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제주도지사 예비후보가 김경배씨의 제2공항 도지사 후보 토론회 난입소동과 관련해 "정치테러", "자해쇼"라고 표현해 논란이 되고 있다.

▲14일 제2공항 도지사 후보 토론회가 열리기 몇시간 전 김경배씨 지인이 바닥에서 울고 있는 김씨를 발견하고 위로하고 있다. 이 지인은 당시 모습을 동영상으로 촬영했다.@사진 제주투데이

원희룡 캠프는 14일 5시 59분경 기자들에게 현장상황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토론회 끝나는 시점인 오후 5시경 범인 흉기(칼)들고 난입 계란 투척 얼굴 두차례 가격 폭행 보좌진 방어과정에서 자해쇼. 명백한 정치테러임. 보다 자세한 사항과 캠프의 입장은 곧 정리가 되는대로 고지하겠음."이라고 문자를 보냈다.

김경배씨의 토론회 난입과 폭행은 분명 비판의 대상일 수 있다. 하지만 김씨의 행위가 정말 정치적인 목적을 가진 '정치테러'인지는 그간 김씨의 행보를 볼 때 논란의 여지가 많다.

성산읍 난산리를 고향으로 둔 김씨는 제2공항 건설계획에 그 누구보다 강하게 반대해왔던 활동가였다. 그는 지난해 10월 10일부터 11월 20일까지 약 42일간 제주도청 앞에서 천막을 치고 단식농성을 해왔다. 그 과정에서 김씨가 제주개발특별법 반대를 외치면서 분신했었던 양용찬 열사를 자주 언급하는 등 정신적인 압박에 시달려 주위사람들이 많이 우려해왔다.

결국 김씨가 기력이 쇠약해지고 위중한 상태에 이르게 되어 제2공항반대대책위는 김씨를 병원으로 후송했다. 또한, 원희룡 당시 제주도지사가 김씨와 제2공항반대대책위의 요구를 일부 수용하면서 단식농성은 고비를 넘겼다.

▲지난해 11월 20일 김경배씨가 단식농성 도중 기력 약화로 병원에 후송되는 모습@자료사진 제주투데이

하지만 김씨는 여전히 제2공항의 진행상황에 비판적인 시각을 유지하면서, 제2공항 건설 반대를 위해 활동해왔다. 특히, 김씨는 국토교통부가 제2공항 사전타당성 재조사를 하면서도 제2공항 기본계획 수립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에 분개했다. 또한, 사전타당성 재조사가 진행되는 과정임에도 불구하고 제주특별자치도에서 제2공항 주변 발전 기본구상 용역을 추진하자 제2공항반대대책위와 함께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최근 김씨의 정신적인 상태가 많이 악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제2공항 도지사 후보 토론회를 앞둔 시점에 김씨는 페이스북을 통해 "4개 마을 주민이 난민 신세가 될 위기 인데도 제주 제2공항 대환영 성명 발표를 했던 괴물. 너는 고향이 어디니?"라는 글을 쓰는 등 자신의 불안한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다.

토론회가 열리기 몇 시간 전에는 한 지인이 길바닥에 주저앉아서 대성통곡하고 있는 김씨를 발견하고 위로하면서 추스리기도 했다. 

즉, 김씨의 행동은 정신적인 불안감과 압박에서 일어난 불행일지언정, 계획적으로 원 예비후보를 '테러'했다고 보기 어렵다. 이는 제2공항 문제로 김씨와 자주 대면했었던 원희룡 예비후보도 잘 아는 일이다. 특히 단식농성 중 김씨를 방문했던 강우일 주교는 이런 김씨의 상태를 우려해 원 예비후보에게 신신당부를 하며 제2공항 재검토를 요청하기도 했다.

게다가 김씨가 자해해 온 바닥에 피가 흥건하게 흩뿌려질 정도로 처참한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테러"나 "자해쇼"라고 표현한 점은 공감과 소통을 내세우는 원희룡 캠프로서는 적절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단, 처음 문자를 보낸 뒤 몇 시간 후 원 캠프는 "초기 현장상황 파악이 정확히 안된 상태에서 문자가 발송되었습니다. '정치테러', '자해쇼'라는 표현은 빼주기를 부탁드립니다"라고 다시금 기자들에게 보냈다. 하지만 이미 대부분의 언론들이 '정치테러'나 '자해쇼'라는 워딩을 인용하고 있어 사실상 때늦은 유보가 되어버린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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