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체류하는 예멘 난민들을 위한 정보 공유 페이스북 그룹(Yemen Refugees in Jeju)이 개설됐다. 주소는 https://www.facebook.com/groups/606150429737701.

앗살라무알라이쿰. 이슬람권 국가에서 사용하는 인사말이다. ‘안녕하세요’ 정도의 쓰임새를 갖고, 뜻은 ‘신의 평화가 당신에게’. 평화가 절실한 이들이 제주를 찾았다. 장기간의 내전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예멘 사람들. 올해만 500명이 넘는 예멘인들이 무사증(무비자) 입국 제도가 있는 제주로 들어왔다. 예멘을 탈출해 여러 나라를 떠돌다 이역만리 땅 제주에 이른 것이다. 이들은 한국에서 난민으로 인정받길 바라고 있다. 상황이 장기화되고 있지만 정부와 제주도는 이들에 대한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예멘 난민들은 내전을 피해 나라를 탈출한 뒤 난민으로 인정받아 일자리를 얻을 수 있는 국가를 찾아 여러 나라를 떠돌았다. 많은 시간을 타국에서 보낸 이들은 이제 거리로 나앉을 처지다. 가지고 있던 돈이 고갈됐다. 제대로 된 음식을 사먹을 처지가 안 된다. 잠자리도 마찬가지. 어떤 이들은 텐트에서 살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이들을 위해 무엇을 했을까? 법무부는 무사증 입국 허가국에서 예멘을 취소시켰다. 난민 지원책 마련보다는 난민 유입 차단이 더 빠르게 이뤄졌다.

이처럼 정부와 제주도 당국이 손을 놓고 있는 동안, 제주에 체류하는 다른 외국인들이 예멘 난민들을 위해 발벗고 나섰다. 그들은 자신의 호주머니를 털어 '예멘 난민'들에게 도움을 주고 잠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그들은 9일 저녁 ‘예멘 난민’들을 위한 기금을 모으기 위해 작은 무대를 만들기도 했다. 이날 O씨 등 '예멘 난민'들도 자리에 함께했다. O씨의 이야기를 들었다. 4·3의 참상을 기억하고 있는 제주에, 현재 내전으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이들이 찾았다. '평화의 섬' 제주는 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O씨의 이야기를 들었다.

정부와 제주도 당국이 손을 놓고 있는 동안, 제주에 체류하는 외국인들은 예멘 난민들을 위해 발벗고 나섰다. 그들은 자신의 호주머니를 털어 '예멘 난민'들에게 도움을 주고 잠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그들은 9일 저녁 ‘예멘 난민’들을 위한 기금을 모으기 위해 작은 무대를 만들기도 했다.(사진=김재훈 기자)

-예멘을 어떻게 떠나게 됐나.

우리 가족이 살던 지역은 큰 도시다. 그러나 수니파와 시아파 간 내전으로 인해 예멘에 머물고 있으면 무조건 총을 들고 싸워야 하는 상황이 됐다. 우리 가족들은 수니파다. 현재는 시아파가 예멘을 컨트롤 하고 있다. 시아파가 우리 도시를 공격하고 우리 쪽에서도 반격하고 있다. 어느 민족에 속해 있던지 싸우라고 강요한다. 그렇지 않으면 죽임당하고 만다. 싸우다 죽거나. 싸우지 않겠다고 해도 죽는다. 두 명의 친척도 저항하다가 죽었다. 전쟁에 동참하기 싫다고 거절한 게 그 이유다. 총을 들지 않겠다고 하면 가족들에게 피해가 간다. 살기 위해서는 달아나는 방법 밖에 없었다. 결혼할 때 5~6000달러 정도 되는 금을 사서 아내에게 선물했다. 그걸 팔아서 먹을 것을 사는 데 다 썼다. 앞으로 어떻게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할지 도저히 모르겠다. 여기에 오기 위해 큰 돈을 빌렸다.

-예멘에서 어떻게 살아왔나. 현재 가족들은 어떤 상황인지.

예멘에서 정비공, 세일즈맨 등 여러 가지 일을 하며 살아왔다. 나는 지금 스물아홉 살이다. 결혼했고 두 자식이 있다. 지금 딸이 태어난 지 1년 2개월이 됐다. 한 번도 얼굴을 보지 못했다.

