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영 녹색당 제주도지사 후보는 24일 오전 제주선관위에서 후보등록 절차를 밟았다. 비로소 고은영 후보는 제주도지사 투표용지에 이름을 새기고 기표번호를 부여받게 되었다. 제주의 첫 여성 도지사 후보로 기록된 것이다. 1960년 한 차례 진행한 민선 제주도지사 선거를 예외로 두면 1995년 민선 제주도지사 선거 이후 23년 만이다.

여성이 많다는 이유로 제주도를 삼다도라 부르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1946년 제1대 박경훈 제주도지사부터 제37대 원희룡 도지사까지 관선·민선 통틀어 총 37대에 이르는 제주도지사들은 모두 남성이었다. 72년. 남성들이 제주도를 대표하는 제주도지사를 도맡아온 시간이다. 남성들이 그 긴 시간 동안 정치권력을 독점해 온 것이다.

24일 후보 등록 후 4·3평화공원을 방문해 분향하고 있는 고은영 녹색당 제주도지사 후보

‘억센’, ‘생활력이 강한’ 등의 표현으로 수식되어온 제주 여성. 제주 여성이 억세게 살아야 했던 이유를 당연하다는 듯이 제주 환경 탓으로 돌리곤 한다. 왤까. 아무도 책임지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또한 제주 자연을 여성들에게 불편만 끼치는 극복의 대상으로 만드는 이 논리는 정치 문제를 손쉽게 은폐할 수 있다. 제주 여성들은 왜 억세졌는지 다시 점검해야 할 시점이다. 가부장제에 기반한 남성본위적 현실정치의 벽이 제주 여성을 ‘억세게’ 만들지는 않았나? 남성들의 정치가 제주 여성들의 삶을 방관해오지는 않았나? ‘억센 제주 여성’, ‘생활력 강한 제주 여성’의 이미지는 남성이 군림하는 정치가 남긴 생채기일지도 모른다.

최초의 여성·청년·‘이주민’ 제주도지사 후보. 그의 이름 앞에 붙는 ‘최초’라는 수식어가 지니는 의미는 여전히 유효하다. 그는 청년·여성·‘이주민’들에게 선물을 주듯이 정책을 내놓는 기성정치인들과 입장이 다를 수밖에 없다. 바로 그가 청년, 여성, ‘이주민’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그가 내놓는 정책들을 눈여겨 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고은영 후보 선거운동본부는 24일 후보 등록을 알리는 글에서 “여성의 대표성 확대 측면에서 의미 있는 행보로 앞으로 제주 정치에 여성들의 실질적인 참여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는 제주 여민회 이경선 대표의 발언을 인용했다. 적확한 평가다.

이번 선거에서 고은영 후보가 도지사로 당선될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단지 여성의 수가 많다는 이유로 제주도를 ‘삼다도’라 부르는 것이 아닌, 현실정치의 주체로 나서는 여성이 많아서 ‘삼다도’라 부르는 날이 올 기회를 고은영 후보가 만들어 나가고 있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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