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숙 존셈봉사회 회장. '존셈'은 작은 마음, 잔 정을 뜻하는 제주어다.(사진=제주투데이)

존셈봉사회. ‘존셈’은 ‘작은 마음’, ‘잔정’을 뜻한다. 강은숙 존셈봉사회 회장을 만났다. 사람을 편하게 하는 맑은 표정, 금방 울음을 터트릴 것 같은 눈. 품고있는 마음이 숨김없이 고스란히 들켜버릴 것 같은 얼굴이다. 현재 보훈청에서 근무 중인 강은숙 씨는 창립 때부터 회장을 맡아오고 있다. 만 11년째다. 힘들지 않은지 묻는 말에 아직 부족하니 조금 더 노력하라는 회원들의 메시지인 것 같다며 웃는다. 우문현답이다. 

제주도청 소속 공무원들로 구성된 존셈봉사회는 2007년 5월 23일 만들어졌다. 처음 23명으로 시작된 봉사회는 현재 회원 수 80명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적은 규모는 아니다. 어떻게 만들어져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을까.

강은숙 씨는 “지금은 봉사활동이 많이 활성화 돼 있다. 근데 10여년 전만해도 봉사활동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분들도 많았다. 그 분들 함께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우선 5명이 시작하게 됐다. 5명이 2007년 3~4월 몇 차례 봉사활동을 나간 뒤 모집을 해보니 23명인가 모집이 됐다. 그렇게 해서 5월 23일 봉사활동에 나서게 됐다. 그날을 존셈봉사회 창립일로 잡고 있다.”고 말한다.

강은숙 씨는 존셈봉사회가 만들어지기 전부터 개인적으로 봉사활동을 해오고 있었다. 거의 매주 시간을 내 봉사활동을 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봉사활동은 그가 할머니, 할아버지를 생각했던 마음의 표현이기도 하다. 그는 어릴 때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손에서 컸다. 나중에 크면 할머니, 할아버지께 잘 해드린다 했는데 고등학생 때 돌아가셨다. 할머니, 할아버지를 사랑했던 마음이 자원봉사로 이끌게 된 셈이다. 그리고 그를 자원봉사의 길로 이끈 계기가 하나 더 있다.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다른 이들을 바라본 기억.

“초등학교 때 급식을 받았다. 우리 학교가 좀 빨랐다. 85년도다. 그때 5~6000원 하는 한 달 급식비를 못 내는 친구들이 있었다. 한국복지재단 결연사업으로 결연자들이 급식비를 후원해주는 걸 보았다. 그걸 보면서 나도 나중에 저렇게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도와줄 수 있는 사람. 그 바람을 이룬 것은 직장생활을 시작한 뒤다. 강은숙 씨가 고등학교 졸업 후 직장 생활을 하면서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한국복지재단(현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다. 그때 1만원을 결연하며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자원봉사의 삶을 살게 된 데는 어머니 영향도 컸다고 회상한다. “어머니가 부녀회 활동을 하면서 폐품수집, 경로잔치를 하는 것 등을 보면서 영향을 받은 것 같다.” 이런 계기로 한국복지재단에서 반찬배달, 벽지 도배 등 주거환경 개선 등 재가복지 봉사로 자원봉사를 시작하게 됐다.

울음이 많을 것 같다고 말하니 강은숙 씨는 “총무님이 늘 그렇게 말씀하신다. 또 울엄수과?(웃음) 매번 울컥거리게 된다.”고 말한다. 존셈봉사회 활동을 하면서 특별히 인상적이었던 기억을 물었다. 그는 존셈봉사회에서 해외봉사를 나가 일본 오사카 시에 있는 1세대 재일 제주인들을 만난 기억을 떠올렸다.

“존셈봉사회에서 여행을 겸한 해외 봉사활동을 나가기도 한다. 일본, 캄보디아, 태국 등에 다녀왔다. 오사카에 갔을 때는 여느 때보다 많이 울었던 것 같다. 재일교포 1세대들이 여러 필요 물품을 제주로 보내주는 걸 보아온 세대다. 1세대 어르신들이 돌아가시기 전에 그 분들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려드리고 싶어서 2014년에 오사카시에 방문했다. 오사카에 사랑방이라는 주간보호비설이 있다. 사투리로 이야기 하니 다 알아들으시고 좋아하셨다. 만나자마자 눈물이 쏟아졌다. 봉사회 자녀들도 함께 갔었다. 아이들도 그 분들의 말은 잘 못 알아듣지만 울컥하다고 했다. 그때 기억하니 지금도 또 울컥해진다.”

존셈봉사회는 창단 행사를 봉사회 취지에 맞는 어르신 초청행사로 연다. 어르신들의 모습을 보고 배우고, 어르신들이 있었기에 우리가 있을 수 있다는 취지다. 제주시 독거노인원스톱지원센터를 통해서 독거노인 60분 정도를 모셔온다. 그날 하루 어르신들께 집밥을 제공하고 무료 장터를 운영한다. 그간 회원들이 모은 여러 답례품이나 구입해온 생필품 등을 어르신들이 하나씩 골라서 가져가실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초청 행사 때 불러줘서 고맙다고 말씀 해주시는 어르신들과 회원들이 함께 눈시울을 붉힌다. 서로가 서로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다음 만날 시간까지 살아갈 용기를 얻게 되는 순간이다.

오랫동안 봉사활동을 해오다 보니 그간 만나온 어르신들 중 세상을 떠난 이들도 있다. 마음이 아파서 이제 다시는 봉사활동을 하러 못 갈 것 같다는 회원들도 있다. 노쇠해져 가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보면서 마음의 준비를 한다고.

존셈봉사회는 회원들의 참여도가 높다. 매주 봉사활동에 적극 참여하는 회원들도 있고, 직접 참여할 자신이 없는 회원들은 연간 6만원 하는 회비를 꼬박꼬박 내 힘을 보태준다. 이제는 회원들이 많이들 익숙해져 있어서 회장이나 총무가 없어도 시설봉사 봉사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첫째 주는 제주양로원, 둘째 주는 아가의 집을 찾는다. 다른 주에는 어르신 초청행사도 하고, 장애인 나들이 행사, 고추장이나 김치를 만들어서 제공하는 일도 하고 있다.

강은숙 씨는 “존셈봉사회 회장 입장에서 회원들이 적극 참여해줘서 힘든 것은 없었다. 봉사회 회원들이 이렇게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 회원들이 열심히 봉사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려운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눈을 갖게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전문봉사단체는 아니라 거창한 활동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의 활동이 또 다른 이들에게 용기를 주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자원봉사를 하고 싶은데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해 그는 “주저하시는 이유는 본인이 할 수 있는 것이 있을까, 도움이 될까, 도리어 방해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할 수 도 있을 것 같은데 꾸준히 해봐야겠다는 용기만 있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라고 말한다.

강은숙 씨는 시설에서 근무 중인 요양보호사 등 사회복지업계 종사자들에 대한 고마움도 드러냈다. “시설 같은 데 가면 사회복지 관련 종사자들께서 감사하다는 말을 많이 하시는데, 도리어 우리가 감사하다. 아무리 직업이어도 힘들고 지칠 수밖에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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