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은 생소 했다. 많은 사람들은 “듣도 보도 못했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인기몰이 스타가 됐다. 평창 동계올림픽 최대 화제의 주인공이다.

이름 하여 ‘컬링(Curling)'. 빙판에서 돌을 굴리는 경기다.

길이 45.720m, 너비 5m 규격의 얼음판에서 둘레 91cm, 높이 11cm, 무게 20kg 정도의 ‘요강단지(?)’ 모양의 스톤을 표적(하우스) 중앙 가까이 붙여 점수를 따내는 경기다.

여기서 한국 여자 컬링 대표 팀의 다섯 낭자가 경기분위기를 압도 했다.

세계 최강 팀을 차례로 무너뜨리며 은메달을 거머쥐었던 것이다.

김은정(스킵), 김영미(리드), 김선영(세컨드), 김경애(서드), 김초희(팝스) 등 다섯 명 선수로 구성됐다.

김민정 감독까지 포함하면 감독과 선수 모두가 김씨 성을 가진 독특한 팀 컬러다.

‘팀 킴’ 또는 ‘킴 시스터즈’라는 애칭이 나오는 연유다.

김초희(경기도) 선수를 뺀 나머지 선수 4명이 경북 의성 여중고 출신이다. 모두 친구나 자매 관계다.

그러기에 인구 5만여 명의 의성군은 난리가 났다. 온통 들썩이고 있다.

국내는 물론 해외 언론으로부터도 조명을 받는 고장이 되었기 때문이다.

뽐내고 싶고 어깨가 으쓱거릴 만하다.

이러한 국내외적 스포트라이트는 톡톡 튀었던 밝고 쾌활한 경기 스타일에서 비롯되었다 해도 지나침이 없다.

시합 중에 주장 김은정 선수가 내질렀던 ‘영미, 영미’는 단숨에 유행어가 되어 버렸다.

‘영미’는 김은정 선수의 절친 김영미 선수 이름이다. 그러나 경기에서의 ‘영미야 영미야’는 음색(音色)이나 음량(音量)의 고저장단(高低長短)에 따라 스톤의 위치나 방향, 스위핑(빗질)의 빠르고 느리기를 조절하라는 주문이었다.

주장의 마법 주문과 헝클어짐 없는 팀워크가 보는 이들을 즐겁게 했고 행복하게 했다.

출발 드로우는 산뜻하고 상쾌했다. 내지르는 “영미야 영미야” 소리는 유쾌했다. 다른 팀의 스톤을 밀어내고 얻는 점수는 통쾌했다.

특히 일본과의 준결승 연장전에서 보여준 김은정 선수의 마지막 드로우 샷은 신의 한 수였다. 보는 이들의 엔도르핀을 솟구치게 했다.

일본과 예선전에서 당했던 1패의 한을 한방에 설욕한 회심의 카드였다.

제이디 린드 여자 컬링 일본 대표 팀 감독도 “준결승에서 한국 팀은 두려운 경기를 보였다“고 했다.

김은정의 경기 최종 투구에는 “놀라웠다. 실현하기 매우 힘든 멋진 샷을 구사했다”고 칭찬했다.

팀워크의 땀과 열정을 쏟아 엮어낸 감동과 환희의 동계올림픽 최고 선물이었다.

이로 인해 인터넷 상에서는 ‘컬링 놀이’가 확산 되고 있다.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또 다른 볼거리 재미다.

로봇 청소기나 전기밥통, 냄비나 밥그릇 등을 컬링 스톤의 대용품으로 삼아 막대 걸레나 빗자루를 브롬(빙판을 문지르는 컬링 도구)으로 이용하는 ‘컬링 패러디’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여자 컬링 팀이 안겨준 즐거운 눈요기 감이다.

이러한 컬링 신드롬이 빤짝 관심으로만 끝나서는 곤란하다.

저변 확대를 위한 관심과 생활체육으로 키우기 위한 일련의 관계망 확충이 필요한 것이다.

국민들에게 감동과 기쁨을 안겨준 것은 컬링만이 아니었다.

한국 선수들은 이번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 금메달 5개, 은메달 8개, 동메달 4개 등 모두 17개의 메달을 획득했다.

하나하나가 땀과 눈물과 부단한 노력과 끈기의 결정체다.

메달을 따지 못했던 선수들의 흘린 땀과 눈물도 최선을 다했기에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모두가 승부에서는 치열했고 승복의 결과는 아름다웠다.

그들의 투혼을 기억하고 격려와 박수를 보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근대올림픽 창시자 피에르 드 쿠베르탱(1863~1937)은 “올림픽의 참 뜻은 승리가 아니라 참가하는 데 있다”고 했다.

‘인간의 성공을 결정짓는 척도는 그 사람이 승리자냐, 아니냐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어느 정도 노력하였는가에 달려 있다.

따라서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승리한다는 것이 아니라 정정 당당하게 최선을 다하는 일이다.‘

쿠베르탱이 선언했던 이러한 ‘올림픽 정신’은 바로 ‘인간의 완성과 세계 평화’였다.

어제(25일) 막을 내린 평창 동계 올림픽 대회가 이 같은 올림픽 정신에 얼마나 부합하고 기여했는지의 평가는 저마다의 시각이나 생각에 따라 다를 것이다.

토마스 바흐(64.독일) IOC 위원장은 “평창 올림픽은 동계 올림픽 수준을 새로운 차원으로 도약 시켰다”고 긍정 평가 했다.

통일부는 “북한 올림픽 참가로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토대가 마련됐다”고 했다.

통일부의 평가는 ‘다분히 자의적 자화자찬(自畵自讚)’이라는 비판도 없지 않다.

‘북한 올림픽 참가를 성공적 평화올림픽 개최에 기여했다거나 단절된 남북관계 복원이나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토대마련, 또는 남북간 이해와 협조를 통해 상호 신뢰가 제고 됐다“는 통일부자체 평가에 ”희망사항을 나열 한 것“이라는 반론이 그렇다.

‘북에 끌려 다니는 대화 구걸, 북한의 선전선동 무대 제공, 남남갈등을 유발하는 북고위 대표단 방남’ 등이라는 비판이 그것이다.

평창 올림픽 평가에 대한 긍정적 측면이나 부정적 측면에 대한 평가는 ‘평창 이후 관리’에 따라 변할 수 있는 것이다.

당장 ‘옳다’거나 ‘그르다’로 잘라 말할 수 있는 성질이 아닌 것이다.

최대 변수는 북의 김영철 등 방남 이후의 남남갈등과 남북 관계 전개 상황, 북미 대화 여부 등 관계 진행여부에 달려 있다.

그러나 일반 국민의 입장에서는 솔직히 이러한 한반도의 정치적 변수보다는 우선 감동과 즐거움을 줬던 “영미야, 영미야” 등 올림픽 경기의 감동과 즐거운 추억이 더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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