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이민호 학생이 현장실습 중 재해사고로 세상을 떠난지 100일이 되었지만, 정부당국과 제주도교육청의 대책은 여전히 답보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故) 이민호 군의 유족과 현장실습고등학생 사망에 따른 제주지역공동대책위가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100일간의 경과를 알리고 있다.@제주투데이

'현장실습고등학생 사망에 따른 제주지역공동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26일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민호 군 사망 100일을 맞아 그간 경과상황을 알렸다.

◎조사결과는 차일피일...책임에 대한 언급 없어

지난 12월 고용노동부와 교육부는 현장실습 사고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합동조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에 대한 결과 발표는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대책위와 유족들은 이에 대한 조사 결과를 물었지만 기다려달라는 답변만 돌아오고 있다는 것. 

또한 유가족과 대책위는 제주도교육청 청사 화단에 추모비 설치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도교육청은 교육청 청사에는 설치가 어려우며, 이민호 학생이 다녔던 ㅅ고등학교나 탐라교육원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제이크리에이션의 과실치사와 근로기준법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에 대한 사항에 대한 검찰조사도 차일피일 늦어지고 있었다. 유가족과 대책위는 지난해 11월 30일 제이크리에이션에 대해 고소 및 고발장을 접수했다. 그 결과 지난 12월 12일 고용노동부에서 1차 조사가 진행된 이후 12월 29일 산업안전과 산업재해 부분에 대해서만 검찰로 송치된 상태다.

하지만 근로기준법 위반에 대해서는 고용노동부에사 명확한 결론을 내지 않아 현재까지 검찰에 송치되지 않은 상태라고 대책위는 전했다. 대책위측은 "여러차례 고용노동부에 연락을 시도했지만 기다려달라는 답변만 되풀이 하고 있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고(故) 이민호 군의 유족과 현장실습고등학생 사망에 따른 제주지역공동대책위가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100일간의 경과를 알리고 있다.@제주투데이

◎조사과정에서 서류 누락, 이민호 군 과실 여부도 언급

특히 대책위가 문제삼고 있는 것은 이민호군의 체불임금과 평균임금 정산 문제다. 

이민호 군은 현장실습할 당시 이 군이 다니던 ㅅ산업과학고등학교, 제이크리에이션과 함께 '현장실습표준협약서'(이하 표준협약서)를 체결했으며, 이후 제이크리에이션과 '근로계약서'를 따로 체결했다. '현장실습표준협약서'에 따르면 이 군은 하루 7시간(주 35시간), 주 2회 휴일을 부여해야 하고 야간근무가 전면 금지된다. 만약 야간이나 연장·휴일 근무를 불가피하게 하는 경우 각종 법정 가산수당이 지급돼야 한다. 반면 제이크리에이션과 별도로 체결한 '근로계약서'에 따르면 이군은 주 40시간을 일하도록 돼 있으며, 연장근로와 휴일 등에 대해서도 성인과 동일하게 취업규칙을 적용받고 있었다.

표준협약서가 기준이 되면 주 40시간은 연장근무가 되는 것이서 체불임금이 되며, 근로계약서가 기준이 되면 주 40시간 근무는 평상임금이 된다. 그러다보니 어떤 계약서에 따라 임금계산을 하느냐에 따라 이민호 군의 체불임금과 퇴직금 지급액,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상 유족급여가 결정된다. 이에 대책위는 당연히 현장실습 상에서 일어난 문제이기 때문에 표준협약서를 기준으로 임금계산이 이뤄져야 하며, 주 40시간은 연장근무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고용노동부는 표준협약서는 자신들의 관할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근로계약서를 기준으로 임금 산정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책위와 유가족들은 노동부에 항의하자, 광주지방고용노동청은 이 문제를 고용노동부 본부에 질의를 맡겼다고 알렸다. 하지만 대책위가 26일 오전에 확인해본 결과, 고용노동부에서는 표준협약서에 대한 내용은 전혀 모르고 있었으며, 근로계약서 상의 지급 문제에 대한 질의만 들어온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혜선 대책위 법률지원팀 노무사

