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투데이는 제주사랑의 의미를 담아내는 뜻으로 제주미래담론이라는 칼럼을 새롭게 마련했습니다. 다양한 직군의 여러분들의 여러 가지 생각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 제주발전의 작은 지표로 삼고자 합니다.]

황경수/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트럼펫티는 나의 악기 트럼펫의 애칭이다. 미메스는 모방이라는 미메시스에서 따온 말로 필자의 애칭이다.

트럼펫티 : 주인님은 저 트럼펫티 연주를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안 들었나요? 지난 번 글에서는 가장 어려운 악기라고 징징 짜시던데요!

미메스 : 말을 마세!! 트럼펫티씨! 얼마나 자주, 얼마나 많이 포기하고 싶어 했는지 말로는 다 못한다네.

여기에서는 그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문제가 있었던 사례들을 올려놓아보겠네! 첫 번째 사례는 미국에 조사 갔을 때인데, 뉴 멕시코시티라는 주 산타페시 산에 올라 정상에서 포켓 트럼펫을 불다가 그만 더 이상 소리를 낼 수 없었던 일이 있었어요. 트럼펫은 “하루를 연습하지 않으면 자기가 알고, 이틀을 안 하면 비평가가 알고, 사흘을 쉬면 청중이 안다.(이 이야기는 야사 하이페츠가 남긴 말이라고 한다. If I don't practice one day, I know it, two days, the critics know it, three days, the public knows it.)”라는 말이 있듯이 평상시에 연습을 부지런히 하지 않다가 미국에 간 것이고, 미국에서 몇 일 머물면서 트럼펫을 입에 대지 못했다가 산에 올라서 불었으니 소리가 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외국인들도 모여서 듣고 있었는데, 흑흑... 정말 부끄러웠지만 사실 인정. 그리고는 값진 교훈을 얻었다. 하루라도 트럼펫을 놓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두 번째 실패사례로, 한번은 딸이 피아노 반주를 하고 내가 트럼펫을 불게 된 상황에서 실패한 일이 있었지요. 문예회관에서 일본에서 제주도에 연주여행 온 합창단을 위한 공연에 찬조 출연했지요. 망했습니다. 망했어. 완전히 망했지요. 그림은 좋았어요. 초등학생 딸과 아빠가 한 무대에서 반주와 트럼펫으로!! 제가 입술이 말라서 소리가 나오지 않는 것이었어요. 후배가 초대해주어서 무대에 섰는데, 그만 최악의 민폐! 리허설할 때나 연습실에서 불 때는 아주 좋았다. 너무 연습을 많이 해서 입술이 풀렸는지, 긴장해서 그랬는지 그만 높은 음은 물론 낮은 음에서도 나의 의지대로 소리가 나지 않는 것이었다.  

세 번째 아픈 사례로, 트럼펫을 트럼펫답게 불지 못해 핀잔을 받은 일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음악부 출신 동료들이랑 자동차에서 이동할 때이다. 자동차 안에서 코넷이라는 트럼펫과 비슷한 악기를 가지고 내가 불었다. 누군가가 코넷에서 유포늄 소리가 난다고 했다. 사실이다. 튜바를 불다가 코넷을 부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호른 부는 사람이 튜바를 연주하면 튜바에서 호른 소리가 난다고 놀린다. 그와 똑 같은 현상이다. 튜바를 연주하던 사람이 코넷을 연주했으니 코넷에서 튜바 소리는 아니지만 코넷과 튜바 사이에 있는 악기인 유포늄 정도의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을 것이다. 그로부터 10여년이 흘렀다. 지금도 트럼펫에서 슬쩍 유포늄이나 바리톤 소리가 날지 모른다. 주법이 그러하고 과거에 튜바를 불렀던 기억이 많아서. 그래도 연습한다.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라는 소설에서 나오는 구절이 생각난다. “인간이란 스스로 절망하고 포기하기 때문에 패배 당하는 것이다. 하지만 난 절대 절망하거나 포기하지 않아!”라는 구절이다. 지금 생각할 때 노인은 멀고 먼 바다로 나가서 엄청 큰 청새치를 잡고 마실 물도 끝나고 창도 잃게 되고 온갖 고난을 겪으면서 돌아온다. 손에는 피가 난다. 상어떼의 공격으로 청새치는 뼈만 남았어도 혼자 포기하지 않은 것에 의미를 부여하며 항구로 돌아온다. 동네 꼬마와 같이 왔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아주 비슷하다. 거의 똑 같다고도 할 수 있다. 포기하지 않아야 결국 즐길 수 있다. 즐기기 까지가 오랜 시간이 걸리니 포기하는 사람이 많은 악기라 아쉬움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불기는 힘들고 포기하기는 쉬운 악기라는 말이다. 그래도 미메스는 ‘앞으로 앞으로’ 걸어 나갈 뿐. 

트럼펫티 : 실패한 사례, 아파했던 사례를 들려주셨습니다. 정말 어려운 일이군요. 실패한 사례는 아니지만 처음 배우고자 하는 분들에게 들려줄 예방차원의 말씀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어요?

