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은 모닥불처럼 은근하다. 그러나 속은 뜨겁다.

오는 6월13일 전국 동시 지방선거를 앞둔 각 지역의 선거 분위기가 그렇다.

제주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2월13일부터 시작된 도지사와 교육감 예비후보 등록과 3월2일부터 도의원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면서 선거 열기는 서서히, 그리고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특히 도지사 후보 티켓을 놓고 벌이는 집권 여당의 경선 레이스는 치열함을 넘어 숨이 찰 정도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제주도지사 예비후보는 4명이다.

여기서 특정 예비후보 행적을 놓고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식 공방(攻防)’이 계속되고 있다.

‘도덕성 검증’이라는 이름으로 제기되는 의혹은 냉혹하고 인신공격은 무자비하다.

같은 정당 소속이면서 ‘동지’라기 보다는 없애버려야 할 ‘적’으로 공격하는 것이 아닌가 여겨질 정도다. 까칠하고 독하고 살벌하다.

이에 대해 “본선에 가기도 전에 어느 한 쪽이 심각한 상처를 입고 쓰러질지도 모른다“는 당내 일각의 우려도 나오고 있다.

그것은 바로 당 경선 결과에 대한 ‘불복’ 우려다.

이는 “본선에서 치명적 악재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원려(遠慮)인 셈이다.

집권여당의 살기등등한 인신 공격성 멱살잡이 예선전은 ‘당 공천=당선’이라는 등식에서 비롯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70%를 오르내리는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 고공행진과 여타 정당을 압도하는 민주당 지지율이 만들어내는 자신감이다.

이러한 오만한 생각이 ‘죽기 살기로 당 공천’을 받아야 하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준비했던 화기(火器)를 총동원하여 상대방을 넘어뜨릴 수밖에 없을 터이다.

소문은 “각 선거 캠프마다 비밀스런 상대 공격용 카드를 몇 개씩 갖고 있다”고 했다.

사실 확인이 안 된 ‘불륜 설’ 등 선정적이고 음습하고 저급한 유언비어나 마타도어를 정교하게 가공하여 비장의 무기로 감추어 두었다는 이야기다.

어느 선거 캠프에서는 ‘바퀴벌레 주의보’가 내려졌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언제 어디서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바퀴벌레 같은 악재가 기어 나올지 모른다는 ‘말조심 주의보’다.

그래서 바퀴벌레처럼 기어 다니는 이 같은 ’후보 경선 잡음’을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

6.13 지방선거가 건전 정책 공약 경쟁이나 자질 검증보다는 각종 음해나 왜곡과 흑색선전 등으로 혼탁하고 더러워 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방분권과 지방자치 발전을 위한 미래비전 제시와 지역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청사진 제시보다는 ‘당선만 하고 보자’는 식의 당내 이전투구(泥田鬪狗)는 지방자치를 중앙에 예속시키려는 자기모순이나 다름없다.

지방의 선출직 공직자 후보에 대한 정당공천제를 폐지하자는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것도 이러한 폐해를 막아보자는 데 있다.

아무튼 민주당의 도지사후보 예선전이 6.13 지방선거의 본질을 흐리는 ‘나쁜 경선 케이스’로 기록되어서는 곤란한 일이다.

지방분권과 지방자치 발전을 위한 새로운 정책방향 제시, 먹고 사는 문제를 견인하는 혁신적 경제개발 프로젝트와 각 후보의 공약을 검증하는 매니페스토 운동 정착 등 시급한 선거시스템 개선이 필요한 이유도 여기서 비롯된다.

도지사 선거의 경우 공식 후보 등록 등 아직 대진표가 정해지지 않았다.

민주당 당내 경선이 확정되지 않았고 여타정당의 후보 확정, 원희룡지사의 입지 결정 등 몇몇 변수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중에서는 사실상 ‘유력 3파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민주당인 여당 후보와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후보, 그리고 무소속 출마 예상의 원지사 구도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 프레임을 기정사실화 한다면 민주당은 ‘집권여당의 힘’을 내세울 공산이 크다.

한국당은 ‘강력한 견제 세력임’을 무기로 삼을 것이다.

무소속으로 나설 경우 원지사는 정당 보호막이 없다. 사실상 필마단기의 장수다.

‘인물론과 자질론’으로 자신의 브랜드 파워를 극대화 할 수밖에 없다.

이런 현실에서 최종적으로는 민주당의 ‘당력(黨力)‘ 원지사의 ’인물론‘으로 전선이 좁혀져 진검승부를 펼칠 것이라는 여론이 많다.

누가 민주당 후보가 되느냐에 따라 진검승부는 격렬해지고 칼솜씨는 현란해 질 수도 있다.

여기서 ‘구관(舊官)이 명관(名官), 또는 ’새 술은 새 부대‘라는 슬로건 대결이 형성될 수 있다.

예컨대 ‘구관이 명관’은 원지사 쪽이 내세울 수도 있다.

현직으로서의 ‘경험과 인물과 자질’을 엮는 컨셉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새 술은 새 부대’는 도전자의 컨셉이다. ‘새 사람이 새로운 시대정신을 담아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으로 포장할 수 있어서다.

‘구관이 명관’이든, ‘새 술은 새 부대’든 ‘누가 제주의 미래비전을 제시하고 누가 도민 적 긍지와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리더십을 발휘 할 수 있는 능력과 자질을 갖추고 있는지‘의 판단은 유권자인 도민의 몫이다.

그 선택도, 선택에 대한 책임도 결국은 도민이 질 수밖에 없다.

선거에서 “당선자의 수준은 유권자의 수준”이라는 말이 있다. 냉철하고 신중한 판단과 깨끗하고 현명한 선택이 요구되는 이유다.

제주도민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는 오는 6월13일의 지방선거 결과가 말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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