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덩치 큰 애물단지가 있다.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에 자리 잡은 제주국제컨벤션센터(이하 ICC JEJU)를 두고 하는 말이다.

ICC JEJU는 1998년 초에 기공식을 갖고 5년 동안 우여곡절을 거치면서 2003년 3월 개관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착공한 ICC JEJU는 1995년 출범한 민선1기 신구범 전지사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지금은 컨벤션이 MICE산업의 중요한 기능으로 자리 잡고 있지만 당시에는 상당히 생소한 분야였다.

신 전지사는 “도민의 자존을 바탕으로 우리가 직접 투자한 도민기업의 컨벤션센터를 만들자”라고 하면서 특유의 뚝심과 추진력으로 이 사업을 밀어붙였다.

자본금 1800억원 가운데 1088억원이라는 큰 자금이 도내·외 도민들의 직접출자 또는 적금식 출자형태로 모아졌고 1998년 3월에 드디어 중문관광단지 내 전망 좋은 위치에 ICC JEJU가 착공하게 됐다.

신 전지사가 ICC JEJU를 구상하게 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도민들이 직접 투자한 기업으로 돈을 벌게 하고 두 번째는 컨벤션 사업을 통해 번 돈으로 한국관광공사가 주인인 100만평의 중문관광단지 땅을 다시 매입해 도민의 품으로 되돌리게 하는 것이었다.

어떻게 돈을 벌 것인가? 그는 도민기업인 ICC JEJU에서 부대사업으로 케이블카, 카지노, 면세점을 운영해 연 매출 2조원의 대형 사업으로 확장하는 계획을 구상했다. 당시 우리나라 관광진흥법상 카지노는 호텔만 가능한 규정도 법 개정을 통해 ICC JEJU에서 할 수 있도록 했고 대우그룹 김우중 회장과의 컨벤션 부설 앵커호텔 추진 협상에서도 카지노, 면세점은 앵커호텔이 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착공한 지 3개월 후 1998년 6월, 신 전지사가 지방선거에 낙마하면서 ICC JEJU의 운명도 바뀌게됐다.

후임 도정이 들어서면서 자본금, 회의장 등의 규모를 축소하는 변화가 생겼고 초기에 계획했던 부대사업도 사라졌다. 이후 2002년 만들어진 JDC에게 ICC JEJU가 하고자 했던 면세점도 넘어갔다.

15년이 지나 자본금 1600억원의 ICC JEJU는 고작 연 매출 120억원에 불과한 덩치 큰 애물단지로 남아서 도민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대표이사 선임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동안 ICC JEJU 대표이사는 도지사가 바뀔 때 마다 선거공신들이 차지하는 정치적 자리로 변질됐다.

원희룡 지사가 취임하면서 “ICC JEJU 대표이사는 반드시 이 분야의 전문가를 모셔오겠다”라고 얘기하면서 “만약 한국에 없으면 외국에서라도 찾겠다”라고 공언했다.

원 지사는 제주도의회 인사청문회의 부적격 판정에도 불구하고 자칭 전문가인 손정미 교수를 고집스럽게 ICC JEJU의 수장으로 임명했다.

손 대표이사 3년 임기 내내 ICC JEJU는 ‘사면초가’에 처했다. 경영환경이 악화되면서 만성적자가 고착화되고 국내·외 회의 유치도 만만치 않고 새로운 수익상품 개발도 한계에 부딪쳤다.

지난 19일 손 대표이사 후임으로 내정된 경북 안동 출신인 전 주이집트대사관 대사 정달호 대표이사(69)가 돌연 사의를 표명해 6.13 전국동시지방선거 이후에 재공모하기로 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갑작스럽게 정 전 내정자가 건강상의 이유로 사퇴 의사를 표명한 것을 두고 일각에선 여러 얘기가 나온다.

하나는 인사청문회를 준비하면서 ICC JEJU의 획기적인 경영방안을 찾는데 심한 부담을 느꼈을 것이고 다음은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언론사 기사 댓글에 심한 모멸감을 받았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ICC JEJU는 누가 3년 동안 대표이사로 와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신구범 전지사가 처음 ICC JEJU를 만들 때 가졌던 남다른 발상이 필요하다. 획기적인 발상으로 구조적인 틀을 바꾸지 않으면 ICC JEJU의 미래는 없다.

ICC JEJU의 미래는 대표이사를 누굴 선임하느냐가 아니라 앞으로 도정을 이끌게 되는 도지사의 컨벤션에 대한 파격적인 정책과 마인드에 달려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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