미메스 : 할 이야기는 많네만 다할 수는 없고 트럼펫만이 가지는 특징과 연결되는 이야기를 몇 가지 해봄세. 첫 이야기로 들려줄 말은 입술이 자주 부스럼이 생기고, 염증이 생긴다는 점. 트럼펫은 입술에 갖다대는 피스가 울림판 역할을 하여 소리를 울리기 시작한다. 울림판인 피스에 입술을 대는 방법에 따라 높낮이가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밸브를 조작함에 따라 관의 길이가 달라지고, 진동수를 다르게 하여 음의 높낮이를 완성하고, 벨을 통해 확성하여, 밖으로 나오면서 아름다운 소리가 된다. 입술은 피스와 항상 만나기 때문에 위생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오랫동안 연습을 하면서 작은 상처가 생기거나 입술이 찢어지는 상황이 발생한다. 여기에 세균이 붙어서 피가 나고 염증이 생긴다. 많이 아프다. 누구나 이런 아픔을 느끼는 과정이 있는 것 같다. 튜바를 불 때는 악기에서 침을 빼면 하얀색 침이 떨어져야 하는데 빨간 피가 묻은 침이 떨어지기도 했다. 입술에 흐른 피다. 그런 고통을 겪다가 입술이 적응 하거나 입술이 단단해지면서 점차 상처가 생기는 일이 줄어든다. 그 때쯤 되면 악기에 익숙해지고 ‘도레미파솔라시도’의 단계적 진행정도를 표현하는 스케일(scale)이 조금씩 가능하기 시작한다.

<사진> 2018년 올해 종합운동장에서 모교 축구경기(백호기) 응원하면서 연주하는 모습

   

둘째 이야기는 입술이 다른 어떤 악기보다 빨리 풀리기 때문에 오래 연주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 말은 트럼펫 연주에 있어서는 입술이 빠른 피로감으로 긴장된 상태를 계속 지속할 수 없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입술이 피로해서 풀리면 그 이후로는 높은 음(high note)을 내기가 어렵다. 입술이 풀리면 소리를 내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도 소리를 내기 위해서 입술 모양을 변화시키면서 소리를 내려고 노력한다. 이것이 문제이다. 입술을 변형하면서 억지로 연주를 이어갈 경우 그 동안 바람직한 연주 주법에 따라 연습하고 연주해오던 입술모양이 나쁜 방향으로 변하게 된다. 입술 가운데 부분을 이용하던 루틴이 덜 필요한 입술 쪽을 이용하면서 가운데로 부는 것이 안이나 옆으로 부는 연주자가 되기도 한다. 응원을 위한 연주를 하거나 리허설을 많이 한 연주회 때 이런 상황이 많이 발생한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초보자일 때는 말할 것도 없이 자주 발생한다. 이러한 문제를 예방하려면 평소에 연습하면서 일정시간 연주하고, 일정시간 쉬는 행위를 반복하면서 자기만의 방법을 채택해야 한다.    

처음 배울 때 잘 했어야 했다. 윗입술을 피스 안에 감싸서 넣는 방식을 터득했어야 했다. 미메스는 고등학교와 군악대에서 튜바를 불었었기 때문에 트럼펫에 맞는 방식을 채택하지 못하였다. 튜바를 연주할 때처럼 입술을 오므리고 말아 넣는 과정 없이 피스에 그대로 접촉하게 하는 방식에 익숙해 있었다. 잘못된 것도 모르고 그 주법이 맞다고 생각해서 혼자 연습하면서 그 방식을 매우 충실히 이행해 왔다. 윗입술을 피스에 말아 넣지 않으면 트럼펫을 오랫동안 연주해 낼 수 없다. 튜바와 트럼펫의 입술을 피스에 대는 방법은 완전히 다르다고도 할 수 있다. 나중에 미메스는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고도 스스로 위안을 했다. “입술 두터운 흑인들도 트럼펫을 잘 부는데. 루이 암스트롱 같은 사람들은 입술을 트럼펫 속으로 다 집어넣지 않고도 잘 불던데. 연습으로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혼자 다짐하고 다짐한다.

지금 시점에서 트럼펫을 포기하기는 싫다. 포기하는 것은 그때도 싫었고, 지금도 싫다. 지금까지 진행한 것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멋있는 상태라고 생각하고 있다. 앞 이가 빠져서 불 수 없을 때까지 해보자는 마음으로 계속하고 있다. 나이 들 때까지 계속 연주하여 내 주법이 틀린 것인가를 나중에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일종의 도전욕이다. 지금은 내가 내 주법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주법을 고치고 싶어도 못 고치는 상황이다. 많이 고착화되어 있다. 주법이 이길 것인가 내 의지가 이길 것인가? 나이 들어 한번 확인 해보고 싶다. 그 확인을 위해 오늘도 트럼펫을 꺼내든다오. 트럼펫티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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