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투데이는 제주사랑의 의미를 담아내는 뜻으로 제주미래담론이라는 칼럼을 새롭게 마련했습니다. 다양한 직군의 여러분들의 여러 가지 생각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 제주발전의 작은 지표로 삼고자 합니다.]

양길현 교수/제주대학교 윤리교육과에서 정치학을 가르치고 있고 제주미래담론 에디터로 활동하고 있다.

주의 출향도민 가운데, 서울 등 경향 각지에서 나름대로의 위상과 역할을 갖고 활동하시는 분들이 많다. 정치계, 경제계, 학계, 법조계, 의료계, 언론계, 문화예술계, 공무원 등에서 제주 출신들이 인구 비례 1.2%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어, 제주 출신이라고 하면 성실하면서도 역량 갖춘 사람들이 많다며, 칭찬을 들을 때가 많다. 다만 아쉬움이 있다면 제주 출신이 책임을 맡고 있는 글로벌 기업이 거의 전무하다는 것인데, 그래도 유일한 기업으로 블랙야크가 있어 다행이다.

제주국제협의회(회장 강태선)는 서울 등 제주도 밖으로 나가 있는 도민들 가운데 고향 제주를 사랑하는 재외도민들의 마음을 모아, 고향 제주의 발전에 미력이나마 기여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27년 전에 만들어진 사단법인이다. 2018년 3월 현재 제주도 내외에 200명 정도의 회원이 토론회, 기부, 글쓰기 등에 각자의 여유와 재능을 출연하고 동참하면서 제주사랑 실천에 나서고 있다.

강태선 회장은 국제협의회보다는 블랙야크 회장으로 널리 알려져 있고, 실제 현 시점에서는 제주 출신이 CEO로 있는 최고이자 유일한 글로벌 기업이 블랙야크라는 건 자타가 공인하고 있는 바다. 바로 이 블랙야크가 지난 주 45주년 축하 기념행사를 가졌다. 블랙야크와 직·간접으로 연관을 맺고 있는 1,000명의 초청자가 참가한 가운데, 강회장은 감격적인 목소리로 지난 45년의 블랙야크를 회고하면서, 앞으로 또 한 번의 45년으로 나아가는 블랙야크의 비전을 조심스러우면서도 명확하게 설파하였다. ‘새로운 길을 밝히다’를 캐치프레이즈한 블랙야크 45주년 기념행사는 봉사에서 또 다른 45년을 기약하였다. 참석자 모두가 글로벌 봉사로 나아가고자 하는 블랙야크의 미래에 뜨거운 성원의 박수를 보냈다.

“없다. 모른다, 안된다”는 말이 블랙야크에 존재하지 않도록 회사를 키워 왔다고 자신 있게 언명하는 인사말을 통해, 블랙야크의 진취성, 혁신성, 전향성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1997년 IMF 위기가 닥쳐 한국경제와 기업들이 의기소침할 바로 그 때, 블랙야크는 중국시장으로 아웃도어 의류 판매망 확충에 나서 결국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킨 대표적 글로벌 기업이 되었다고 한다. 그 때의 도전정신이 최근에는 패션의 본산지인 유럽과 세계 최대의 시장인 북미로 눈을 돌려 3대륙 20개 국가에 진출하고 있다고, 자랑스럽게 45주년을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블랙야크의 45년에 걸친 내-외적 성장에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어려움과 고난 그리고 어떤 때는 좌절과 절망도 가로 놓여있었음은 삼척동자도 능히 짐작할 수 있다. 그렇기에 1000명의 참석자 모두가 그 모든 어려움을 이겨낸 블랙야크에 진심으로 박수와 경의를 표하는 감동적인 자리였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 시작한다는...그래서 길이 없으면 만들고, 길이 막히면 뚫고 나아갔다”는 불굴의 도전정신과 개척정신은, 어릴 적부터 산을 좋아했고 등산을 통해서 익혔던 인생철학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아 무방할 것이다. 지금도 시간나면 등산하고 트랭킹 하면서 체력을 기르고 정신을 가다듬고 미래비전을 닦아나간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70을 바라보는 나이인데도, 누구나 부러워할 정도로 건장해 보인다.

