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지사 선거가 도덕성 검증이라는 미명 아래 각종 의혹이 활개하고 있다. 어떤 것은 합리적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일부는 증거조차 확보되지 못한 '던지고 보자'식 의혹이어서 도지사 선거는 이미 과열을 넘어 폭주하고 있다.

▲제주도지사 선거를 둘러싸고 도덕성 검증에 관련한 의혹이 쏟아지고 있다 너무 많은 논쟁으로 인해 선거전이 과열되면서 정책이슈 논쟁은 자취를 감췄다@자료사진 제주투데이

이 논쟁의 주된 대상은 문대림 더불어민주당 제주도지사 예비후보다. 지난 2월 청와대 제도개선비서관에서 물러난 문대림 예비후보는 제주도지사 선거 출마를 발표한 이후 신고식을 톡톡히 치르고 있다.

지난 3개월 사이에 굵직한 의혹만 6~7개이며, 고소나 고발 등 법적조치까지 이뤄졌다. 또한, 내연녀 등 개인사까지 언급되면서 도지사 선거에서 정책 논쟁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1차 과열: 제주유리의성, 송악산 인근 부동산 매매
미흡한 해명, 무의미한 법적 조치...커지는 의혹들

문대림 예비후보를 향한 의혹의 첫 시작은 '제주유리의 성'이었다. 장성철 바른미래당 제주도당 위원장은 지난 2월 19일 문 예비후보가 제주지역언론 '시사제주'와의 인터뷰에서 거론했던 유리의 성 의혹을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예비후보가 제주도의원 시절 유리의 성 주식을 가지고 있었는데, 투자 이유와 배경이 불분명하다는 것.

그러자 당시 경선 경쟁자였던 김우남 예비후보가 바톤을 이어받아서 본격적인 공세에 나섰다. 김 예비후보는 문 예비후보가 유리의 성 주식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약 5년 동안 합명·합자·유한회사 출자 지분으로 허위신고했다고 밝혔다. 또한, 문 예비후보가 도의회 환경도시위원장을 지내면서 유리의성 감사직까지 역임한 것으로 드러나, 유리의성 인허가 과정에서 정치적 개입이 있었을 가능성도 언급됐다.

▲제주유리의성 전경@사진출처 제주유리의성 홈페이지

이어서 김우남 캠프는 문 예비후보가 송악산 인근 부동산을 매매했던 사실을 포착하고, 부동산 투기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제주지역언론 '제주의 소리'에서는 심층기사를 작성하는 한편, 문 예비후보가 석사학위를 쓰는 과정에서 일부 내용을 표절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문 예비후보측은 이에 대해 크게 반발하면서 고유기 김우남 캠프 대변인을 검찰에 고소했다. 또한, 제주의 소리에 대해 언론중재위원회에 조정 신청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같은 문 캠프의 대응은 큰 효과를 거두기 힘들다는 비판이 높았다. 표절 의혹 기사에 대한 언론중재위 조정 신청은 기각됐으며, 송악산 의혹과 관련해 허위사실이라고 보기에는 매매했다는 사실이 분명히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문 예비후보가 유리의 성 의혹과 관련해 "주식을 출자지분으로 잘못 신고된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며 단순착오였다고 해명하면서 의혹은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지금도 이와 관련해 문 예비후보의 추가적인 해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은 것도 이런 이유다. 일단 이 의혹은 더불어민주당 경선에서 문대림 예비후보가 선출되면서 다소 누그러진 상태다. 그러나 김우남 예비후보를 비롯해 당시 경선 예비후보들이 반발하고 있어, 정당 내 갈등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2차 과열: 부동산개발회사 취직, 내연녀, 기사 댓글 조작
증거 미확보, '던지고 보자'식 의혹...'혼탁'해지는 선거판

경선 이후, 문대림 예비후보를 향한 공격은 다시금 과열 현상을 맞이했다.

먼저 원희룡 제주도지사 예비후보는 문 예비후보와 우근민 전 지사 연대를 비판하고 나섰다. 우 전 지사가 문 예비후보를 돕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김방훈 캠프와 원 캠프는 우 전 지사 시절 유행했던 '조배죽(조직을 배신하면 죽는다)' 적폐를 언급하면서 우 전 지사와 문 예비후보를 공격하고 나섰다. 

특히 원 예비후보는 문 예비후보가 제주도의회 의장 시절 장옥량 녹지그룹 회장과 만나 제주도 헬스케어타운에 투자할 것을 권유했던 사실을 언급했다. 즉 제주 난개발의 주범이 문 예비후보라는 것. 그러자 문 캠프는 원 예비후보가 오라관광단지를 투자유치 수범사례라고 했다며 반격하고 나섰다. 서로가 서로를 난개발의 주범이라며 책임 떠넘기기하는 모양새다.

