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촛불문화제에 세워진 세월호 참사를 기리는 노란 종이배의 모습@제주투데이

세월호 참사가 벌써 4주기다. 그 새 많은 일들이 있었다. 희생자들 구출을 하지 않았던 정권은 바뀌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탄핵 후 구속됐다. 참사 당시 행정이 실제 구출할 계획을 세우지 않고 있었다는 정황도 새롭게 드러났다. 

제주에 오고자 했던 300여명은 끝내 제주항에 도착하지 못한 채 먼 길을 떠났다. 16일 오전에는 정부 합동영결식이 4년만에서야 거행됐다. 이제 희생자 유족들은, 단원고 학생 희생자들의 부모들은 비로소 내 가족의, 내 아들의, 내 딸과 작별할 마음을 굳힌 것이다. 이제는 정말 진실규명이 드러날 것이라는 희망과 함께...

제주에서도 유족들의 마음을 함께 나누는 시간이 이어졌다. 16일 오후 7시부터 제주시청 어울림마당에는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시민들은 시청에 모여 촛불을 들고 제주에 오고자 했던 희생자들을 마음속으로나마 배웅하며 고인들의 명복을 빌었다.

▲제주시청 어울림마당에서 세월호 참사 4주기 제주 촛불문화제가 열리고 있다.@제주투데이

이날 행사에서는 제주볍씨학교 학생들이 세월호를 주제로 마임 공연을 보였다.

학생들이 세월호에 희생된 학생들과 가족들의 모습을 마임으로 표현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참석자들은 손으로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4년이 지났지만 세월호에서 겪었던 아픔은 하나도 퇴색되지 않은 모습이었다.

▲제주볍씨학교 학생들의 세월호 참사를 주제로 한 마임공연이 펼쳐지고 있다.@제주투데이
▲제주 촛불문화제에서 참석자들이 숙연한 표정으로 행사를 지켜보고 있다.@제주투데이

세월호 의인 김동수 씨 아내 김형숙씨와 이길주씨가 나와 발언했다. 이날 문화제에는 김동수 씨가 직접 나올 예정이었지만 다시금 정신적 트라우마로 인해 병원에 입원해 참석하지 못했다. 이에 이길주 씨는 현 김 씨의 상태를 설명했다. 이 씨는 "김 씨가 아이들을 구할 때 당시의 일보다는 해경의 말을 듣고 팽목항으로 나온 후의 일을 더 괴로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씨가 팽목항에 나오고 나서 아무도 그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는 것. 2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세월호에 있었지만 그 누구도 경찰이나 공무원이 그의 말을 귀기울이지 않아 학생들을 구하지 못했다는 자괴감에 괴로워 하고 있노라고 이 씨는 전했다. 또한, 이후 김동수 씨에게 '명예훈장을 받았으니 된 것 아니냐', '이쯤해서 그만하라'는 질타를 받으면서 김동수 씨의 트라우마가 깊어져왔다고 전했다.

김 씨의 아내 김형숙 씨는 발언대에 섰지만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김 씨는 "뭔가 말을 하려 했었지만 영상을 보고 마임 공연을 보자니 생존자의 가족으로서 무슨 말할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남편을 병동에 두고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후 김 씨는 어떤 말을 더 하고 싶었지만 "생존자 가족으로서 무슨 말을 하는게 의미가 있을까 싶다"며 끝내 발언대를 내려가 참석자들의 마음을 애타게 했다.

▲파란바지의 의인 김동수 씨의 아내 김형숙 씨가 발언대에서 차마 말을 잇지 못한채 눈을 감고 있다.@제주투데이

이어서 시민 발언대에서는 각계각층의 시민들이 나와 세월호에 대한 자기 생각을 펼쳤다.

서귀포시에서 온 천 모 씨는 "작년에도 제천 화재사고,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 등 많은 희생이 있어서 안타까웠다"며 "중요한 것은 안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천 모 씨는 "대한민국에 안전한 곳이 없다면 진정한 진상규명은 없는 것"이라며 "안전한 나라 만들기에 힘써줄 것을 정부에 당부한다"고 강조했다.

또, 중학생 양지희 양이 나와 세월호 참사를 기리는 활동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양지희 양은 "지난 2월 24일부터 파인땡큐 카페에서 세월호 리본만들기를 하고 있다"며 "저를 돕는 친구들이 많아 착하고 고마웠다"고 말했다. 지희 양은 "어른들은 제주에서는 일어나지 않는 일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지만, 우리에게도 그런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많은 분들이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한 서명운동을 하고 리본을 만들면서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어서, 제주시 시민 김기홍 씨가 나와 자신의 세월호 관련 활동에 기억을 밝히기도 했다. 김 씨는 "얼마전 근무할 때 세월호 리본을 학생들에게 나눠준 적이 있었는데 정치적인 활동이라며 비토하는 사람들이 있었다"며 "아픈 사건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들춰내는 것이 정치라면 그게 나쁜 것이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김 씨는 "우리는 기억하는 것 자체도 싸움이며, 제대로 기억하려는 것도 싸움이다"며 "특정정치세력에 의해 말 못하는 시간이 완전히 지나갔는지는 모르겠다. 계속 진실을 밝힐 수 있도록 그냥 꿋꿋하게 함께 기억하기 위해 싸웠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시민들은 이제야 시작된 세월호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며 구호를 외쳤다. 

▲제주 촛불문화제에 모인 시민들이 세월호 참사의 책임자 처벌과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제주투데이

한편, 제주시청 앞에서는 지난 주부터 분향소가 차려져 밤늦도록 많은 시민들이 찾아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이날 참사의 의미를 되새겼다. 평소보다 추운 날씨였지만 밤이 깊을 수록 문화제를 찾는 사람들의 발길은 줄을 이었다. 

이날 행사에서는 버스킹 공연과 리본달기 행사도 이어졌다. 사람들의 기억은 여전했고, 아픔도 사그러지지 않은 듯했다. 

이번 촛불문화제는 416연대 제주모임과 기억공간 re:born, 세월호촛불연대 등이 주관·주최했다.

▲이날 제주시청 앞에는 분향소와 함께 세월호 참사의 경과 과정을 설명한 대자보가 붙어있다.@제주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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