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투데이는 제주사랑의 의미를 담아내는 뜻으로 제주미래담론이라는 칼럼을 새롭게 마련했습니다. 다양한 직군의 여러분들의 여러 가지 생각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 제주발전의 작은 지표로 삼고자 합니다.]

백승주 박사/ 서귀포시 대정읍 출신으로 재경 대정포럼 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고려대 지방자치법학연구회장과 C&C국토개발행정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중국 춘추전국 시대 법가 사상가 중 한비자(韓非子)는 철저한 인간불신의 철학을 바탕으로 동서고금을 통틀어 고전적인 제왕학 교과서의 하나로 회자되는 통치이론을 제시했다. 즉, 그는 인간의 본성을 정확히 간파하면서 권력의 본질을 헤아리고, 군주가 놓여 있는 곤란한 처지를 부각시키면서 권력 유지의 방도를 제시하고 있는데, 그 핵심은 이른바 법(法)·세(勢)·술(術)이다.

첫째 ‘법’은 법률을 지칭한다. 그는 법률은 분명하게 명문화되어야 함은 물론 백성에게 제시되어야 함을 요구하고 있다. 그는 특히 공적을 세운 부하에 대하여는 그에 걸맞은 상을 주고, 그렇지 못하여 잘못이 있는 부하에 대하여는 벌을 받는다는 사실을 명백히 규정하여, 그것에 따라 실행할 것을 강조했다.

둘째, ‘세’는 군주의 권세나 권한을 말한다. 군주는 항상 권력의 핵심을 확보하고 있어야 하는데, 그는 권력의 핵심을 쥐고 있는 이런 상태를 바로‘세’로 보았다. 그래서 그는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은 함부로 자신의 권한을 내려놓으면 안 된다고 했다. 왜냐하면 한번 힘이 빠지면 부하를 다루기가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즉, 안이하게 자신의 권한을 부하에게 위임하게 되면 군자로서의 지위를 계속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셋째, ‘술’은 군자가 법을 운영하고 부하를 통솔하는 노하우를 말한다. 그는 ‘술’은 부하에게 보여서는 안 되는 것이며, 항상 군자가 가슴에 품고 있다가 이것저것 비교해 본 후에 부하를 통솔(control)하는 경우에만 비책으로 쓰여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왜냐하면 군자가 조용히 침묵을 지키면서도 부하를 능히 다스릴 수 있는 기법이 다름 아닌 술이기 때문이다.

옛날 중국 위나라의 소왕이라는 임금은 어느 날 재판을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정승을 불러 이렇게 말했다. “내가 손수 재판을 해보고 싶네.” “그러면 먼저 법률을 공부하셔야 합니다.” 소왕은 정승의 고언에 따라 법률 서적을 읽기 시작했지만 얼마 되지 않아 졸음이 밀려와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법률을 공부할 수 없네” 하며, 그만 두고 말았다. 이 예시를 통해서 한비자는 “군주는 권력의 핵심만 쥐고 있으면 된다. 부하에게 맡기면 되는 일 까지 자기가 하려고 하면 졸음이 오는 것이 당연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는 군자가 ‘술’을 능숙하게 발휘하기 위한 몇 가지 전제 조건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첫째, 군자는 공적을 세운 부하에게 상을 주고 잘못을 저지른 부하에게는 벌을 내리는 권한을 확실히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어떤 상황에서든지 이른바 ‘채찍과 당근’을 갖고서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부하들을 통솔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군자는 부하의 일처리에 대하여 엄격하게 근무 평가를 하여야 한다. 그러면서 그 평가방법으로 소위 ‘형명참동(刑名參同)’을 제시했다. ‘형명참동’이라 함은 ‘부하가 군자에게 무슨 일을 하여 성과를 내겠다고 보고한 것을 토대로 부하에게 일을 주되, 보고 내용과 일의 성과가 일치하는 경우에는 상을 주고, 일치하지 않은 경우에는 벌을 내리는 방식’이다. 현대적 의미에서 보면, 일종의 성과목표 보고 및 합의에 의한 인사고과 형태다. 이에 따를 경우 당초의 보고내용과 일의 성과내용이 일치하지 않은 두 가지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하나는 성과가 보고내용보다 낮은 경우로, 이런 경우에는 벌을 주어야 한다고 했다. 또 하나는 능히 보다 많은 일을 할 수 있음에도 이 정도 밖에 할 수 없다고 하면서 그 이상의 성과를 올리지 않는 경우로, 이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벌을 주어야 한다고 했다. 왜냐하면 이런 경우는 보고내용과 성과내용이 일치하지 않은 문제가 약간의 좋은 성과를 올린 정도로는 부하의 일처리를 흡족해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셋째, 군자는 항상 부하에게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감정을 드러내 보여서는 안 된다. 만약 군자가 부하에게 시도 때도 없이 호(好)· 불호(不好)의 감정을 드러내 보이는 경우에는, 부하는 그에 따라 비위를 맞추려 안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래가지고는 부하를 능숙하게 통솔하기는커녕 오히려 부하의 손에 놀아나기 십상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엉큼한 부하라면 이런 틈을 타서 군자를 모함하거나 해롭게 하려는 음모를 꾸밀 뿐만 아니라 여차하면 군자의 지위를 위협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군자는 어떤 경우이든 그런 틈새를 보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넷째, 군자는 가끔 부하에게 뜻밖의 질문을 던지는 것을 즐기거나 습관화 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끊임없이 부하에게 자극을 주고 일처리에 긴장감을 불어 넣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다섯째, 군자는 알면서도 모른 척 하고 부하에게 물어 보거나 거짓이나 속임수로 부하를 시험해 보는 것을 즐겨야 한다. 이런 책략은 오히려 부하를 효과적으로 통솔하기 위한 능숙한 방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 전국적으로 지방선거 열기가 가열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제주자치도의 경우 도지사 주도 하에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지속가능한 제주개발과 도민 중심의 지역발전을 견인해야 한다는 점에서, 도지사 선거의 중요성은 어느 지역의 경우보다 크다고 할 것이다.

차제에 가능하면 선거 결과 제주도지사의 경우 도민 모두가 학수고대하고 있는 출중한 리더십을 소유한 후보자가 당선되었으면 한다. 물론 앞으로 선택의 여지는 충분하겠지만, 그렇다. 이런 상황에서 필자는 충분하지는 않지만 가장 고전적이면서도 현대적 의미에서도 나름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한비자의 리더십’논의를 요약하여 제시하였다. 아무쪼록 여러분의 선택에 다소의 좋은 참고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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