이에 김혜선 대책위 법률지원팀 노무사는 "애초 이민호 군은 현장실습을 위해 공장에서 일했던 것이며, 만 18세 미만인 이민호 군이 성인과 똑같이 취급돼 근로계약서를 기준으로 계산한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대책위는 대책위의 주장과 다른 질의가 이뤄지고 있었다는 점과 2달 넘게 이 문제를 끌어왔던 점을 들어 노동부의 사과와 빠른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김혜선 노무사는 "이 문제 때문에 검찰 조사가 늦어지고 있으며, 근로복지공단에서도 유족급여 지급이 지연됐다"며 "현재 유족특별급여의 경우도 검찰 조사가 늦어지면서 노동부와 경찰 조사만으로 판단하고 있는데 계속 지연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근로복지공단에서 이민호 군의 사망사고 과정에서 고인의 고의 및 과실이 있었는지까지 다시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이 군의 사망사고가 100% 회사의 과실이라는 고용노동부의 입장과는 전혀 다른 행보여서 이 역시 논란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

◎공장 재가동에 유족 배제, "가족 있는 곳에서 직접 말했으면서..."

또한 제이크리에이션 공장 재가동과 관련해 광주지방고용노동청(이하 광주지청)의 입장 번복도 지적됐다. 

대책위는 "지난 12월 7일 공장 내 재해현장에서 제주근로개선지도센터소장이 직접 유가족과 대책위에게 재해현장과 작업중지 과정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공장 재가동 전에 유가족과 대책위에게 시정조치가 이뤄진 부분에 대한 설명을 진행한 후에 공장을 재가동하겠다고 약속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1월 이미 공장 가동이 이미 이뤄지고 있는 것을 뒤늦게 확인한 대책위는 센터 소장으로부터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들었다는 것. 대책위는 "센터소장이 그런 약속을 한적이 없다고 했다"며 "노동부 차원에서 판단했고 법적 문제가 없기 때문에 추가적으로 설명할 이유도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전했다.

▲고(故) 이민호 군의 유족과 현장실습고등학생 사망에 따른 제주지역공동대책위가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100일간의 경과를 알리고 있다.@제주투데이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민호 군의 부친도 "저만이 아니라 민호의 어머지와 형도 함께 있었다. 센터소장이 말하길 보건법에 위배되는 사항에 대해서 손을 완전히 해결됐을 때 저희에게 현장에서 설명할 수도 있고,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며 "앞에서 그렇게 말해놓고 나중에 공장이 가동되고 있길래 소장에게 전화를 하니 '보고해야 할 사안이 아니다. 유가족에게 왜 그것을 설명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전화를 끊어버리더라"고 말했다.

이 문제와 관련해 대책위와 유가족은 조만간 광주지청을 항의방문할 계획이었지만, 현재 고소 및 고발문제도 논의 중이어서 이를 뒤로 미뤘다. 대신 3월초 서울로 상경해 고용노동부 본부는 물론 청와대에 면담을 신청해 직접 항의할 방침을 정했다고 밝혔다.

▲▲고(故) 이민호 군의 유족과 현장실습고등학생 사망에 따른 제주지역공동대책위 관계자들이 이민호 군을 넋을 기리며 묵념을 하고 있다@제주투데이

◎"철저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대책 이뤄질 때까지 싸울 것"

한편, 대책위는 그간 제주도 특성화고 현장실습 운영제도의 변화를 위해 제주도교육청과 3차례의 협의를 해왔다. 그 결과 올해 현장실습 지침 개정시 중문고 보건관련 학과처럼 자격증 등의 이유를 제외하고는 파견형 현장실습을 전면 제한하는 방향성에 합의했다. 또한 교육청이 현장실습 지침과 매뉴얼을 개정할 경우 문구를 협의하기로 했다. 

또한 그간 부실하다는 지적이 많았던 현장실습업체 조사와 관련해서는 앞으로 노무사 등 전문가와 학생, 학부모가 공동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정하기로 했다.

이와 아울러 대책위는 ▲맞춤형 산업인력 양성프로그램 관련해 파견형 현장실습 내용 삭제, ▲직업교육발전위원회 설립, ▲제주도내 학교 현장실습 관련 가이드라인 작성, ▲취업축하 현수막 금지, ▲시도교육감협의회에 특성화고 취업일정을 12월 방학으로 요청할 것 등을 요구했다.

대책위는 "이번 기자회견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의 면담을 공식적으로 요청한다"며 "이번 사고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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