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투데이는 제주사랑의 의미를 담아내는 뜻으로 제주미래담론이라는 칼럼을 새롭게 마련했습니다. 다양한 직군의 여러분들의 여러 가지 생각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 제주발전의 작은 지표로 삼고자 합니다.]

양길현 교수/제주대학교 윤리교육과에서 정치학을 가르치고 있고 제주미래담론 에디터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주말 우연히 본, 한 인터뷰 기사가 내내 머리에 맴돌았다. 김동식 작가 얘기이다. ‘학벌도 족보도 없는 무명작가 김동식...투박하고 황당한 이야기들, 그런데 재미있다.’ 조선일보의 인터뷰 제목이다. 그래서 3권의 책을 구입해서, 2권인 <세상에서 가장 약한 요괴>를 먼저 읽었다. 1권 <회색인간>과 3권 <13일의 김남우>도 조만간 읽게 될 것이다. 궁금해서이다. 어떤 내용의 글일까 하는.

김동식 작가의 인터뷰 키워드는, 재미에 이어 ‘여운’이다. 글 읽기와 쓰기가 단순히 재미만이 아니다. 짧은 글인데도 각 글마다 읽고 나면, 무언가를 생각하게 하고 나와 내 주위를 돌아보게 만든다. 대부분의 스토리가 쉽게 상상하지 못하는 방향으로의 반전과 결말로 전개되니 재미있다. 간결하고 짧으면서도 재치와 역설 그리고 교훈까지 덧붙여 있어서 그런지, 요 근래 드물게 재미있게 읽었다.

댓글과 인터넷으로 글쓰기를 익혔다고 하는 김동식의 인터뷰를 접하면서, 제주투데이의 제주담론에 이유근 원장님이 쓰신 칼럼이 불현듯 생각났다. 글을 읽고 나서 잘 쓰든 못쓰든 댓글을 달아주면 좋을 텐데 하는 글이 그것이다. 악의적인 모욕이 아니라 따뜻한 마음으로 읽은 소감을 단 한 줄이라도 써 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바람을 담은 글이었다. 처음에 올린 글이 엉망진창이었는데도 조언 댓글을 달아주어서 글쓰기에 큰 도움을 받았다는 김동식의 인터뷰를 접하면서, 글쓰기야말로 글 쓰는 사람과 읽는 사람의 협업의 일임을 새삼 실감하게 되었다. 그래야 김동식처럼, 혹 배운 게 없더라도 글쓰기를 시작할 수가 있을 터이다.

김동식 작가의 등장은 인터넷이 있기에 가능했다. 학교가 재미없고, 학교에서 혼나는 게 싫어서, 게다가 가정 형편도 안 좋아서 정상적 학교생활을 포기했던 그가 2018년 메이저 신문에서 인터뷰어가 된 데에는, 당연히 그의 천재성 덕분이겠다. 동시에 인터넷이 있었기에 보다 조기에 그의 천재성이 세상에 드러낼 수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노트북으로 이야기를 써 나가고 또 온라인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를 통해 세상과 교류를 해 나가면서 글쓰기를 익혀 나갈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인터넷 기반이 나름 잘 갖추어져 있었던 덕분이다. 그래서일까. 필자도 <제주미래담론>이라는 칼럼 코너를 만들어 글쓰기 모임을 끌어 나갈 수 있었던 것도, '제주투데이'라는 인터넷 신문이 플랫폼을 제공해 주었던 덕분이라서, 더욱 김동식의 이야기에 눈이 많이 갔다.

김동식은 중1 중퇴라 검정고시로 중-고등을 마친 후 먹고 살기 위해서 직장일 하느라, 글쓰기의 지도나 습작의 기회를 제대로 갖지 못했다. 그런데도 2016년 이후 글쓰기를 시작하여 3권의 책을 내고 히트까지 칠 수 있었던 비결은 일차적으로는 그의 천재성에 있다. 그러나 그게 전부가 아니다. 그 못지않게 그의 성실성에 주목해야 할 것 같다. 그는 성수동 지하 주물공장에서 10년 일하는 동안 결근이나 지각을 해 본 적이 없었다고 한다. 또한 단순반복적인 일과 단조로운 인간관계가 김동식으로 하여금 시간이 나면 나 홀로의 공간에서 환타지를 통해 재미와 통찰을 융합하는 성실한 천재성을 키우는 쪽으로 작용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해 본다.

필자가 읽은 2권 책을 보면, 환타지와 비현실적 차원에서 전개되는, 요괴와 사람들과의 대면을 다루고 있다. 특히 대다수 인간의 터무니없는 욕심으로부터 야기되는 어리석음을 통렬히 제시해 주고 있다. 인간 본성에 대한 통찰과 인류사회에 대한 비판적 문제의식 그리고 문학적 상상력을 유감없이 발휘하여 생각을 정리하고는, 집에 가서 밤에는 자판기를 두드린 모양이다. 단순하고 무료한 일상이기에 더욱 더 환타지와 해학에 매달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지만, 어떻든 2권 책을 다 읽고 나서, 다시 책장을 여기저기 들추면서 떠오르는 몇가지만 적어 보면 다음과 같다.

2권 책에 실린 21개의 글 중, 책 제목의 글은 이 세상에서 가장 약한 요괴가 가장 안전한 요괴로 변화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사람들의 일련의 욕심을 적나라하게 그려내고 있다. 돈에 대한 욕심으로 기계의 부품이 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인간 군상들, 황금 못지않게 젊음에 대한 사람들의 집착이 어떻게 일부 타인의 희생을 아랑곳하지 않는 채 다수의 논리로 욕망 채우기에 나서는가를 보여주는 게 2권 책의 주제라고 하겠다. 젊음의 영원성을 찾아 현재를 기꺼이 희생하려는 사람들이 전혀 합리적인 선택일 수가 없는 데도, 대다수는 그렇게 움직였다.

‘문신’이라는 제목의 글은, 세상에서 가장 많은 음식을 먹는 사람이 가장 배가 고프게 되는 역설을 통해 불우이웃 돕기라는 허명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본질에 있어서는 얼마나 허장성세인지 그 진면목을 보여주고 있다. 이웃을 통한 자기사랑이 얼마나 취약한 것인가를 새삼 생각하게 한다. ‘육수를 우려내는 요괴’글과 ‘가려운 곳을 긁어달라는 요괴’ 등 이 책의 전반에 걸쳐, 인간의 시기와 질투, 이기심, 원망, 군중심리 등이 어떻게 인류를 파국으로 끌게 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여기서 일일이 2권 책 내용을 다 보여줄 수는 없다. 오히려 반나절이면 읽을 수 있는 분량이니, 김동식의 책 1권 <회색인간>을 사서 읽어보고, 더 재미있으면 2권도 읽어보시길 권하고 싶다. 아무래도 제일 먼저 나온 1권이 더 재미있을 것같아, 내일은 1권을 읽어야 할까 보다. 작가 김동식처럼 자주 글쓰기를 하는 게 쉽지는 않은 일이지만, 타인이 쓴 글을 짬짬이 시간 내어 들여다보는 것도 삶의 한 여유일 것이다. 간결하고 쉬워야 한다는 건, 글쓰기만이 아니라 글 읽기에도 해당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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