블랙야크는 네팔과 특히 연관이 많다. 강회장 자신이 산악인인 만큼 세계 최고봉인 히말라야를 자주 가보게 되었고, 그래서 히말라야가 위치해 있는 네팔은 강회장의 두 번째 고향처럼 보이기도 한다. 국내 스포츠 전문회사인 동진레저에서 출발하여 글로벌 기업으로 나아갈 때 블랙야크로 명명을 하게 된 것도, 바로 네팔 히말라야의 대표적 포유류 동물인 야크 이름으로 해서 블랙야크로 할 정도로, 네팔과 히말라야를 좋아하는 강회장의 마음이 담겨있다.

강회장의 말대로, 히말라야 산에서 사는 야크는 상상만 해도 추위와 먹거리 부족 등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 강인하게 그리고 더욱 중요하게는 인간에게 유익하게 살아가는 소과의 고산동물이다. 고기가 고산 지대에서 무거운 짐을 운반해 주는가 하면 고 식용으로도 활용될 뿐만 아니라 털과 가죽은 의류에 쓰이는 유용한 히말라야 소이다, 바로 이러한 야크의 친인간성에 주목하여, 앞으로 블랙야크는 올 해 네팔에 블랙야크 중학교를 세운 데 이어 글로벌 기여도를 더욱 높여나가겠다고 다짐하였다. 2023년 보이스카웃 세계야영대회인 세계잼버리대회를 새만금에 유치되는 데도 블랙야크 강태선 회장이 안팎에서 큰 수고를 했다고 한다. 그래서 당연히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지만, 또한 “하늘은 남을 돕는 자를 돕는다”는 생각에서 블랙야크의 또 다른 45년을 기념식 참석자 모두와 함께 기대해 본다.

블랙야크의 3시간에 걸친 기념행사를 지켜보면서, ‘옷이 날개’라는 어느 참석자의 멘트가 오늘따라 색다르게 다가왔다. 생각해 보니, 우리가 가장 중시여기는 일상적 삶에서도 의식주 표현에서 보듯이 옷이 제일 먼저 나온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하지만, 그래도 의식주로 옷을 제일 앞에 두는 이유가 무엇일까. 바로 블랙야크의 글로벌 기업의 성취에서 그 까닭 하나를 찾아보았다.

아무리 밥이 맛있기로 서니, 외국에 나가면서 밥을 싸들고 가는 경우는 드물다. 그리고 아무리 내가 살고 있는 집이 좋고 편안하다고 해도 외국에 나갈 때 집을 들고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옷은 어떤가. 옷이야말로 어디서 만들어지든 그리고 각자가 좋아하고 편한 그러면서도 요즘에는 기능성이 좋은 옷이라면, 어디에 가든 입고 가고 들고 갈 수 있는 게 옷이라는 생각에 미치게 되었다.

블랙야크의 성공 비결은 바로 이와 같이 옷의 남다른 특성, 세계 어느 곳으로도 이동이 가능하다는 옷의 유통성을 제대로 활용한 데서 온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이제 우리 모두 옷에 대해서 다시 한 번 더 생각을 해 볼 때이다. 옷에 안전성 같은 실용성과 일상 생활에서의 기능적 편리성이라든가 보다 멋지게 보이는 디자인은 물론이고 특히 아웃도어 의류인 경우에는 안전성과 같은 실용적 옷으로 거듭나는 한국판(그리고 제주판, 한반도판을 아우르는) 명품 옷을 만들어 5대양 6대주의 세계 시장에서 최상의 브랜드가 되는 그날까지, 블랙야크의 전진과 인류애를 다시 한 번 기대해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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