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독특한 숲 '곶자왈'

지독했던 한파와 심술부리는 봄날씨에도 곶자왈의 봄은 찾아왔다.

하늘을 가린 우거진 나무 사이사이로

걷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숲길

구르마(수레의 방언)를 끌고 소와 말들이 다니던 길은

탐방로가 되어 편안한 숲의 기운이 느껴진다.

주변 4그루의 팽나무는 약 500여 년 넘은 나무로 추정된다.

 

앙상한 팽나무 아래~

따사로운 봄햇살에 초록생명들은 봄바람 타고 봄꽃마중 나왔다.

하늘빛 미소가 아름다운 '큰개불알풀(봄까치꽃)'

귀를 쫑긋 세우고 봄이 오는 소리를 들려주는 '광대나물'

유독식물로 알려진 등잔모양의 '등대풀'

여기저기서 고개를 내밀며 서로 봐달라고 아우성이다.

생태계 위해 외래식물인 '왕도깨비가지'

식용, 약용, 목초, 사료에 혼입되어 들어왔지만

왕성한 번식력은 자람터가 되어 목장 한 켠을 여전히 지킨다.

도드라진 화려하고 싱싱한 모습의 노란 구슬로 유혹하는 '왕도깨비가지'

잎에 돋아있는 무시무시한 가시는 마소들도 뒷걸음치게 한다.

곶자왈 깊숙한 곳으로 들어갈수록

바람타고 스며드는 은은한 꿀내음은 코를 자극하기 시작한다.

빌레 위로 살짝 얼굴을 내민 신부의 부케를 닮은 순백의 사각별 '백서향'

윤기나는 초록잎 사이로 수수한 십자모양의 사각별은

슬그머니 다가와 눈웃음을 짓는다.

시간이 멈춘 듯 내가 그리던 마법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몇 발짝 걸었을 뿐인데

숲길은 그냥 스쳐가기엔 아쉬운 아름다움이 묻어난다.

켜켜이 쌓인 낙엽, 숲 향기와 신선한 공기를 맡느라 코는 바삐 움직이고

시간이 멈춘 듯 자태를 드러낸

곶자왈의 봄을 향기로 알려주는 진한 향기가 천리를 간다는 '백서향'

순백의 백서향 꿀내음이 바람타고 전해진다.

작은 예쁜꽃들이 동그랗게 모여 핀 모습이 신부가 든 부케를 닮았다.

백서향은

제주도 용암지대 빌레 곶자왈에 자생하는 1m 이하의 작은 키 나무로

순백의 십자모양 꽃은 둥그렇게 모여 피고 진한 향기가 특징이다.

울창한 상록활엽수림대보다 숲 가장자리나

겨울 햇빛을 볼 수 있는 낙엽활엽지대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일년 중 일정 기간 충분한 햇빛과 자랄 수 있는 조건은 곶자왈에 뿌리를 내려 자생하는 이유이다.

때묻지 않은 은은한 향을 천리까지 날려보내며

꽃대궐 세상을 만드는 백서향은 곶자왈의 전설을 만들어간다.

곶자왈 속으로 들어갈수록 주위는 어둡고

늘 푸르름을 간직한 용암숲은 생명의 공간으로 양치식물들의 천국이다.

활엽수림 아래에는 군락을 이룬 가는쇠고사리가 길을 열어준다.

숲과 덤불 등 사계절 짙푸른 활엽수림이 하늘을 가리고

나무와 암석이 만들어내는 착생식물과의 공존

숲은 조용하게 느껴지지만

그 안에서는 햇빛과의 치열한 전쟁을 치루는 중이다.

숲은 높이 10m 내외로 성장한 종가시나무가 우점하며

개가시나무, 녹나무, 아왜나무, 센달나무, 동백나무, 육박나무, 새덕이 등 상록활엽수가 분포하고

숲의 땅 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양치식물인

가는쇠고사리, 더부살이고사리, 꼬리고사리, 큰봉의꼬리, 콩짜개덩굴 등

내음성이 강한 난대성 양치식물의 서식밀도가 높은 편이다.

깔끔하게 정돈된 듯 비밀의 숲

곶자왈지대는 바람을 막아주고 수풀이 우거져 원시림의 한 부분에 서 있는 듯

거친 바위 틈으로 기괴한 형상의 뿌리를 내린 나무들,

구불구불한 수형의 특이한 나무, 바위를 덮어버린 이끼류와 고사리

이끼가 깔린 길, 돌멩이 길, 흙 길, 나뭇잎이 주는 푹신한 길, 부드러운 곡선의 길 등

용암숲은 생명력의 발원지로 분명한 색깔을 입히며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간다.

곶자왈 가장자리

향수를 뿌리지 않아도 작은 꽃에서 나는 은은한 향기

큰 나무들이 잎을 만들기 전에 진한 향기로 벌들을 유혹하며 길을 막았다.

곶자왈의 발레리나 '길마가지나무'

시간이 멈춘 듯 바람이 머무는 숲길에서 바람도 잠시 쉬어간다.

자연을 머금은 나무와 꽃들의 백화점 곶자왈

꽃은 부지런히 계절을 전해주며 봄은 소리없이 곶자왈 깊숙한 곳에도 찾아왔다.

바람이 머무는 숲길, 곶자왈의 봄이 더디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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