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올림픽을 알고 있습니다." 피겨 스케이팅 쇼트프로그램을 1위로 마친 하뉴 유즈루(24) 선수의 자신에 넘치는 기자회견이었다. 다르게 보면 약간 오만에 찬 발언으로 들릴지 모른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알고 있다는 올림픽에서 "평창의 기적"을 이르켰다. 프리 스케이팅에서도 압도적인 연기 속에 1위를 차지하여 소치 올림픽에 이은 2연패를 달성했다.

남자 피겨 스케이팅의 66년만의 쾌거였다. 1만 2천석의 경기장에는 일본인 응원단이 넘쳐흘렸지만 모두가 그의 압권의 연기를 마친 후의 기립 박수는 또 하나의 감동을 안겨주었다.

일본에서는 남자 피겨 스케이팅의 결과 기사를 석간에 실리기 위해서 각 신문사가 "오늘의 석간 발행은 늦어 지겠습니다."라는 조간의 광고 속에 양해를 구하고 발행했다.

요미우리신문은 호외 50만부를 발행해서 배부했으며 다른 신문사들도 호외를 발행했다. 피겨 스케이팅만이 아니고 <동계올림픽 전설>이 되버린 하뉴 선수에 대한 자랑이고 긍지였다.

하뉴 선수의 우승으로 일본열도가 휘청거리는 환희와 감동의 물결은 당연하지만 경기를 마치고 우승이 결정된 후, 한국 메스컴의 찬양은 필자에게 새로운 감동을 불러이르켰다.

조선일보 인터넷 기사는 <피겨킹>이라는 수식어를 사용했고 중앙일보는 <피겨의 왕자, 황제로 등극. 대관식>이라는 표현으로 축복하고 있었다. 66년만에 이룬 업적에 대한 솔직한 경의였다.

일본 매스컴에서는 하뉴 선수에 대한 세계 각국의 외신 보도라면서 이러한 기사들을 소개했다. 17일 저녁 7시에 방영된 NHK TV에서는 한국의 젊은 여성팬이 울면서 축복하는 화면까지 보여주었다.

4년 전 소치 올림픽에서 한국인들은 잊지 못할 비애를 맛봐야 했다. 김연아 선수의 은메달 판정에 대한 분노였다. <도둑 맞은 금메달>, <소치의 비극> 등의 수식어로 우리 마음을 달랬다.

한국인들이 갖고 있는 소치 올림픽은 다른 한국 선수들의 분투에도 불구하고 올림픽 2연패를 빼앗긴 김연아 선수의 비극을 <한국의 비극>으로 아직도 마음에 새기고 있다.  

지난 해,올림픽 3개월을 앞둔 일본 국내 시합의 연습에서 부상을 당한 하뉴 선수의 뉴스는 일본인들을 실망의 늪으로 빠트렸다.

그의 2연패 달성이 평창 올림픽의 최대 관심사였는데 그 꿈이 허물어지는 충격적인 부상이었다. 그후 그는 평창 올림픽 출전을 위해 치료에 전념한다면서 매스컴 관심사에서 사라졌다.

하뉴 선수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이 올림픽 참가를 위해 인천 공항에 드러서는 것이 부상 후 처음이었다. 배일에 쌓였던 그의 모습에 일본 국민들은 환호 속에서도 불안감이 감돌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해냈다. 평창 올림픽에서 66년만의 올림픽 2연패라는 쾌거는 이 전설적인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평창 올림픽>이라는 고유명사가 쌍동이처럼 함께 등장할 것이다.

한국인이 기억하고 있는 소치 올림픽은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은 <소치의 비극>일런지 몰라도 앞으로 일본인들이 기억하는 평창 올림픽은 <평창의 기적>으로서 뇌리에 새겨질 것이다.

평창 올림픽에서 일본 선수가 17일 현재 획득한 9개의 메달 수는 외국에서 개최된 동계올림픽에서는 가장 많다. 소치 올림픽에서 8개이고 일본 국내 개최 때는 나가노 올픽림 때가 10개였다.

아직도 경기가 남았으니까 나가노 올림픽의 메달 수를 능가할지 모른다. 일본 선수들의 이러한 활약은 일본인들이 갖고 있는 평창 올림픽에 대한 부가가치를 앞으로 한층 더 높혀 줄것이다. 

또 하나 부언한다면 마지막까지 평창 올림픽 개회식 참가 여부를 놓고 저울질 하던 아베 수상은 하뉴 선수를 비롯한 일본 선수들의 선전에 참가해서 좋았다고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을지 모른다.

일본에는 1977년에 제정된 <국민영예상>이라는 제도가 있다. 일본인이 각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남기고 국민의 공감대를 얻으면 수여하는 상이다.

지금까지 25명의 수상자와 1개 단체가 있다. 평창 올림픽이 끝나면 하뉴 유즈루 선수도 국민영예상을 수여한다는 여론이 나올 것이라고 필자는 확신한다.

그리고 17일 저녁 5시 반부터는 <보도특집>이라는 방송 속에 또 하나의 평창 TV방송이 있었다.

<평창 올림픽>과 맞물린 올림픽 이후의 남북한 관계를 조명하고 있었다. 

50여년 전에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하고 북한 간첩에 의해 살해 당한 이승복 군에 대한 내용과 1986년의 <평화의 댐>에 대한 다큐멘터리 방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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