아들은 6살이다. 가족들은 지금 양쪽으로부터 공격을 받지 않는 시골로 도망간 상태다. 전화로 가족들의 안부를 묻고 있다. 하지만 산속에 살고 있는 가족들이 내 전화를 받기 어렵다. 게다가 내가 전화를 걸어야만 받을 수 있다. 5일에 한 번 하려 해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예멘에 남아 있는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한다. 가족들이 굶주리고 있다. 심각한 상황이다. 가장으로서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데 나조차 먹을 것이 없는 상황이라 답답하기 그지없다.

-어떤 경로를 통해 제주까지 왔는지. 지금 예멘으로 가게 되면 어떻게 되는가.

사우디아라비아를 통해 아르메니아로 갔다. 그곳에서 유럽으로 가려고 했다. 하지만 유럽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말레이시아로 향했고, 이후 제주로 오게 됐다. 예멘을 떠난 지 2년이 넘었고, 제주에 온 지는 한 달 됐다. 이곳에 동생, 친척과 함께 왔다. 우리 나이에 고향에 머물러 있으면 전쟁에 동참해야 한다. 노인, 아이들은 산속으로 도망쳐야 한다.

언제 돌아갈 수 있을지 전망할 수 없다. 예멘으로 돌아가면 우리는 죽음을 피할 수 없다. ‘죽어야 되는 사람’ 명단에 내 이름이 적혀 있다. 우리 셋 다 똑 같은 처지다. 평범하게 직장을 다니며 가족과 함께 평화롭게 살기를 원한 것이 죽어야 하는 이유가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죽는 걸 봤다. 친척들 중 두 명이 죽었다. 내전으로 인해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싸우다가, 저항하다가 죽었다. 그리고 배가 고파서 굶어 죽었다. 거기에 전염병 콜레라까지 번지며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생활은 어떤가.

내가 있는 제주시의 한 숙소에 나와 같은 처지인 예멘인들이 200명이 머물고 있다. 더 많은 예멘인들이 제주 지역에 곳곳에 흩어져 있다. 아이들 있는 경우 교회나 봉사자들에 의해서 잘 곳을 제공받고 있다. 우리 중 2%정도만 수중에 돈이 남아 있을 것이다. 다른 이들은 돈이 모두 떨어졌다. 다행히도 우리의 상황을 안 미국, 캐나다 등에서 온 외국인들이 먹을 것 등을 가져다주고 있다.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나는 10일을 버틸 정도의 돈을 가지고 있다. 그 이후에는 모르겠다. 어느 공원에 가서 자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직업을 구할 수 있고, 보호받을 공간이 있는 서울로 가고 싶다. 서울이 아니더라도 어디든 상관없다. 그러려면 난민으로 인정받아야 한다. 한국에서 영원히 살 것은 아니다. 예멘이 안전해질 때까지 가족들을 데려와 먹여 살리고 싶다. 제주에는 마땅한 일거리가 없다고 들었다. 일할 기회가 많은 곳으로 이동할 권리를 주었으면 좋겠다. 당장 밥 먹을 수 있는 돈이 필요하다. 너무나 슬픈 상황이다.

-한국 정부 또는 제주도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제주에서 G-1 외국인 체류 자격을 부여 받았다.(난민으로 인정받아 한국에 거주하며 일을 하기 위해서는 F-2 자격을 받아야 한다) G-1의 유효기간이 6개월이다. 정부로부터 음식과 생필품 등의 어떤 지원도 받지 못하고 있다. 한국과 제주도는 우리를 거부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다. 우리가 일을 하며 남들의 도움을 받지 않고 살아갈 수 있게 해주면 좋겠다. 지금 가진 게 아무 것도 없다. 일을 해서 최소한 가족을 먹여 살릴 수 있도록 해줬으면 좋겠다.  나처럼 서로를 죽이고 죽이는 일에 동참하기 싫은 이들이 전 세계에 흩어져 있다. 난민에게 문이 열려 있어 찾아 왔지만 정부와 제주 당국에 아무런 지원 대책이 없는 것 같아 속상하다.

-끝으로 한국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얘기가 있는지.

우리를 도와주는 사람들에게 고마울 뿐이다. 이 말을 꼭 하고 싶다. 나는 절대로 이기적인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정말 도움이 필요하다. 지금과 같은 생활이 너무 힘들다. 일을 찾고 싶다. 예멘에 남아있는 가족들을 먹여 살리고 싶다. 부디 이런 내가 이기적이라고는 보지 말아주시길 부탁한다. 나와 처지가 같은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지금 제주에 있다. 모두 전쟁으로 인해 고통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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