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언론인들 제주4.3을 이야기하기 위해 제주도에 모였다.

▲ICC 제주 삼다홀에서 4.3세션이 진행되고 있다.@사진제공 제주포럼

28일 오후 3시 50분 제주포럼이 열리는 제주국제컨벤션센터 삼다홀에서는 '4.3, 국가폭력과 기억'이라는 주제로 제주포럼 4.3세션이 열렸다.

지난해 처음으로 개설된 이후 올해로 두번째 시간을 맞는 4.3세션에는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양윤경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 양조훈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 문창우 천주교 제주교구 주교 등 제주도와 4.3 관련된 주요 관계자들을 비롯해 4.3유족들로 삼다홀을 가득 채웠다.

이날 첫번째 세션으로 '외신이 본 4.3'을 주제로 국외 언론인들이 4.3을 바라보는 시각을 발표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이번 세션에서는 고희범 전 한겨레신문 사장을 좌장으로, 미국 탐사보도언론 더 네이션의 팀 셔록 기자와 아시히 신문의 이시바시 히데아키 센다이총국 편집위원이 주제발표를 했으며, 토론에 권혁철 한겨레신문 평화연구소장이 참석했다.

◎팀 셔록, "4.3과 5.18은 미국이 직접 개입한 역사탄압"

먼저 주제발표에 나선 팀 셔록 기자는 자신이 직접 취재하고 연구했던 제주4.3과 5.18광주민주화운동을 비교분석했다.

셔록 기자는 두 사건에서 미국이 직접적으로 개입했다는 점을 우선 강조했다. 그는 "4.3평화기념관을 둘러보면서 다시 미군정청 대령과 군부장성이 전시와 군사 진압작전에 깊이 관여했다는 내용을 보면서 무척 놀랐다"며 "이 내용대로라면 4.3은 처음부터 미국이 조직하고 주도한 진압 캠페인이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셔록 기자는 5.18에 대해서 설명하면서 당시 카터 행정부가 전두환 휘하 신군부의 항쟁 진압을 비밀리에 공조했던 사실을 언급했다. 그는 "두 사건에서 미국의 역할은 다소 달랐지만 모두 미국을 등에 없은 한국 정부의 민중항쟁 진압에 미국이 직접 개입한 것"이라며 "1945년 이후 미국의 한반도 개입 전통의 일환이란 점에서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팀 셔록 미국 더 네이션 기자@사진제공 제주포럼

◎이시바시 히데아키, "4.3, 일본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이어서 주제발표에 나선 이시바시 히데아키 편집위원은 20년 전 자신이 직접 재일교포였던 4.3희생자와 유족들을 취재했던 사실을 회고하는 발표를 했다.

당시 사회부 기자였던 이시바시 위원은 1998년 오사카에서 최초로 열린 4.3유족들의 추모식 행사를 취재했다. 이시바시 위원은 이 행사에서 유족들과 인터뷰를 하면서 제주도에서 일어났던 참상과 유족들의 심경을 기사에 담았다.

이후 이시바시 위원은 4.3 당시 '산부대' 총사령관이었던 이덕구의 조카 강실 씨와 만났다. 이시바시 위원은 "당시 강실 씨가 '일본인인 당신이 무슨 생각으로 한국인의 상처를 건드느냐'고 분개했었다"며 "이후 강실 씨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더욱 자세하게 4.3 기사를 다룰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이시바시 위원은 제주도를 직접 찾아가 4.3을 취재했던 일과 시인 김시종 씨와 만나 다시금 4.3을 다룰 수 있었던 점을 소개했다.

이시바시 위원은 "강실 씨가 따져물었던 이야기는 제게 오랜 고민이었다"며 "일본 식민지 지배 이후가 아닌 이전부터 시작된 것이 아닌가 생각했고, 일그러진 권력구조가 있었고 공백상태 이후 비극이 초래했다. 일본도 당사자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됐다"고 말했다.

▲이시바시 히데아키 아사히 센다이총국 편집위원@사진제공 제주포럼

◎"4.3 제주만의 역사 벗어나야"

이어진 토론에서는 권혁철 소장이 두 기자들의 발표에 대한 소감을 밝히고, 4.3에 대한 자신의 소견을 밝혔다.

권 소장은 "이시바시 위원의 기사는 탐사보도의 전형으로 현미경과 망원경을 동시에 드러내고 있다"고 평했다. 또한, 팀 셔록 기자의 발표에 대해 "4.3과 5.18에 대한 미국의 역할을 설명한 대목은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권 소장은 "한국에서 70년간 4.3은 침묵, 금기, 왜곡에 포위돼있었다"며 "지금도 4.3은 빨갱이 폭동이라는 딱지가 떨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언론은 한국전쟁 이후 현대사에서 인명피해가 가장 컸던 4.3을 제대로 기사화하지 못하고 있다"며 "4.3은 제주만의 역사로 갇혀있다"고 토로했다.

이에 패널들은 앞으로 4.3의 전국화와 세계화를 위해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함께 공조하면서, 한국 역사로서의 4.3으로 자리매김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세션 직후 기념촬영 중인 패널들@사진제공 제주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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