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투데이는 제주사랑의 의미를 담아내는 뜻으로 제주미래담론이라는 칼럼을 새롭게 마련했습니다. 다양한 직군의 여러분들의 여러 가지 생각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 제주발전의 작은 지표로 삼고자 합니다.]

고광호/ (사)대한합기도총연맹 제주지회장, (사)한국자연경관보전회(환경부소관) 이사, 한원리장

행정에서나 마을 관련 전문가란 사람들이 흔히 쓰는 말에, ‘마을 만들기’란 용어가 있다. 어쩌면 우리말은 쉽고도 어려운 것이다.

만들기라는 말의 어원은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것인데, 마을은 이미 존재하고 있고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정이나 마을 관련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마을 만들기란 용어를 사용하면서 교육하고 있다.

필자는 마을 만들기 보다는 ‘마을 가꾸기’라고 해야 바른 표현이라 하겠다.

우리는 내가 살고 있는 마을 공동체를 위해 행복하고 아름답게 가꾸며 조금씩 변화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마을 공동체란 마을 주민이 주인이 되고 마을 주민이 행복을 위해 함께 협력하는 사회인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마을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마을 가꾸기가 되어야 한다.

지난해 10월 23일‘제 23회 마을 만들기 전국네트워크 대회 모임’에서 마을 사업에 대한 행정의 잘못된 관행에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여러 주체의 내용을 요약해 보면, 마을 가꾸기는 지역 주민들이 주체가 되어 지역 공동체를 구축하고 주민 스스로 역량을 강화하며 마을을 가꾸어 나가야 하는데, 행정에서는 회계연도와 목표치를 정해놓고 그것에 맞추려고 하다 보니 지역 주민이나 리더는 부담을 안고 일을 하기 때문에 성공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공공정책연구소 snp 김광남 대표는 ‘제23회 마을 만들기 네트워크대회 모임’에서, 마을 주민을 주체로 활동가들이 추임새를 넣고 주민의 요청에 따라 제한적으로 전문가와 행정이 지원해야 한다고 열변을 토했다.

마을 공동체는 전문가와 행정이 바라보는 시선과는 사뭇 다르다. 전문가들은 대부분이 육지나 외국의 성공 사례를 롤 모델로 짜 맞추려 한다.

제주는 지정학적 요충지로써 예부터 외세의 침략과 강탈을 많이 받고 살아왔다. 일제 강점기를 지나 좌와 우로 갈리어 4·3이란 비극을 맞기도 했다. 제주는 이러한 문화와 뼈아픈 역사를 가슴에 품고 살아가고 있는 공동체이다.

그래서 필자가 보기에, 제주의 마을 공동체는 타시도와 달리 불신과 갈등의 배경 속에서 나눔의 문화를 정착시켜 왔으며, 타시도와 달리 마을의 규모나 인구가 많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개인의 삶의 질이 양호한 편이어서 자치와 협치가 없이는 주민의 행복을 위한 마을 가꾸기 사업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마을을 가꾼다는 궁극적인 목적은 주민의 행복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있다. 필자가 현재 마을 활동가와 마을 리더로서 일을 하다보면, 행정의 주도적인 일 처리 과정을 종종 볼 수가 있다. 아직도 하향식 행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행정의 구도에 맞춰야만 한다는 제도와 고정관념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마을 가꾸기란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것임을 명심하고 마을 활동가나 행정은 주민이 행복할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하는, 그런 지방 자치에 걸맞은 행정시스템을 하루빨리 구축돼야 하겠다. 특히, 행정에 마을 관련 전문 인력을 육성하고 배치 시켜야 행정의 신뢰성을 증진시키고 공동체와 소통하며 협치 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한 것이다.

급격히 변하는 제주의 경관을 보존하고 지키는 것은 마을 가꾸기에서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마을 공동체의 행복한 미소가 제주를 찾는 관광객에게 표출되었을 때, 살맛나는 제주, 광명의 땅 제주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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