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투데이는 제주사랑의 의미를 담아내는 뜻으로 제주미래담론이라는 칼럼을 새롭게 마련했습니다. 다양한 직군의 여러분들의 여러 가지 생각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 제주발전의 작은 지표로 삼고자 합니다.]

고광호/ (사)대한합기도총연맹 제주지회장, (사)한국자연경관보전회(환경부소관) 이사, 한원리장

‘제주’하면 돌담 초가집이 대표적인 제주 건축 양식이다. 근래 들어 외지인들에게 각광을 받는 것 또한 돌담집이다. 제주의 선조들은 자연에 순응하며 자연과 더불어 살아왔고, 자연에 거스르지 않으며 살았음을 초가집에서 알 수 있다.

사면이 바다인 제주에는 바람이 거세기 때문에 바람을 막기 위해 돌담으로 외벽이 둘러져 있다. 바람이 세기 때문에 밭담이든 집 외벽 담이든 구멍이 수왕수왕 뚫어져 있는데, 그것은 자연을 거슬리지 않는 지혜로움인 것이다. 만일, 구멍이 없다면 거센 바람으로 인하여 바람의 저항을 못 이겨 돌담 전체가 와르르 무너지기 때문이다.

제주의 초가는 새(모.茅)를 사용한 것이 타 지역과 구별이 된다. 새(모.茅)는 한라산 기슭 초원에서 생산된다. 제주 초가집의 재료를 살펴보면, 돌과 나무, 새(모茅),그리고 흙이 전부다.

지붕은 새로 되어 있으며, 새줄(지름3~5cm)로 가로와 세로를 그물망처럼 얽어맨 지붕은 거센 바람에 대항하는 삶의 지혜이자 제주만의 특징인 것이다. 집의 외부 벽체는 자연석 현무암 돌로 쌓아 올리는데, 돌과 돌 사이의 구멍은 흙으로 메워 축조 되었다. 내부 주벽체의 골격은 가시나무나 참나무, 대나무 등 온대 상록수를 사용했다. 골격과 골격 사이는 대나무나 소나무 각목을 엮어서 보릿대와 흙을 섞어서 진흙을 발라 세웠다.

방을 살펴보면, 온돌을 하기 위해 불길을 만든 위에 얇고 넓은 돌을 깔아 놓았다. 그 위에 진흙으로 평평하게 다져 깔았다. 그래서 굴묵(아궁이)에 불을 떼면 구들(방) 방 전체가 따뜻해진다.

정지(부엌) 한 귀퉁이에 고팡이라 하여 농산물(보리, 조, 콩 등)을 저장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예전에 제주의 주된 농산물은 보리, 콩, 고구마, 조와 메밀이었다.

마루 널과 문짝은 굴묵이(참) 나무로 되어 있는데, 옛날에는 한라산에 많이 자생했다고 한다. 그리고 초가집 마당이나 뒤뜰에는 대나무가 심어져 있는데, 애기구덕이나 차롱착, 삿갓, 패랭이 모자 등 생활 용구를 만들 때 쓰였다.

특이한 것은 집을 지을 때 칸막이 벽체는 대나무를 엮어서 그 위에 흙을 바르고 도배를 하는 것인데, 그것은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웃풍을 막아 주는 공법으로써 선조들의 지혜라 할 수 있다.

특히 제주의 해안가 초가는 거센 바람 때문에 낮게 지어져 있다. 기단(基檀)의 길이도 제주의 경우 평균 15.8cm로서 내륙지방 45cm에 비하면 대략 30cm 정도가 낮은 편이다. 이것 또한 거센 바람의 저항을 막기 위한 선조의 지혜인 듯 하다.

반면, 외벽 돌담은 지붕 처마와 비슷한 높이로 높게 쌓아져 있음을 볼 수 있다. 집체의 외벽을 보면 해안가에는 겹담을 쌓거나 돌 면과 면이 고르게 붙여서 쌓아 있다. 중산간에는 해안가에 비해 외벽 담장이 낮게 쌓아 있으며 초가의 외벽도 해안가에 비해 허술하게 지은 모습을 볼 수가 있다. 이것은 해안가 보다 중산간이 외풍이 적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제주의 초가는 집체를 둘러쌓은 외벽부터 집체 벽까지 돌담으로 되어 있으며, 보릿대와 흙으로 섞어서 반죽을 만들어 구멍을 메운 것이 특색인 것이다. 물론, 돌담이 높아서 폐쇄적이라고 보일 수도 있지만 그렇지가 않다. 왜냐하면, 제주에는 대문이 없다. 집안을 내다볼 수 있는 정낭이 있을 뿐이다. 폐쇄적이었다면 내륙 지방과 같이 대문이 있고 빗장이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제주의 역사는 지정학적으로 바람과의 전쟁, 외세로부터의 침입, 그리고 4.3으로 억압된 삶과 수난의 역사를 간직한 곳이다. 모가 나지 않고 소박한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제주의 초가집처럼 우리네 삶도 공동체 안에서 상부상조하며 살면 얼마나 좋을까? 초가집을 그리다 보니 옛것이 그립고 옛날의 소박했던 삶이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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