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 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김수진(제주도청 존셈봉사회) 씨.(좌측)

10여 년 전, 어머니가 노인장기요양보험 등급 판정을 받고, 시설에 입소하여 요양 서비스를 받았었다. 매주 가족들과 시설에 계신 어머니를 찾아뵐 때면, 봉사자들이 찾아와 말벗이 되어 준다는 얘기를 많이 하셨다.

그때, 어머니를 집에서 모시지 못하는 내가 봉사를 한다는 것이 마음 한편으로 불편하기도 했었지만, 기회가 되면 나도 어머니가 봉사자들로부터 받는 나눔을 조금이나마 갚아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그러던 중 직장 동호회인 존셈봉사회와 인연을 맺어, 주말이면 노인 요양 시설 및 장애인 생활시설을 찾아 노력봉사를 시작하게 되었고, 10여 년이 넘도록 봉사활동을 다니고 있다.

2010년 겨울,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어머니를 제대로 모시지 못했다는 죄스러움과 어머니 생각이 날 때면 더욱더 봉사활동에 열과 성을 다하게 되었다.

주말이면 존셈봉사회 회원들과 만나, 첫째 주에는 제주양로원 및 제주요양원, 둘째 주는 아가의 집을 찾아 청소 및 목욕봉사, 주방 일손 돕기, 텃밭 가꾸기 등의 봉사활동을 하고, 사무실에서의 소소한 일상과 업무에 대한 공유와 소통의 시간을 함께 보내고 있다.

매년 3월에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스토리 기행에 참여해, 이동과 접근성의 제약 때문에 문화체험의 기회가 적었던 지역 장애인들과 함께 관광지 등을 둘러보면서 장애인 이동권 확보와 권익 옹호에 앞장서고 있다.

그리고, 혼자 사는 어르신들을 초청해 공연과 회원들이 직접 준비한 음식을 대접 및 생필품 무료 장터 참여 및 고추장과 김장김치를 회원들과 직접 만들어 어려운 가정에 전달하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행사를 할 때면 나는 다른 회원들보다 먼저 도착해 회장님, 총무와 함께 회원들이 도착했을 때 바로 진행될 수 있도록 장소 정리, 기본 재료 손질 등 미리 준비하는 일을 도맡아 하게 되었고, 회원들로부터 ‘선발대’라는 애칭을 받기도 했다.

때론, 늦잠도 자고 느긋하게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싶은 유혹을 받기도 하지만, ‘선발대’라는 애칭이 주말 아침잠을 깨우고, 부지런을 떨게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기도 하다.

2014년부터는 존셈 회원들과 함께 ‘해외 봉사 여행’에도 적극 참고 있다.

여행경비 전액을 참가자 개인이 부담하여 경제적인 부담도 있지만, 회원 상호 간의 화합도 다지고, 여행 기간 중 1일은 봉사활동을 통해 알차고 뜻깊은 시간을 만들고 있기에 빠지지 않고 참가하고 있다.

처음 일본 오사카 지역의 노인 주간보호시설 ‘사랑방’을 방문해서는 타국에서의 힘든 생활에도 불구하고, 고향 발전을 위해 헌신적인 사랑을 보여줬던 재일제주인 1세대 어르신들의 뜨거운 애향심을 잊지 않고 있다는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제주에서 왔다는 사실만으로도 ‘아이고, 잘도 좋다’며, 세월이 흘러 고향에 대한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그래도 어렴풋한 기억으로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울고 웃었던 일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이후, 2016년에는 캄보디아 시엠레아프에 위치한 고아원을 찾아가 공부방 환경 개선을 위한 페인트칠하기, 아이들과 미니운동회, 김밥 만들기를 했고, 올해 3월에는 태국 방콕에 위치한 고아원에서 학용품을 전달하고,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내고 왔다.

여러 가지 사정으로 고아원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이었지만, 밝은 모습으로 뛰어놀며 해맑은 미소를 짓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작은 행복을 느끼는 법을 배우기도 하고, 해외 봉사활동에 대한 보람도 느끼고 있다.

‘지금 이 순간 나는 행복을 느낀다’

사랑하는 가족이 있어 행복하고,

직장 동료들과 함께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소소함에 행복하다.

따스한 봄 햇살에 나들이 나온 가족들을 보니,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이 더욱 간절해진다.

어머니를 향한 내 마음, 이번 주말도 봉사활동과 함께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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