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이다. 언 땅을 녹이는 따뜻한 바람이다. 꽁꽁 얼었던 한반도에 훈풍(薰風)이 불고 있다.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이 가시화 된 후 번지는 ’해빙 무드‘다.

남-북은 4월말 판문점에서 정상회담을 갖기로 했다. 2차 정상회담 후 11년 만이다.

‘북-미 정상회담’도 5월로 가시화 하고 있다. 성사된다면 남북 분단 후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이다.

사실상 ‘북한 비핵화’ 담판이 될 터이다.

이처럼 한 달 사이에 남과 북, 미국과 북이 정상회담을 갖고 비핵화 문제를 다루게 되는 것은 한국전쟁 후 처음 있는 ‘역사적 대 사건’이다.

이를 두고 문재인 정부 일각에서는 ‘기적 같은 일’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그만큼 들떠있다.

사실 북-미 대화 중재자로서의 문재인 대통령의 외교 노력은 높게 평가받아 마땅하다.

부드럽고 조용하게 좌고우면(左顧右眄)하지 않고 북한을 설득했다. 그래서 북-미 정상회담의 모멘텀을 만들어 냈다. ‘빛나는 외교적 성과요 치적‘이 될 수 있다.

외신(영국 BBC)도 지난 9일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의 공(功)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돌리는 세련된 외교술을 보여줬다”고 했다.

‘북-미 정상회담으로 한반도에서 핵전쟁 위험이 사라진다면 노벨평화상을 받을 수 있다’고 문대통령의 외교력을 치켜세우기도 했다.

이러한 평가나 기대처럼 남-북간, 북-미 간 정상회담의 성과 여부는 한반도 문제에 매우 중요한 변수다.

이를 계기로 북한이 핵을 폐기하고 한반도에 ‘평화의 꽃’을 피우는 데 동참한다면 ’얼싸안고 춤을 출 일‘이다.

그러나 문대통령의 말대로 ‘우물에서 숭늉을 찾는 격’의 성급한 기대는 금물이다.

‘정상회담’이라는 큰 이벤트의 화려한 현상에만 매달리다가 정작 중요한 본질을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 핵’은 호락호락 하지가 않다. 일거에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곳곳에 복병이 숨어있고 암초와 지뢰밭이다.

이번에 남-북간 또는 북-미간 대화가 살얼음판을 걷듯이 신중하고 조심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만큼 아슬아슬 하다.

그렇기 때문에 회담의 본질을 찾아내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여기서 ‘김정은의 심리적 협곡’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그 속에는 온갖 변수가 숨어있을 터이다.

그렇다면 김정은은 정말 핵을 포기 할 것인가.

내로라하는 정치 군사 전문가 그룹의 칠 팔 할은 한마디로 ‘아니’라는 예단이다.

왜 그런가.

김정은은 ‘핵 무력 완성’을 공언해 왔다. 핵은 그의 유일한 체제 유지수단이며 생존라인이다.

수백만 국민을 굶겨 죽이며 만든 절체절명의 ‘산소호흡기’와 같다. 어떻게 하루아침에 이를 떼어 내 버릴 수 있겠는가.

그것은 김정은 입장에서는 바로 죽음을 의미한다. 그가 핵과 미사일을 포기 할 수 없는 ‘절대적 이유’다.

엊그제 까지만 해도 북의 김정은과 트럼프 미 대통령은 서로를 향해 험하고 독한 막말을 쏟아냈다.

‘미치광이’, ‘병든 강아지’, ‘노망난 늙다리’ 등 시정잡배 같은 욕설이었다.

그런데도 김정은은 (비핵화를 의제로 할 수 밖에 없는) 북-미 정상회담들 제안했고 트럼프 미 대통령은 즉각 이를 수락했다.

일반적 상식으로는 이해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아이러니컬하다.

각각의 손익계산 셈법은 다를 수밖에 없을 터이다.

김정은으로서는 미국을 필두로 한 국제사회의 압박과 제재. 그리고 고립화를 견디지 못했을 것이다. 짐작으로는 그렇다.

피폐해진 경제 구조도 견디기 힘든 체제유지 아킬레스건이다.

따라서 탈출구를 찾아야 했다. ‘비핵화 의지’를 담은 ‘북-미 정상회담 제안’은 그 비상탈출구의 열쇠다.

거기서 체제안전보장과 정상국가로의 진입을 노렸을 수도 있다.

김정은이 ‘군사적 위협 해소와 체제 안전보장’을 ‘비핵화 전제 조건으로 거론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가 않다.

그러나 여기에 숨겨진 함의(含意)는 무섭다. 사실상의 ‘한미 동맹 균열과 미군 철수’요구라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이것이 김정은의 ‘북-미 정상회담’에 임하는 전략이자 전술이라 할 수 있다.

‘비핵화’라는 의제를 미끼로 트럼프와 밀당(밀고 당기기)을 하려는 속셈이다.

‘핵 폐기는 아니고 핵 논의는 한다’는 카드로 트럼프와 같은 반열에서 국제무대에 등장하겠다는 담대하고 당찬 도전인 것이다.

트럼프의 계산기는 ‘미-북 정상회담이 11월 미국 중간선거에 어떻게 작용할지’에 맞춰져 있다. 가시적 성과를 노리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 조치’를 ‘미-북 정상회담 전제조건’으로 내건 이유도 여기서 벗어날 수 없다.

'핵 논의는 하되 핵 폐기는 할 수 없다’는 김정은과 ‘가시적인 비가역적 비핵화 검증’을 요구하는 트럼프가 협상 테이블에 마주앉아 무엇을 성사 시킬 수 있겠는가.

이 같은 ‘비핵화 검증’ 문제는 북-미 정상회담의 최대 난제며 걸림돌일 수밖에 없다.

‘아직은 삼페인을 터뜨릴 때가 아니’라는 일각의 우려는 여기서 비롯되는 것이다.

‘북-미 정상회담’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할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대화는 필요 하고 협상은 계속되어야 하는 것이다. 첫술에 배가 부를 수는 없는 일이다.

북-미 정상회담을 시간을 끌기 위한 국면전환용으로 이용하려 해서는 곤란하다.

선거전략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도 바람직하지가 않다.

이런 이유로 북-미 정상회담이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거나 파국을 맞는다면 한반도의 해빙은 물 건너가고 더 큰 위기에 직면할지도 모른다.

‘기대와 우려’,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진행상황을 지켜보는 이들의 마음은 그래서 착잡하고 조마조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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