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아동들이 직접 제7회 동시지방선거를 준비하는 후보들에게 정책공약을 제안했다.

▲제주 학생들이 공약발표회에서 아동정책을 지방선거 후보자들에게 발표하고 있다.@제주투데이

초록우산 어린이재단과 제주종합사회복지관(관장 문교정)은 10일 오후 4시 30분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도민의방에서 '제주도 아동이 제안하는 아동정책·정책 공약 발표회'를 실시했다.

이날 발표회에는 제주지역 초중고 아동대표 7명이 참가하고, 김방훈 자유한국당 제주도지사 후보와 고은영 녹색당 제주도지사 후보, 김광수 제주도교육감 예비후보, 김대원 정의당 전 위원장, 장성철 바른미래당 제주도당 위원장, 이상봉 제주도의회 의원 등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후보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은 다른 일정과 겹쳐 부득이하게 참석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과 복지관은 제주 아동들의 정책공약을 후보자들에게 제안하기 위해 올해 초부터 온·오프라인으로 실시하고 있는 '미래에서 온 투표' 애드보커스(Advocacy)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재단은 지난 2월 23부터 3월 16일까지 오프라인 설문지를 통해 총 1.012명의 1,580여건의 의견서를 취합했다.

◎아이들 스스로 만들고 발표한 공약 7가지 발표

이날 아동 대표들은 가장 반영되기 원하는 아동정책과 공약을 환경·건강·여가·안전·교통·복지·교육 등 7개 분야를 중심으로 발표했다. 

▲김가연 도남초 학생이 아동 정책공약을 발표하고 있다.@제주투데이

먼저 김형우 동광초등학교(5학년) 학생은 "쓰레기 요일별 배출제 때문에 집에 쓰레기가 쌓여있는 것이 불편하다"며 "재활용품 요일별 배출제를 개선해서 집과 클린하우스가 깨끗하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또한, 김형우 학생은 "쓰레기가 길거리나 놀이터, 학교운동장에 너무 많이 버려져있다"며 "거리 곳곳에 쓰레기통을 설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가연 도남초등학교 학생(6학년)은 "어른들이 길거리에서 담배를 자주 피워서 머리가 아프고 코가 간지러워서 너무 힘이 든다"며 "학교 주변 금연구역을 확대하고 흡연 전용구역을 지정해달라"고 밝혔다. 또한 "흡연 에티켓과 금연교육도 적극 시행했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이어서 김승준 제주서초등학교 학생(6학년)은 맘껏 뛰어놀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승준 학생은 "주말에는 체육관이 열리지 않고 열리게 돼도 어른들의 동호회 행사를 위해 일정한 금액을 지불한 단체만 사용할 수 있다"며 "우리들도 쉽게 스포츠나 여가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생활체육시설과 공원을 많이 만들어 달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하교시간 조정으로 문화체험기회도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서 취합한 아동들의 공약정책 제안서@제주투데이
 

양빈 제주여자중학교 학생(1학년)은 학교내 폭력문제의 심각성을 설명했다. 양빈 학생은 "학교폭력을 예방히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애쓰고 있지만 폭력은 계속 벌어지고 있다"며 "진짜 효과있는 학교폭력 예방교육과 캠페인을 진행해 우리를 지켜달라"고 제안했다. 또한, "학원과 학교에서는 숙제를 안 하거나 시험점수를 잘 받지 못하면 소리를 지르거나 쇠자로 손바닥을 때린다"며 "엄마아빠가 회사에서 잘못을 저질러도 맞지 않듯 저희도 맞지 않고 즐겁게 공부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달라"고 전했다.

황희권 세화고등학교 학생(1학년)은 대중교통 문제를 거론했다. 황희권 학생은 "제주도에 렌터카가 많고 대중교통이 불편하다보니 자동차가 많이 다녀서 주차공간이 부족해 안전에 위협받고 있다"며 "불법주차를 없애고 주차장을 많이 만들어달라"고 요구했다. 또한 황 학생은 "작년 버스노선이 개편된 후 학교근처를 지나는 버스 배차간격은 늘고 시외로 가는 버스가 줄어서 불편을 겪고 있다"며 "대중교통 시스템을 개선해 버스노선과 배차간격은 조정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이은진 중앙여자고등학교 학생(3학년)은 학교 급식의 개선을 요구했다. 이은진 학생은 "학교마다 급식의 수준 차가 너무 크다"며 "모든 학생이 신선하고 건강한 재료로 맛있게 만들어진 음식을 먹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또한 "급식실 위생관리의 질을 높이고, 급식메뉴 선정시 적어도 월·수·금요일만이라도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해달라"고 호소했다.

원동현 제주사범대부설고등학교 학생(2학년)은 행복하게 공부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달라고 제안했다. 원동현 학생은 "지역과 학교마다 쉬는 시간과 등교시간이 달라 아침을 못 먹고 등교하거나 피곤해서 엎드려 자는 학생들이 많다"며 "등하교와 쉬는 시간을 조정해 모든 학생들이 충분히 쉬고 아침밥도 챙겨먹고 등교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또한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한 과목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예체능과 특기적성 수업 시간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후보들 "100% 반영할 것...어른으로서 부끄럽고 고맙다"

이같은 아동들의 의견 발표에 각 후보들은 적극 지지를 보내며 모두 공약에 반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각 정당의 후보들이 학생들로부터 공약집을 건네받고 있다.@제주투데이

김방훈 예비후보는 "아동들의 공약에 놀랍고 감사하다"며 "100% 정책공약으로 하겠다"고 답했다. 아울러 "앞으로 어린이 참여위원회를 만들어 선거 때만이 아니라 어린이 정책을 듣고 도정에 반영토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고은영 예비후보도 "이미 모든 공약들이 녹색당에서 정책으로 제안한 바 있다"며 "도지사가 된다면 어린이 의회와 청소년 의회가 상시적으로 든든한 바람막이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광수 예비후보도 이미 모든 공약들을 담고 있다고 밝히면서 "급식과 공부문제는 항상 이야기했지만 지금도 그대로라는 점에 얼굴이 뜨겁다"며 "제주특별법의 교육특례를 활용해 학생들이 원하느는 공부를 할 수 있는 학교를 만들도록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장성철 위원장은 "아이와 청소년에게 이롭고 좋은 내용은 어른들에게도 좋은 것"이라며 "아이들 청소년 행복한 제주, 모든 주민이 행복한 제주를 만들기 위해 이 방향에서 정책공약하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이를 위해 8시간 이상 잠잘 수 있도록 캠페인을 조성하고 요일별 쓰레기 배출제 전면 폐지를 공약으로 당론으로 정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김대원 전 위원장도 "초저출산 시대의 사회에서 아이들 위주로 아이들 위한 정책 제도가 완비됐는가하면 아직 기성 어른들의 눈으로 제도를 만들고 실시하는 것 같다"며 "아동들의 소중한 의견을 직접적인 의사로 반영하는 체계적인 제도를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발표 직후 학생들은 이날 참석한 후보들에게 아동들의 공약을 공약박스에 담아 후보들에게 전달했고, 후보들은 공약을 지지하고 지키겠다는 의미로 서명을 했다. 

▲이날 공약 발표회에 참석한 후보들이 공약박스에 서명을 하고 있다.@제주투데이

초록우산 어린이재단과 복지관은 이번 공약박스와 공문을 다른 후보들에게도 전달할 예정이며, 아동의 의견이 공약에 반영되는지 여부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문교정 제주종합사회복지관 문교정 관장은 "어린이가 행복한 마을은 모두가 행복한 마을"이라며 "어린이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아동 스스로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해결의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그 과정들이 존중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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