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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딸 다섯 둔 예멘인 부부 "바라는 건 오직 아이들의 교육 뿐"한 지붕 두 종교, 방 세 칸에 11식구 공동생활... 하 목사, "숙소제공 좋은 선례됐으면"
김재훈 기자 | 승인 2018.06.22 06:28
  • 예멘 난민 J씨  "난민센터 등 인프라 있는 서울로 올라가게 해줬으면"
  • 하 목사 "인터넷 커뮤니티·SNS의 가짜뉴스가 혐오와 공포 조장... 난민숙소 제공 용기, 좋은 선례 됐으면"

 

J씨 부부의 다섯 딸들은 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꽃처럼 웃는다. 이들의 환한 웃음을 있는 그대로 싣지 못하는 데 대한 아쉬움을 전한다. 신분이 노출된 상태에서 만에 하나 예멘으로 추방당하면 그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사진=김재훈 기자)

◎ 예멘 난민 J씨 가족이 제주에 오기까지

J씨(42)는 예멘의 수도 사나에서 100km 가량 떨어진 곳 공무적 일을 하며 살아왔다. 그의 삶은 예멘 내전이 장기화되고 수많은 사망자들이 발생하면서 변곡점을 맞았다. 전기가 끊겼고 물도 구하기 힘들었다. 학교는 파괴되거나 문을 닫았다. 그 누구도 안전하지 않은 세상이었다. 다행히 J씨의 직계 가족 중엔 전쟁으로 인한 사망자는 없다.(친척 중에는 총에 맞아 죽은 이가 있다.) J씨는 예멘의 상황에 대해 “모두가 싸웠다. 무작정 총을 쏴서 죽인다.”고 설명했다.

J씨는 2011년 떠나 말레이시아로 갔다. 예멘에서 비자 없이 갈 수 있는 국가는 수단과 말레이시아뿐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J씨는 내전이 심각해진 2013년 아내와 다섯 딸들을 말레이시아로 불렀다. 그러나 말레이시아도 J씨 가족이 살아가기에는 그리 녹록치 않았다. 난민협약국에 가입하지 않은 말레이시아로부터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었다. 경찰에게 돈을 뜯기는 일이 잦아지자 J씨는 아예 현금 뭉치를 지니고 다녔다.

말레이시아에서 대가족을 먹여살릴만한 일자리를 찾지 못했다. 파트타임 일자리를 전전하며 손에 쥐는 저임금으로 대가족의 입에 풀칠하기 어려웠다. 아이들의 교육과 미래를 도모할 수 없었다. J씨 부부는 자식들이 보다 나은 삶을 살 방법을 찾아야 했다. 이 가족이 ‘세계평화의 섬’ 제주로 들어온 것은 지난 5월이다.

 

J씨 식구들이 식사를 준비하고 있다.(사진=제주투데이)

◎ 예멘 난민 J씨 부부, 바라는 건 "오직 아이들의 교육 뿐"

J씨 부부가 2016년 기준 GDP 순위 세계 11위인 한국에 바라는 점은 무엇일까. 무엇이 가장 시급한지를 묻는 질문에 J씨는 지체 없이 자식들의 교육이라고 답했다. 집도, 일자리도, 먹을거리도 후순위다. 학교가 먼저다. 난민 생활을 하며 딸들이 교육을 제대로 받을 기회를갖지 못했다.  자녀 교육을 제대로 시키지 못하는 부모의 마음, 그보다 안타까운 것이 또 있을까.

J씨 부부는 고국의 내전을 피해 어려운 삶을 택했지만 자식들만큼은 번듯한 사회구성원으로 인간답게 살아가길 바라고 있다. 그러나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려면 난민 인정 또는 그에 준하는 인도적 체류 허가가 필요하다. 정부의 발 빠른 조치가 시급한 상황이다.

◎ 한 지붕 두 종교, 방 세 칸에 11식구 공동생활... 하 목사, "불편이야 하지만 돕고자 한 일"

J씨 가족은 현재 제주시 한림의 하 목사(개신교·41)의 집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다. 하 목사는 외국인 교사 커뮤니티를 통해 J씨 가족이 몸을 쉴 곳조차 없는 막막한 상황에 놓였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하 목사 부부는 선뜻 방을 내어줬다. 그들의 딱한 처지를 알면서 앞뒤를 잴 수는 없었다. 그렇게 시작한 두 가족, 열한 식구의 공동생활이 어느새 열흘을 넘겼다.

