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살, 7살 아이들의 고사리손을 잡고 정치에 뛰어든 '제주맘'이 있다. 바로 녹색당 제주도의회 비례의원 후보인 오수경 씨. 그는 두 아이의 엄마다. 그는 아이 엄마로 육아와 직장생활을 하며 느낀 외로움이 정치판으로 뛰어들게 만든 동력이라고 말한다. 그는 아이들을 기르고 있는 당사자 입장에서 정치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오수경 제주도의회 비례의원 녹색당 후보를 만났다.

오수경 제주도의회 비례의원 후보(녹색당). (사진=김재훈 기자)

-무례하지만 사회적 편견에 입각한 우문 하나 던져 볼게요. 애기 엄마가 정치를 잘 할 수 있을까요?

못할 이유 뭐 있나요? 애기 아빠들도 다 하시는데.(웃음) 남성들은 가정이 있고 아이가 있으면 가장으로서 더 대우를 받잖아요? 하지만 아이가 있는 여성은 정치를 할 수 있겠냐는 질문을 받아요. 그런 질문을 남성들한테는 하지 않죠.

-따끔합니다. ‘제주맘’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제주의 정치는 어떤가요?

두 아이를 기르고 있어요. 5살, 7살이에요. 지금 제주의 정치인들은 엄마들에게 관심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정치인들이 30대 여성들의 육아와 양육에 대해 관심이 없는 것 같아요. 정책들도 와 닿지 않고. 엄마들이 정치에 관심이 없도록 만드는 분위기죠. 그런 상황이니 제주맘들은 외로워질 수밖에 없죠. 아이 둘을 키우고 있는데 이보다 외롭고 고립된 생활이 없어요. 엄마 입장에서 직접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정치에 뛰어들게 됐어요.

오수경 제주도의회 비례의원 후보(녹색당). (사진=김재훈 기자)

-육아가 외롭다... 구체적으로 얘기해주신다면?

제주도에서나 행정에서 도와주는 것이 없어요. 임신, 출산, 육아 과정에 대해 혼자 공부하고 모르는 건 ‘제주맘 카페’, ‘제주어멍 카페’ 등 엄마들의 커뮤니티에 들어가 찾아보며 해결해야 했어요. 어쩌면 공적 영역에서 해결해줘야 할 일을 엄마들이 각자 알아서 해결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애가 아프거나 학교 성적이 안 나오는 거나, 성격이 안 좋다거나 하면 다 엄마한테 화살이 돌아가는 사회잖아요? 그런 사회 구조를 바꾸는 데 정치의 역할이 중요해요. 하지만 기성 정치인들은 이에 대해 관심이 없죠. 엄마들을 외롭게 만들고 있는 거죠.

-육아와 직장생활을 겸하는 여성들의 경우 피로가 가중되고 있는데요.

애 둘을 낳고 사회생활을 해야 해서 어린이집에 맡기고 구직에 들어갔어요. 아이 엄마가 직장에 다닌다는 건 생각보다 더 어려운 일이었어요.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맡기기 위해서 아침 일찍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고 늦게 데려와야 하죠. 아이들은 어린이집에서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고요. 평범한 사기업에 다니는 입장에서 아이가 아플 때 병원에 들렀다가 출근해야 하는데 그런 상황이 생기면 매번 눈치 보이고 당황스러웠어요. 그러다보니 아이가 열이 나거나 하면 발만 동동 구르게 되는 상황이 많았죠. 경력단절 여성들은 더욱 신경 쓰이거든요. 회사 사람들의 눈치를 많이 보고 위축될 수밖에 없어요.

오수경 제주도의회 비례의원 후보(녹색당). (사진=김재훈 기자)

-그런 상황을 어떻게 개선시킬 수 있을까요?

아이를 기르는 게 죄가 아니잖아요? 왜 매번 눈치를 봐야 하는지. 그래서 직접 찾아봤어요. 다른 나라에는 돌봄휴가 4일을 주고 있더라고요. 돌봄휴가와 근로시간 단축이 정말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와 같은 제도들을 제주공무원 사회, 제주도 산하 사업체 등에 적용한 뒤 제주사회 전 업장으로 확대해야 해요. 제주맘들을 위한 정책들을 만들어 나갈 생각이에요. 아이 엄마들 뿐 아니라 아이 아빠들 역시 육아휴직을 제대로 못 쓰고 있어요. 임금의 80%까지 지원해주면 육아휴직을 하겠다는 남성들이 많아요. 6개월 간 아빠들이 육아에 집중할 수 있도록 6개월 간 80%의 임금을 받으며 육아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해요.

-이번 지방선거에 뛰어들겠다고 마음을 먹었을 때 주변 반응은 어땠나요?

출마 소식에 어린이집 아이 친구 엄마들이 깜짝 놀랐어요. 어머니의 경우도 직접 정치를 하겠다는 데 부정적이셨고요. 제발 그런 거 하지 말라고 했어요.(웃음) 그런데 정작 출마하니 많이 도와주고 계세요. 아이가 어릴수록 아이들에게 얽매일 수밖에 없는 환경이에요. 저는 아이들이 어리다는 핑계로 도망가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더욱 용기를 냈어요. 요새 스케쥴이 바빠져서 아이 아빠가 아이들을 챙겨주고 있어요. 든든하죠. 안덕면에서 나고 자랐고 지금은 제주시에서 살고 있어요. 직장에 복귀하면 직장 눈치 보며 아이들을 등하원시키고, 아이가 아프면 발만 동동거리고 지금과 똑같은 상황이 벌어질 것 같아요.

오수경 제주도의회 비례의원 후보(녹색당)가 도내 모 어린이집 입구에서 아이들을 등원시키는 부모, 아이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엄마들을 위한 삶을 위해 정치가 어떻게 변해가야 할까요?

독박육아의 구조를 바꾸려면 직접 몸으로 육아의 어려움을 경험한 정치인들이 많아져야만 해요. 그래야 정책이 제대로 만들어져요. 시골에 사는 분들의 경우 독박육아가 더욱 심해요. 제주의 정치인들은 엄마들의 삶에 관심이 없는 것으로 보여요. 부모님세대는 지역사회에서 함께 아이들을 돌봐주는 사회였어요. 지금은 오로지 엄마와 아빠가 아이들을 돌보고 가정을 꾸려가야 하죠. 엄마아빠들이 너무 힘든 실정이에요. 이들이 숨막힐 때 숨통을 터줄 곳이 없어요. 저는 그 당사자로 육아 중인 가정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줄 수 있어요. 여성의 역할이 딸들에게 전수되고 되물림 됐어요. 50~60대 여성들이 지금이라도 가부장제에서 벗어나 가사의 모든 역할을 떠맡는 희생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로워졌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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