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제주도지사 예비후보들끼리의 공방이 점입가경이다. 문대림 예비후보의 (주)유리의 성 주식 보유 위법성 논란이 경선의 최대 이슈가 되어 버렸다. 예비 후보 사이에 의혹 제기와 당사자인 문대림 예비 후보의 반박, 그리고 상대 후보의 재반박이 이어지고 있다. 급기야 박희수 예비후보는 문대림 후보의 사퇴까지 주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본격 선거전이 시작되기도 전에 ‘진흙탕 싸움’이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일면 타당한 견해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이대로 공방이 계속된다면 원희룡 도지사만 득을 보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강기탁 예비후보는 의혹 해소를 위한 정책토론회를 제안하기도 했다. 당내 유력 경선 후보들의 공방을 바라보는 도민들은 혼란스럽다. 도지사 후보에 대한 도덕성 검증은 필요하다. 하지만 의혹제기가 계속될수록 본질은 사라지고 싸움만 부각되는 것이 현실이다. 문대림 예비후보에 대한 의혹제기는 바른미래당 제주도당이 먼저였다. 문대림 예비후보는 “유리의 성 함부로 차지 마라”라면서 의혹제기는 사실이 아니라고 맞받아쳤다. 이때만 하더라도 유력 후보 중 한 명인 원희룡 도지사가 소속되어 있는 바른미래당의 정치적 공세 수준이었다. 김우남 예비후보를 비롯해서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 내부에서 연일 의혹이 제기되면서 이 문제는 당 대 당 차원을 넘어섰다.

따지고 보면 이런 논란의 이면에는 이번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도지사가 탄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당내 분위기가 있다. 2016년 촛불혁명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당내 분위기는 어느 때보다 좋았다. 12년 동안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을 배출했지만 도지사 선거만큼은 맥을 못 췄던 민주당으로서는 이번 선거에 거는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과유불급이라고 했던가. 선거 승리에 대한 자신감이 커질수록 예비후보들간의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이 과정에서 문대림 예비 후보에 대한 의혹이 터져나왔다. 본선 진출만 된다면 현역인 원희룡 도지사와 한번 해볼만 하다는 분위기 속에서 정책 대결보다 의혹제기가 먼저였다. 당내 경선은 유권자들의 표심을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캠페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시 유력 후보였던 이인제 후보를 제치고 민주당 후보로 결정될 수 있었던 데에는 국민참여 경선이라는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선거 캠페인이 있었다. 경선 흥행은 민주당 집권으로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경선 과정을 지켜보는 도민들은 약세였던 노무현 후보를 대권 주자로 만든 그때의 경선을 기대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불거지고 있는 의혹 제기는 정치 불신만 키우는 ‘악수’가 되고 말았다. 2018년의 시대정신은 ‘적폐 청산’이다. 지역도 마찬가지다. 지난 선거가 이른바 ‘제주판 3김 청산’이라는 세대교체의 요구가 봇물처럼 터진 계기였다면 2018년 지방선거는 단순한 세대교체를 넘어서 지역의 적폐, 나아가 지난 10년 동안의 특별자치도와 국제자유도시라는 개발 모델에 대한 성찰의 기회다.

‘사람, 상품,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목표로 한 국제자유도시라는 비전이 제주에 미친 영향은 크다. 성장만능주의는 제주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중산간 난개발, 중국인의 제주 토지 잠식, 그리고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를 내세운 국가 주도의 개발 프로젝트는 제주 사회의 또 다른 갈등이 되었다. 때문에 이번 선거가 제주국제자유도시라는 '위로부터의 비전'이 아니라 제주도민 스스로 제주도의 미래를 고민하는 정책토론의 장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정책토론은 사라지고 정치 공방만 남았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신구범 후보를 단일 후보로 추대했다. 결과론적으로 보면 당시 합의추대는 실패했다. 당내 지지도가 낮은 후보, 그리고 ‘제주판 3김 청산’의 당사자를 추대하는 정치적 선택은 원희룡 후보의 당선으로 이어졌다. 그 이전 선거에서는 성희롱 의혹 당사자였던 우근민 전 지사를 민주당 후보로 내세웠다가 당내외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결국 우근민 전 지사는 민주당에 복당한지 16일만에 당을 탈당,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두 차례의 선거에서 민주당은 패배했다. 패배의 원인은 결국 도민의 마음을 얻지 못한 데에 있었다. 감동은커녕 정치적 유불리만 따지는 정치 행태에 도민들은 표로 응답했다.

2차례의 선거 패배에서 민주당은 교훈을 얻지 못했다. 10년 동안 제주도정의 실정을 심판하자면서 제주 미래 비전에 대한 정책 검증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아름다운 경선을 통해 정치도 감동을 줄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지도 못하고 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민주당은 아직 멀었다. 도지사가 누가 되든 4차례의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는 사실만 기억하고 있다. 왜 도민들이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고 도지사 선거에서는 민주당 후보를 외면하는지 진단도 없다. 절박함도 감동도 없다.

4선 의원의 탄생과 지역 정가에서 잔뼈가 굵은 대학 총학생회장 출신 초선 의원이 당선된 것은 그들의 실력이 뛰어나서가 아니다. 어느 지역보다 높은 도민의 정치 수준이 그들을 ‘선택’했을 뿐이다. 도민의 선택을 자신의 실력으로 착각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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