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평화재단에서 2월 23일 언론사에 보낸 보도자료.(사진=제주투데이)

지난달 23일 제주4·3평화재단에서 대학 새내기 역사교육을 시작한다며 보내온 보도자료는 당황스러웠다. 보도자료의 제목은 <‘청춘들의 4·3예찬’ 화해·상생 가치 되새긴다>. 4·3 피해 생존인들이 눈 뜨고 살아있는 현재, ‘4·3예찬’이라는 표현이라니.

제주4·3 70주년기념사업위원회 주최, 제주민예총 청소년4·3문화예술한마당 추진위원회 주관으로 진행될 예정인 청소년들의 4·3문화예술 한마당 <우리의 4·3은 푸르다>의 웹 포스터도 아쉽다. 제주민예총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온 웹 포스터에는 ‘친구랑 아이스크림 먹고 4·3축제’라는 문구가 선명하다. 이렇게 '예찬'의 대상으로, '축제'의 대상으로 간주되기도 하는 제주4·3은 주지하듯 올해 70주년이다.

다른 사안이었다면 “도민들을 실망케 하고 있다” 정도로 비판의 수위를 높여 기사를 작성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제주4·3 70주년을 한 달 남겨두고 있는 시점이다. 제주도 내외에서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는 4·3 70주년 관련 행사가 한 둘이 아니다. 유관 단체 관계자들이 어느 정도로 피로한 상황일지 짐작되고도 남는다. 제주4·3을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한 프로그램을 위한 고민을 거듭하고 있을 것이다.

제주민예총에서 만든 청소년4·3문화제 '우리의 4·3은 푸르다' 홍보 포스터.

한편, 제주4·3평화재단과 제주민예총의 상황은 조금 다르다. 제주4·3평화재단 기념사업팀은 직접 ‘청춘들의 4·3예찬’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만큼 유구무언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제주민예총 청소년4·3문화예술한마당 추진위원회는 청소년들이 자발적으로 직접 참여해 그들의 언어로 홍보물을 만들어냈다는 의미가 있다. 어떻게든 다른 또래 청소년들에게 제주4·3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청소년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시행착오를 겪고 잘못된 사항들을 파악하며 발 빠르게 고쳐나가는 것은 청소년들에게 주어진 재능이자 특권이다.

다만 문제의 근원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제주4·3에 대한 정명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은 아닐까. ‘제주4·3’으로 뭉뚱그려지지 않고 ‘제주4·3항쟁’ 또는 ‘제주4·3학살’이라고 분명하게 불렸다면 ‘예찬’이나 ‘축제’ 같은 가벼운 표현을 붙일 엄두를 낼 수 있었을까.

결국 이와 같은 해프닝들에 대한 책임은 역사학계와 관련 연구자, 제주4·3 유관 단체 들에게 돌아간다. 정치인들 역시 이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항쟁과 학살의 어디쯤에 위치한 제주의, 대한민국의 아픈 역사가 이처럼 뭉개진 채 바르고 정확한 이름으로 불리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제 제주4·3의 정명에 대한 요구에 응답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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