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라 노동자의 군대, 굴레를 벗어던져라.
정의는 분화구의 불길처럼 힘차게 타오른다."

전세계 노동자의 연대를 의미하는 '인터내셔날가'가 제주도청 앞에서 울려퍼졌다. 

▲민주노총과 시민단체 및 정당관계자들이 제주도청 앞에서 2018 세계노동절 제주대회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제주투데이

노동절을 맞아 전국에서 노동자들의 인권 강화를 위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제주에서도 노동헌법 선언문을 발표하고, 비정규직 철폐와 부당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노동자대회가 열렸다.

민주노총 제주본부(본부장 김덕종)는 1일 오전 10시 제주도청 앞에서 '2018 세계노동절 제주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약 1천여명의 각 지부 및 분회 조합원, 도민사회단체 및 정당이 모인 가운데 도청 앞 도로를 메우고 제주의 노동현실을 개선해야 한다는 뜻을 모았다.

◎"촛불이 세운 개헌안은 노동헌법돼야"

이날 대회사에서 김덕종 민주노총 제주본부장은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개선에 소홀한 도청과 도교육청, 도의회가 모여있는 이 앞에서 노동자의 투쟁의 목소리와 결기를 보이고자 이 자리로 노동자대회를 정했다"며 "여전히 꿈쩍하지 않는 도청과 도교육청과 한판 투쟁을 벌여 노동자들이 현장으로 돌아갈 수 있게끔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 제주본부는 올해 3대 투쟁과제로 ▲한라산국립공원 후생복지회 집단 해고 철회, ▲공공부문부터 예외없는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쟁취, ▲히든클리프 투기자본의 외주화 저지와 노동자생존권 사수, 노조탄압 저지를 위한 투쟁 등으로 정했다. 

이에 김덕종 본부장은 "제주도에 많은 사람들이 휴양을 하러 오지만 정작 제주에서 사는 노동자의 삶은 높은 비정규직 비율과 불안정안 일자리, 저임금으로 어렵고 힘들게 살고 있는게 과연 정상이냐"며 "현재 공공부문 정규직화를 위한 심의위는 정규직전환심의위가 아니라 비정규직절망심의위가 된지 오래"라고 지탄했다. 이어서 김 본부장은 "노동자가 손을 치켜세우고 투쟁해야 하는 현실이 서글프지만 한국자본주의 사회에서 광장에서 거리에서 우리 목소리를 외쳐야만 한다"며 "이를 통해 관료와 도의원, 정치인이 우리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도록 우리 스스로 바꾸는 투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덕종 민주노총 제주본부장이 대회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제주투데이

이어서 민주노총은 노동헌법 선언문을 발표하고 노동헌법 8대 요구를 제창했다. 민주노총은 "촛불민중의 힘이 87년 6월 항쟁과 7·8·9노동자대투쟁 이후 30년만에 개헌 공간을 열어냈다"며 "이제 구시대 낡은 헌법을 버리고 촛불광장의 새사회 요구와 희망을 채운 새헌법을 거머쥐어야 한다"고 외쳤다. 따라서 민주노총은 이번 개헌안은 절대다수 노동에 기반한 민주주의 실현, 평등사회 실현 등을 담은 노동헌법이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민주노총은 ▲모든 사람의 일할 권리, ▲적정임금,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 ▲노동3권의 온전한 보장, ▲사기업 노동자의 이익균점권 복원과 노동자의 경영참가권 보장, ▲기반시설 공공서비스와 보건의료 공공성 원칙,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의 실질화, ▲성평등 권리의 구체화와 실질화, ▲안전권과 건강권의 확대 등을 노동헌법에 담겨야 하는 개헌안으로 제시했다.

▲민주노총과 시민단체 및 정당관계자들이 제주도청 앞에서 2018 세계노동절 제주대회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제주투데이

◎"집단해고, 외주화, 비정규직 모두 깨부술 것!"

이날 행사에서는 민주노총 제주본부의 주요 과제로 선정된 노조가 참석해 투쟁발언을 이어갔다.

먼저 김동훈 한라산국립공원후생복지회분회장와 손창배 히든클리프호텔노조위원장이 나와 현재 상황을 설명하고 연대투쟁을 요청했다.

