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기영 소설가가 추도사를 낭독하고 있다.@사진출처 KTV

4·3의 영령들이시여. 우리의 조상님들이여.

오늘 우리는 70년 전 저 무도한 총칼에 무수히 죽어간 서러운 조상님들을 추념하기 위해 이자리에 모였습니다.

아 영령들이시여. 보리밭에 낫으로 보리 베어지듯이 밋밋하게 스러져갔던 4·3의 조상님들이시여.

달랠 길 없는 그 원한과 분노여.

단지 젊다는 이유만으로 죽어야 했던 인생의 3분지 1도 못살고 전도양양한 미래의 모든 가능성을 빼앗긴 채 쓰러져야 했던 그 수많은 젊은이들이여.

왜 죽어야 하는지 이유를 모른채 죽어간 할머니 할아버지님들이여.
어머니와 아이들이여. 그리고 젖먹이 아이들이여. 

4·3 조상님들의 슬픈 넋들은 저 봄날의 들판에 노란 유채꽃으로 무리지어 피어났습니다.

함성처럼 일시에 피어난 저 유채꽃 무리들을 바라보면서 우리는 남북 분단의 단독정부를 반대하고 통일국가를 외쳤던 70년 전의 그 함성을 듣습니다.

그래서 4·3의 영령들은 지금 이렇게 추념식을 열어 애도를 표하고 있는 우리들에게 애도에만 머물지 말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4·3의 슬픔에만 머물러있지 말라고. 4·3의 가혹한 경험이 생산적인 동력이 될 수 있도록 하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 희생이 헛된 것이 되지 않도록 하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3만이라는 그 막대한 죽음은 우리에게 인간이란 과연 무엇이고, 국가란 과연 무엇인지 깊이 생각하게 합니다.

죽음이 아닌 생명을, 전쟁이 아닌 평화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제 4·3영령은 한반도 남북간의 증오의 언어와 몸짓을 걷어치우고
화해와 상생, 평화의 길로 나서라고 우리 등을 떠밀고 있습니다. 

이제 4·3영령들은 처절한 수난의 땅 제주도에 평화회담의 멍석을 깔아놓으라고 피스토크의 테이블을 놓으라고 우리에게 촉구하고 있습니다.

4·3영령들이여. 우리의 조상님들이시여.

우리에게 그러한 일을 할 수 있도록 힘과 용기와 지혜를 베풀어주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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