 없고 경제적으로 억압받고 있다는 박탈감이 ‘평창유감’에 녹아 있다는 해석이다.

빈부 격차와 사회 양극화의 밑바닥에서 돈도 없고 배경도 없고 꿈도 잃어버린 ‘흙 수저’ ‘2030대’의 이유 있는 분노가 최근 정부의 대북 대화 구걸 과정을 보고 들으면서 표출됐다는 시각이다.

‘50~60꼰대’를 향한 ‘2030 젊은이들’의 반란인 셈이다.

그렇지 않아도 여자 아이스하키 팀 구성과정, 북의 예술단. 금강산 공연, 마식령스키장 훈련 문제 등 정부의 대북 저자세가 국민 일각의 공분을 부른 바 있다.

특히 금강산 문화 공연 일방 취소 등 ‘제멋대로 조치’에 속절없이 끌려 다니는 비겁한 행태에 대한 비판도 거칠었다.

올림픽 개최국으로서 무슨 국기를 쓸지 말지에 북한 눈치나 보는 한심한 작태가 많은 이들의 자존심을 구기기도 했다.

마식령 스키장을 가는 한국 선수 유니폼에는 태극마크가 빠졌고 북쪽 선수들은 가슴에 버젓이 인공기마크를 새겨 남한을 방문했다.

현송월 북한 삼지연관현악단장 등 일행의 방문에 보여준 상전 모시 듯한 과잉의전에 대해서도 시선은 곱지가 않았다.

북에 대한 아량인지, 아양인지, 어림잡을 수 없는 여간 헷갈리는 의전행사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평창 올림픽이 아니고 평양 올림픽’이라는 비아냥거림에 공감하는 쪽도 많았다.

‘평창 동계 올림픽이 아니고 남북 동계 친선경기가 되고 있다’는 허탈한 반응도 속상하다.

북에 고개 숙이고 미국에 눈치 보며 아슬아슬 ‘대화 곡예’를 하는 정부의 행보는 불안하고 안쓰럽기만 하다.

평창동계올림픽을 ‘평화의 제전’으로 꽃 피우겠다는 정부의 눈물겨운 노력을 모르는 바 아니다.

올림픽은 성공적으로 끝나야 하고 그래야 마땅한 일이다.

각고의 노력으로 진행하는 정부의 남북대화가 북미 대화를 견인하고 이것이 북핵 해결의 실마리로 작용하여 한반도 평화의 길잡이가 된다면 ‘평창은 평화의 성지’로 청사(靑史)에 기록될 것임에 틀림없다.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국가적 위신과 품격, 자존심은 내다버려서는 아니 되는 것이다.

‘목욕물을 버리면서 아기까지 버리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자’는 것이다.

그래야 국민적 컨센서스가 형성되는 것이다. 국민을 배제한 ‘그들만의 잔치’로는 평화를 노래할 수가 없다.

남북대화나 한미 협력이나 공조 과정에서 여권 일각의 한심하고 그릇된 시각 교정이 필요한 이유이기도하다.

예를 들면 이러한 것들이다.

한국은 평창올림픽을 앞둬 이미 계획되었던 한미 합동 군사훈련을 연기 했다.

그런데 북은 되레 일정까지 바꿔가며 올림픽 전날 대규모 열병식을 치르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이는 사실상 평창올림픽에 찬물을 끼얹는 군사퍼레이드다. 정부는 신형 무기 등을 과시하며 긴장감을 부를 것이 뻔한 북의 열병식 자제나 연기를 요구해야 마땅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권 일각에서는 “열병식은 북으로서는 자랑스러운 전시 행사‘라고 한다.

“옆집 잔치 가기 전날 자기네 칠순잔치하고 오는 셈으로 하고 오라고해도 된다”는 어이없는 발언이 서슴지 않고 나오고 있다.

“미국이나 한국이 볼 때는 위협적일 수 있지만 그쪽에서는 자랑스러운 일정의 전시행사”라는 것이다.

“북이 평창에서 체제선전을 하더라도 놔두자”는 대통령 특보도 있다.

북이 하는 일은 무조건 옳고 그들의 말에는 고분고분 속수무책으로 끌려 다니는 정부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여간 씁쓸하지가 않다.

‘평창올림픽’ 이후 북한 리스크 관리에 대한 정부 대응과 관련, 우려와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집권세력의 편향적이고 이념적 사고방식에 대한 시각교정이 필요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벌레소년’의 ‘평창 유감’은 그래서 최근의 이 같은 정부 행태에 대한 ‘2030의 분노에 찬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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