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본부의 국제관함식 제주 개최 시나리오는 상당히 치밀하고 디테일하게 짜여져 있었다. 도저히 주민과 소통한 후 제주와 부산 중 택일하는 계획안으로 보이지 않는다.

▲지난 2015년 부산에서 열린 국제관함식의 모습@사진출처 해군

해군본부는 지난 6월 15일부터 27일까지 '2018년 대한민국 해군 국제관함식 대행 용역', '2018년 대한민국 해군 국제관함식 종합홍보 용역' 경쟁입찰을 긴급공고했다. 해군은 7월 4일 개찰했고 현재 계약을 위한 협상에 들어간 상태다.

◎결정 안 됐다던 해군...알고보니 미리 결정된 상태

해군본부는 그동안 제주에서 국제관함식 개최가 최종결정된 것은 아니라며 모호한 입장을 취했다. 또한 지난 3월 강정마을에서 설명회를 열고 주민들의 동의를 구하면서 '제주 개최를 동의하지 않는다면 부산에서 열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말에 주민들은 굳이 갈등을 조장할 수 있는 국제관함식 개최를 거부했고, 이 의사를 해군에 공문으로 전달했다. 그러자 해군은 갑자기 주민들을 회유하며 제주 개최를 설득하겠고 입장을 바꿨다. 

이 과정에서 해군은 제주특별자치도와 공식적으로 아무런 제안이나 요청도 해오지 않았으며, 해군과 청와대가 독단으로 추진해왔다. 

따라서 이미 제주 개최를 확정지어놓고 주민들에게 '말장난'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커졌지만, 해군은 개최가 확정된 것이 아니라며 지금까지 부정했다.

하지만 이번 두 용역 입찰 내용에서 드러난 제안요청서에는 대단히 상세하고 구체적인 일정과 계획이 잡혀있었다.

해군은 오는 10월 10일부터 14일까지 제주민군복합항 일원 및 제주 인근해역에서 '2018 대한민국 해군 국제관함식' 개최를 기정 사실화하고 있었다. 참가대상도 30여개국 해군 대표 및 함정으로 예상했다.

먼저 해군은 북한 도발 위협에 대응하는 육·해·공군 통합으로 '해상사열훈련시범'을 보인다. 또한, 해양안보를 주제로 해군참모총장 주관하에 '서태평양 해군심포지엄'을 제주롯데호텔에서 개최하며, 국가별 총장급 대담도 진행된다. 12일에는 '한·미·일·중·러 5개국 해양안보 포럼'도 계획돼 있다.

이밖에도 해군은 ▲외국대표단 문화탐방, ▲한국과 외국측 장병들 간의 친선체육, ▲장병-지역민 거리퍼레이드 등도 계획하고 있다.

◎7월부터 홍보 시작할 듯...지역상생 내세우지만 공허한 메아리

아울러 해군은 '지역민과 화합을 도모하고 지역경제 활성화 기여'라는 주제로 정부·군·지역민 간 확합을 강화하는 프로그램도 기획했다. 이를 위해 강정마을 어린이-해군합창단 합동공연과 탐라문화제 참여, 세계해군 시가행진, 향토음식을 결합한 푸드트럭 운영도 기획서에 올라와있었다.

이번 행사를 위해 해군은 종합홍보 용역에서 7월부터 인쇄홍보물 제작을 위한 밑그림을 이미 그리고 있었다. 용역 제안요청서에는 7월중에 사전홍보를 위한 디자인리플렛 3천부, 차량·일반용 스티커 3천매, 종이가방 5천매 등을 제작한다는 계획도 담겨있다. 8월에는 주요장소에 홍보하기 위해 포스터 1천매, 9월에는 브로슈어 2만부 제작도 기획하고 있다.

또한 주제영상 제작을 위해 7월말까지 가편집본을 보고하고 8월에 1,2차 시사회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7월 중에 군사분야 소셜인플루언서를 섭외해 SNS(개인채널) 및 온라인커뮤니티를 통한  직‧간접 홍보를 시작하려는 계획도 담겨있었다.

이같은 내용들로 미루어볼 때 해군은 이미 제주강정기지에서 국제관함식이 열리는 것으로 모든 계획을 짜놓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주민의 반발이 심하자 쉬쉬하면서 몰래 모든 작업을 마무리하고 밀어붙이려고 한 셈이다.

이에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주민회는 긴급성명을 내고 "해군은 강정마을을 배반하고 소통쇼에 마을을 들러리로 세웠다"며 "주민총회를 존중해 국제관함식을 철회하고 11년전 찬반갈등이 재현될 위기에 놓인 마을을 농락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현재 반대주민회는 12일부터 해군기지 앞에서 국제관함식 개최 반대를 외치며 1인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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