서로 다른 신을 믿는 가족이 방 세 칸, 화장실 하나짜리 주택에서 살아가고 있다. 두 가족의 식구를 모두 더하면 11명이다. 번잡스러울 수밖에. 하 목사의 가족이 생각해본 바 없는 생활이다. 이런저런 불편들이 자연히 뒤따른다. 하 목사는 “힘들 거라는 생각을 하고 도운 게 아니다. 힘든 건 어쩔 수 없다. 당연한 거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그는 아무래도 갑작스레 낯선 환경에 놓이게 된 자녀들이 신경이 쓰인다. 11살 사춘기 아들이 영어로 소통해야 상황이 힘이 부치는 모습이다. 그러나 누군가를 도울 땐 불편함이 따를 수밖에 없다는 걸 하 목사의 가족들은 잘 알고 있다.

 

J씨 가족은 식사 때가 되자 음식을 만들어 와 기자들에게 권했다. 하 목사는 예멘 음식이 너무 맛있다면서 식당을 열면 잘 되겠다며 웃었다.(사진=김재훈 기자)

◎ J씨, "난민 센터 등 인프라 구축된 서울로 올라가게 해줬으면"

보기 드문 하 목사 가족의 선의에도 불구하고 공동생활이 길어지면 하 목사 가족도 버티기 어렵다. 그는 정부가 대책을 내놓기까지 한 달 정도는 J씨 가족과 함께 생활을 이어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한다. 정부가 예멘 난민 문제를 빠른 시일 내에 해결해야만 하는 또 하나의 이유다.

J씨 가족은 난민센터 등의 인프라가 구축된 서울로 올라갈 수 있기를 바란다. 하 목사도 정부가 이 가족에 대한 출도 제한을 풀어주기를 바라고 있다. 상황은 조금 다르지만 이미 제주로 들어온 한 가족이 서울로 올라간 케이스가 있기 때문이다. 두 가족은 정부가 형평성 차원에서, 그리고 인도적 차원에서 정부가 최대한 빠르게 조치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차일피일 확답을 하지 않고 있다.

◎ "이민 들어온 예멘 난민은 받아들이고, 난민 대응 프로세스 갖출 기회 삼아야"

하 목사는 현실적으로 예멘 난민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판단이다. 그는 일각에서 제기하듯 난민을 내쫓고, 난민법을 없애면 국제적으로 매장당하지 않겠냐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기회에 심사숙고하며 논의를 하면서 난민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를 줄이는 계기를 삼게 되기를 바랐다. 그는 “(난민에 대해) 반대하는 것 자체는 우리나라에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하 목사는 이번에 부각된 난민 문제가 한국이 관련 프로세스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내비쳤다. 정부와 제주도의 난민 대응 매뉴얼이 미흡했다는 것. 예멘 난민 수용 찬반 어느 쪽 입장에서 보더라도 옳은 지적이다.

하 목사는 정부가 아니라 도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교사들과 일반인들이 먼저 팔을 걷어붙이고 난민들을 돕기 시작했다는 점을 상기했다. 추후 난민들이 어떻게 자리매김 하고 있는지 조사해서 제대로 된 체계를 갖추면 다음에 같은 상황이 발생했는 때 이번과 같은 사회적 혼란 없이 조치할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 하 목사의 생각이다.

◎ 인터넷 커뮤니티·SNS의 가짜뉴스가 혐오와 공포 조장... 난민숙소 제공 용기, 좋은 선례 됐으면

하 목사는 이전에 자신도 각종 매체 등을 통해 무슬림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퍼지고 있는 무슬림에 대한 혐오 논리에 대해서는 분명히 선을 그었다.

“연극심리상담을 하고 있다. 이상심리학도 공부했다. 거미공포증을 예로 들면 눈앞에서 거미가 없어져도 공포는 남아 있다. 난민혐오도 난민이 없다고 해서 없어지는 게 아니다. 내부에서 나오는 혐오다. 그런 마음이 없었는데 가짜 뉴스를 통해서 혐오를 가지게 되는 경우 매우 안타깝다. 그런 (가짜) 정보부터 접한 뒤 계속 접하면서 그런 생각(혐오 논리)을 만들어가니까. 공포증이 생기면 어쩔 수 없다.”

하 목사는 정상적인 사고와 충분히 검증된 자료를 통한 논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렇지 않으면 소통자체가 어렵지 않겠냐는 것. 하 목사는 사회에 만연한 혐오와 공포를 벗기고 정상적인 사고가 자리잡도록 자신이 해야할 역할을 찾은 셈이다. “J씨 가족이 잘 정착해서 좋은 선례가 됐으면 한다. 그러면 제주도민들도 자연스럽게 이들을 받아들이고, 난민들에게도 좋은 롤모델이 되지 않을까. 그런 역할을 하고 싶다. 이들이 잘 정착하는 모습을 예멘사람들이 보면 큰 힘이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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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훈 기자  humidtex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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