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년 동안 어려운 이들을 위해 이발 봉사를 이어온 전용운 씨.

-이발 봉사를 하고 계신데요. 언제 이발업을 시작하셨는지요.

초등학교를 졸업한 지 두 달 만에 이발소에서 일을 시작했어요. 54년째죠. 제가 52년생이에요. 이발 봉사를 해온 지 29년이 됐어요. 어머니가 저를 마흔 여덟에 나았어요. 아버지 없이 어렵게 살았어요.

-유년 시절, 무척 힘겨우셨겠습니다.

초등학교 때 꿈은 은행원이었어요. 제주중학교 야간반으로 입학도 해봤어요. 돈이 없어서 퇴학당했어요. 그 당시에는 상고를 졸업해야 했죠. 근데 바라는 대로 되지 않았죠. 어머니랑 셋방에서 단 둘이 살았어요. 어머니가 제가 열여섯에 벌써 육십이 넘었어요. 그래서 마음을 잡고 일을 하고 아내를 만났어요. 첫 애를 낳고 스물한 살에 결혼식을 올렸죠.

-봉사활동을 어떻게 시작하시게 되었는지요.

이후 내 집을 갖게 되면 반드시 남을 도우면서 살아야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호텔 내 이용원에서 일을 하며 아파트를 계약했어요. 집이 생겼잖아요? 비로소 남을 도우며 살겠다는 목표를 이룰 수 있게 된 거죠.

-처음 봉사활동을 하시게 된 곳은요?

삼양에 있는 보육원으로 찾아갔어요. 아이들 머리를 깎아 주겠다고 했죠. 일을 마치고 한 달에 한번 밤에 갔어요. 근데 밤이다보니 아이들이 피곤해서 잠들어버리는 거예요. 그래서 한 달에 하루는 일을 쉬고 봉사를 갔어요. 대출금도 남아있지만 봉사하는 날짜는 꼭 지켰어요. 보육원에 이어 춘강 복지관을 찾아가 이발봉사를 했어요. 그 이후 연결되어서 다른 시설들에서도 봉사활동을 하게 된 거죠. 미용사 분들도 함께 하게 됐어요. 일곱 분이 함께 힘을 보태주셨요. 이발 봉사하시는 분들이 지금은 세 분 남았어요. 한 달에 춘강 복지관, 요양원, 재활원 등에 봉사활동을 다니고 있어요. 차가 없어서 버스로 이동하고 있어요.

-기억나는 일화는요?

글쎄요. 다 잊어버려요. 봉사활동을 안 가면 불안해요. 갔다 와야 기분이 좋아요. 시원해요. 봉사활동이라는 게 책임감 하나로 하는 일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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