그러던 중 5월부터 김방훈 캠프를 중심으로 논란이 다시금 일어났다. 김방훈 캠프는 지난 8일 문 예비후보가 지난 2013년 (주)참좋은제주개발 부회장으로 6~7개월간 근무했다는 사실을 밝힌 것이다. 김 캠프는 문 예비후보가 이 과정에서 이 회사의 개발사업에 로비스트로서 관여했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문대림 제주도지사 예비후보가 지난 9일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 필승결의대회에서 참좋은제주개발 부회장 역임 건과 관련해 해명하고 있다@사진 김관모 기자

그러자 원 캠프에서도 "참좋은제주개발이 서귀포시 동홍동에서 개발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문 예비후보가 공사장 근처 A성당 신부에게 전화를 걸어 공사 민원을 무마하려 했다는 정황을 제보받았다"고 공세에 합류했다. 또한, 원 캠프는 문 예비후보가 쇼핑아울렛 인허가 과정에도 도움을 줬다고 밝혔다. 이에 문 캠프는 원 캠프 대변인을 허위사실배포와 명예훼손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 논란이 채 가시기도 전에 김방훈 캠프에서는 '내연녀' 문제까지 거론했다. "제주도지사 후보에 대해 내연녀를 포함한 여성문제와 관련한 제보를 받았다"고 밝힌 것이다. 하지만 김 캠프 대변인은 "비방이 될 수 있어서 내용을 준비하고 있다"며 자세한 내용은 알리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시중에 파다하게 알려진 내용"이라면서 이 문제를 공론화할 것이라며 언론에게 발표했다. 이같은 '내연녀' 논란에 대해 증거나 사실확인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중에 떠도는 소문을 언론에게 공식적으로 제기한 셈이어서 경솔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같은 문제는 원 캠프에서도 나오고 있다. 원 캠프는 11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문 캠프가 자신들에게 유리한 내용이 담긴 기사 3~4개에 대해 의도적으로 조회수를 높이고 대량의 댓글을 생산했다며 댓글조작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원 캠프는 이를 '제주판 드루킹(김경수 의원 관련 더불어민주당 당원 댓글조작사건)'이라며 증거를 확보하는대로 사법당국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번 김경수 의원 관련 댓글조작사건에서 가장 유력한 증거가 되었던 매크로 프로그램이나 댓글 아이디에 대한 자료 등이 아직 확보되지 않은 상태였다. 이날 기자회견을 맡았던 고경호 원 캠프 대변인도 이같은 증거 수집이 이뤄졌는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직"이라고 답했다. 

▲고경호 원희룡 제주도지사 예비후보 대변인이 11일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문대림 예비후보가 기사 댓글조작을 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사진 김관모 기자

◎힘빠지는 매니페스토, 부정확한 팩트...비판과 심판론만 앞세워

이렇듯 제주도지사 선거를 두고 도덕성 검증이라는 이름 아래 각 후보간의 헐뜯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매니페스토는 사라진지 오래다. 

현재 제주도는 경제 불황 및 부동산 문제, 1차산업 활성화 방안, 환경파괴, 난개발 해결, 제주특별자치도의 지위 확보를 위한 개헌안, 제2공항, 쓰레기 요일별 배출제, 대중교통 체계 개편 등 해결해야 할 문제점이 산적해있다.

하지만 이를 두고 후보들간의 정책 토론이나 논쟁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거나 형식적인 형태에 그쳤다. 이런 정책과 관련해 토론회를 가져야 한다는 의견도 여러번 제시됐지만 사실상 도덕성 검증이 우선이라는 태도로 정책 검증은 뒷전이다. 이 과정에서 각 후보에 대한 추상적인 비판과 심판론만 공방처럼 이어지고 있다. 또한, 현재 후보들의 정책에 대한 팩트체크 역시 부족하다는 지적도 높다.

▲올바른 선거전이라면 매니페스토가 우선되어야 한다. 하지만 도덕성 검증이라는 이름 아래 선거가
과열되면서 제주도민들은 각 후보들의 정책을 점검할 기회를 잃고 있다.@디자인 제주투데이

그 중 가장 대표적인 예가 문대림 예비후보의 아동학대 증가에 대한 시각이다. 문 예비후보는 지난 3일 원 도정의 정책을 비판하면서 "지난 3년간 제주도내 아동학대 범죄가 10배나 증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동학대 범죄 신고건수는 10배 증가했지만, 실제 범죄 사실로 인정된 기소 건수는 4배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아동학대 범죄 신고가 늘어난 이유도 2014년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개정되면서 대상이 확대됐기 때문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하지만 문 캠프가 원 도정을 공격하기 위해 무리수를 던진 셈이다.

한편, 원 캠프가 강조하는 시도지사 중 공약이행률 1위 달성이라는 점도 다시금 돌아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원희룡 예비후보는 "난개발을 막아내는데 앞장섰다"며 "큰불은 껐다"고 지난 도정 활동을 평가했다. 하지만 오라관광단지 개발사업은 도의회의 요청으로 자본검증위원회가 꾸려진 상태일 뿐이며, 중산간 난개발이 우려되는 신화련 금수산장 개발사업도 추진 중에 있다. 또한 최근 랜딩카지노 확장이전 사업과 드림타워 착공 등 여전히 논란의 여지도 많아 정말 원 도정이 난개발을 효과적으로 저지했는지 다시금 살펴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각 제주도지사 캠프에서는 매일같이 정책공약을 보도자료로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이들 공약들은 심층적으로 논의되지 않으면서 현실 가능성이나 정책의 의미는 제대로 토론조차 되지 않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TV토론을 앞두고 일부 소수정당의 후보자는 토론에 참여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마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소통과 폭넓은 대화를 강조했던 후보들은 이같은 문제에는 모두 침묵하고 있을 뿐이다. 

지방선거를 1달여 앞둔 상황에서 매니페스토 논쟁은 힘을 잃고, 특정 후보에 대한 공세만 폭주하고 있다. 제주의 미래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다시금 제주도 지방선거는 과거의 악습만 되풀이하는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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