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투데이는 제주사랑의 의미를 담아내는 뜻으로 제주미래담론이라는 칼럼을 새롭게 마련했습니다. 다양한 직군의 여러분들의 여러 가지 생각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 제주발전의 작은 지표로 삼고자 합니다.]

양길현 교수/제주대학교 윤리교육과에서 정치학을 가르치고 있고 제주미래담론 에디터로 활동하고 있다.

올 10월에 개최 예정인 ‘2018 국제관함식’으로 다시 또 제주가 시끌하다. 언제부터인가 제주는 하루도 평온한 날이 없다. 세계평화의 섬 지정으로 오히려 평온이 없는 제주가 된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정부나 제주도정이 너무 쉽게 평화를 운위한 건 아닌지 모르겠다. 돌이켜 보면 남북한 군사적 대치 국면에서는 평화라는 이상보다 안보라는 현실이 더 중요했을 텐데, 참여정부는 왜 거창하게 제주를 세계평화의 섬으로 공표했을까?

노무현정부의 비전과 이상이 담긴 기획이었을 것이리라는 생각에서, 필자도 제주의 미래 찾기에서 평화를 창출-확대-심화시켜 나가는 특별자치의 모델로 제주가 남다른 위상과 역할을 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라는 생각에서 쌍수를 들고 환영한 바 있다. 그런데 웬 걸 제주는 그 이후 한 번도 조용히 지내는 적이 없다. 평온이 아니라 찬반 논쟁이 지속되고, 주민들마저 내편 네 편으로 나뉘어 공방을 벌이고 있다.

그 가장 큰 이유는 ‘평화의 섬에 웬 군사기지냐’는 원론적 문제제기에 대해 정부가 설득력 있는 대답을 주지 못한 채, 강정 해군기지를 밀어붙여 나간 데에 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노무현 정부는 치밀한 준비 없이 평화의 섬을 지정하였고, 그리곤 곧 대양해군의 기치 하에 제주에 해군기지를 건설하기로 결정하는 모순적인 정책 집행 때문에, 오늘날까지도 국제관함식 제주개최 문제로 또 논쟁을 벌이게 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전통적 안보관에 따르면, 국제관함식 개최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어야 한다. 대한민국 해군이 미국, 중국, 일본 등의 해군과 함께 성대한(?) 해군력 위용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은 분명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하나의 방편일 것이기 때문이다. 국제정치에서 군사력 비중이 클 때는 더욱 그럴 것이고, 특히 남북한 대치에서는 군의 존재의의를 높이는 데 한 몫 단단히 할 터이다. 더욱이 관함식이라는 것이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해군 함대를 검열하는 의식이라면, 그건 더 더욱 반대하기가 어려운 정부의 몫이라 보아 무방해 보인다. 그런데 왜 논쟁이 이는 것일까?

강정 주민들은 왜 국제관함식 강정 개최를 반대하는 걸까? 그 분들은 안보의식이 없어서는 아닐 것이다. 강희봉 강정마을회장에 따르면, “대통령의 공식 사과와 정부차원의 답변이 있어야 가능할 것”이라고 한다. 무조건적인 반대가 아니라는 얘기이다. 강정마을의 아픔을 달래주면서 그게 관함식이든 무엇이든 해 달라는 것이다. 선위무후개최라면 일리가 있어 보인다. 지난 10년간 그렇게 강정마을 주민들을 괴롭혔으면, 정부가 미안하다고 사과도 하고 무언가 정부 차원의 화해상생의 길을 터 가면서 관함식을 하든 무엇을 하든 하면 안 되느냐는 강정주민들의 요구는 합당해 보인다. 주민들의 소리에 귀를 막고 있는 정부가 문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1998년과 2008년에는 부산에서 국제관함식을 가졌는데, 이번 2018년에는 강정 해군기지에서 국제관함식을 개최하려는 해군 포함 정부의 의도는 분명하다. 최첨단 해군기지가 어렵사리 강정에 건설된 걸 국내외에 알리고 자랑하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거기에는 일차적으로 강정 주민의 아픔은 존재하지 않는다. 해군이라는 정부기관의 이해관계와 명예가 안보라는 이름으로 치장하여 추진되고 있을 뿐이다. 국제관함식이 얼마나 안보 증진에 도움이 될지 의아해 하는 필자에게는 특히 그렇다.

2018년 착착 진척되어 나가고 있는 남북한 대화-협력 시대에 대 놓고 국제관함식이 북한으로부터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창하기는 더욱 어렵다. 그런데도 왜 국제관함식인가? 건군 70주년 ‘행사의 일환’이다. 예산도 36억 책정되어 있는데, 국방부로서는 마다할 일이 아니다. 어디서 어떻게 라는 실무적 내지는 정무적 판단만 남아있는 행사이다. 여기에 주민들의 소리를 담는 건 애초에 어렵게 되어 있다. 그래서일까. 강정주민들이 반대하고 ‘2018 제주생명 평화대행진’이 진행된다고 해됴, 그건 계란으로 바위 깨려는 것에 불과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럼에도 계란이 바위를 깨지는 못하지만, 바위를 더럽힐 수는 있다. 국제관함식을 막지는 못하지만, 그 행사의 의미를 크게 퇴색시키게 할 수는 있다. 그건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국가이기에 가능하다. 강정 주민들의 반대가 의미를 가질수록 대한민국은 더욱 수준 높은 민주주의 국가가 될 터이다. 그래서 필자는 일견 덧없어 보임에도 불구하고 강정 마을을 살려달라는 강정주민들의 청원에 마음이 쏠린다. 그만큼 대한민국은 민주평화국가일 것이므로,

해서 국제관함식 개최와 관련하여 이런 제언을 해 본다, 과거와는 달리 2018년은 남북한 화해협력에서 또 하나의 원년처럼 자리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세상의 변화 흐름을 반영하여, 2018 국제관함식에는 북한 함대도 초청하여 자리를 같이 하면 어떤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10월이면 아직 시간도 있다. 그러면 세계평화의 섬 제주도 살고, 강정 주민들도 흔쾌할 것이고, 또 국제관함식이 의도하는 바 ‘우방국과의 해양 안보협력’을 증진한다는 목적에도 크게 부합하리라는 생각이다. 북한도 이렇게 한걸음씩 우방국으로 우리에게 다가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어떻든 이런 저런 노력들이 뒷받침되면서 국제관함식을 강정 해군기지에서 하자고 한다면, 반대하기가 쉽지 않으리라 본다. 그런 과정에서 강정마을 주민들의 아픔을 어루만져주는 정책적 지원도 잊지 말았으면 한다. 그건 꼭 수익성 부스 같은 돈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강정의 아픔에 대한 배려이고 공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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