김동훈 분회장은 "노조가입을 이유로 후생복지회가 해산되고 해고당한 이후 조합원들은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도청 앞에서 매일 투쟁해왔다"며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전원 직접 고용을 약속했지만 복직이나 조건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계속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손창배 위원장도 "우리 스스로 회사 화단에 꽃을 심고 호텔을 열어 자부심을 가졌지만 사내에 이상한 분위기가 생기면서 작년에 노조를 설립하고 단협을 체결하기도 했다"며 "노조가 생기니 호텔에서 이 부서만 외주화하는 것은 노조를 탄압하려는 횡포이며 이를 막기위해 투쟁을 멈추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손창배 히든클리프호텔노조위원장(왼쪽)과 김동훈 한라산국립공원후생복지회분회장(오른쪽)이 투쟁발언을 하고 있다.@제주투데이

또한, 이날 공공부문 노조에서는 고영란 환경미화원 부분회장과 홍정자 교육공무직본부제주지부장이 나와 현재 진행되는 도청과 도교육청의 정규직전환의 실태를 알렸다.

홍정자 지부장도 "교육청 소속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비율은 5개 직종 9%로 논의되고 있어 전국에서 가장 낮다"며 "공공기관 중 가장 비정규직이 높은 곳으로 도교육청의 정규직전환은 실패했다"고 규탄했다. 

고영란 부분회장은 "작년에 정규직이 되어야 했지만 심의위는 아무 이유없이 환경미화원들을 정규직에서 제외시켰으며 도청소속 기간제노동자 3명 중 2명도 제외됐다"며 "정규직 기대가 컸던만큼 절망감도 컸다. 우리는 한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으로 보는 것이냐"고 눈물 짓기도 했다.

▲홍정자 교육공무직본부제주지부장(왼쪽)과 고영란 환경미화원 부분회장(오른쪽)이 투쟁발언을 하고 있다@제주투데이

이에 민주노총은 '투쟁결의문'을 발표하고, '노동자의, 노동자를 위한, 노동자에 의한 노동헌법 선언'을 강조하며 단결투쟁으로 노동중심 평등사회를 구현하겠다고 다짐했다. 또한, 구조조정 저지와 고용보장 쟁치, 최저임금 1만원 쟁취, 재벌체제 해체를 강조하고 노동적폐 청산에도 나설 것임을 천명했다.

◎이어지는 연대...민주노총, 5개 진보정당 선거 지지키로

한편, 이날 민주노총은 이번 6.13 지방선거를 대비해 노동조건의 개선을 강조하는 정의당과 녹색당, 노동당, 민중당, 변혁당 등 5개 정당을 지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문도선 민주노총제주본부 정치위원장은 "노조할 권리를 보장, 사람다운 삶 보장, 노동자와 시민 참여, 차별과 비정규직 없는 사회, 조기취업형 현장실습제 폐지 등은 선거만이 아니라 최소한으로 필요한 요구"라며 "선거공학이 판치고 이합집산의 정치가 아니라 현장에서 분출하는 요구를 실현하는 정치라야 한다"고 말했다.

문도선 정치위원장은 이를 위해 오는 3일 대표자 회의와 10일 임시대의원대회를 통해 노동정치를 실현할 후보를 선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 정치위원장은 "이번 선거를 통해 8,500명 조합원의 열망을 모아 노동자 정치의 씨앗을 뿌리자"며 "제주지역 노동자정치와 제주를 실현하기 위해 앞장서겠다"고 덧붙였다.

▲제주도청 앞에 약 1천여명의 노동자들과 시민단체, 정당들이 모여 2018 세계노동절 제주대회에 참석하고 있다.@제주투데이

아울러 이날 행사에서는 예지영 제주도립교향악단분회 부분회장이 연대의 의미를 담아 첼로 독주를 연주했다. 또한, 비정규직 철폐와 집단해고 철회, 외주화 중단을 위한 얼음깨기 퍼포먼스 열렸다. 또한, 전세계 노동자들의 연대를 다짐하는 의미로 인터내셔널가 제창도 진행됐다.

노동대회 말미에 조합원들은 제주도청 정문 앞에서 비정규직 철회와 노동 중심 사회 건설을 촉구하는 의미로 도청을 향해 구호를 외친 후, 노형로타리까지 행진을 이어갔다.

한편 민주노총 제주본부는 오는 12일 4.3민중항쟁 70주년 제주도민 걷기대회를 열고, 제주여고에서 관덕정, 화북곤흘동에서 관덕정까지 각각 걷는 행사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비정규직철폐와 집단해고철회, 외주화 중단을 위한 얼음깨기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제주투데이
▲노동자들과 시민들이 도청 앞에서 비정규직 철폐와 제주노동자의 현실개선을 촉구하면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제주투데이
▲노동자들과 시민단체들이 노동자대회 직후 거리행진을 이어가고 있다.@제주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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