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관함식 갈등 청와대가 주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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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함식 갈등 청와대가 주범
  • 김동현 문학평론가/책임 에디터
  • 승인 2018.07.26 12:12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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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분쌓기 위한 절차...‘촛불 혁명’ 운운 자격 없어

몇해 전 개봉한 ‘범죄와의 전쟁:나쁜 놈들의 전성시대’라는 영화가 있다. 부패한 세관 공무원 최익현(최민식)과 부산 건달 최형배(하정우)가 주인공이다. 이 영화에는 흥미로운 장면이 등장한다. 최익현이 최형배에게 나이트클럽을 인수하기 위해 도와달라고 하자 건달 최형배가 이렇게 말한다. “명분이 없다 아닙니까, 명분이.” 아무리 건달의 세계라도 명분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이 장면이 새삼 떠오른 건 국제관함식 문제 때문이다.

오늘 26일 저녁 7시 30분 강정마을 총회가 열린다. 총회 결과는 찬성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총회가 결국 국제관함식 개최 명분을 위한 회의이기 때문이다. 마을 총회 공고문에 게시된 내용은 ‘대통령의 유감표명과 공동체 회복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한 국제관함식 동의 여부 주민투표의 건’이다. 강정 마을회는 지난 3월 30일 한 차례 마을 총회에서 관함식 개최 반대를 결정했었다. 마을 총회가 다시 열린다는 건 이전의 결정이 번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걸 의미한다.

이번 총회는 관함식 개최를 찬성하는 마을 주민들의 요구에 의해 다시 열리게 됐다. 안건 내용 자체도 관함식의 성격을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 유감표명과 공동체 회복 사업의 원활한 추진. 관함식 개최 이유를 이 두 가지로 규정하고 있다는 것은 이번 총회가 관함식 개최를 전제로 ‘민주적 절차’라는 명분을 가지기 위한 총회라는 점을 잘 보여준다.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해서 강정마을 주민들에게 유감을 표시하고, 공동체 회복 사업이라는 당근도 던져준다는데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인식이다.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도 어제 브리핑에서 “26일 강정마을 주민총회가 열리면 주말동안 투표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국제관함식의 취지를 “평화의 바다를 만들자는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청와대의 이 같은 발언은 오늘 총회의 내용이 이미 결정되어 있는 ‘요식적 행위’라는 점을 보여준다. 오늘 강정마을 총회의 안건이 주민투표를 실시 여부를 묻는 것인데 청와대는 이미 주말동안 투표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했다. 마을 여론 동향을 청와대도 충분히 파악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청와대와 해군 입장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해서 유감을 표시하니 그만하면 된 게 아니냐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전제가 잘못된 판단이다. 강정 주민들은 아직도 뚜렷이 기억하고 있다. 해군은 강정 마을이 반대한다면 국제관함식을 개최하지 않겠다고 했다. 3월 총회에서 국제관함식 개최 반대를 결정하자 일부 언론은 ‘국제관함식 제주 대신 부산 개최 유력’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국제관함식 개최 여부는 이대로 끝난 것처럼 보였다.

이 같은 청와대의 반응은 국제관함식 반대 여론과 상관없이 국제관함식을 개최하겠다는 해군의 막무가내와 다를 것 없다. 국제관함식은 말 그대로 해상 사열이다. 두 차례 열린 관함식에도 국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참석했다. 이대로라면 문재인 대통령 참석은 기정사실이다. 해군의 분위기는 한껏 고무될 것이다. 해군기지 준공 이후 첫 대통령 참석 행사이니 해군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감격’이다. 해군기지 건설 과정에서 벌어졌던 숱한 탈법, 불법 논란과 구상권 청구 소송, 그리고 주민들과의 갈등 등 그 무엇 하나 해결된 것 하나 없는데 대통령 참석 하나로 마치 면죄부를 받은 양 ‘감읍’할 게 뻔하다.

하지만 해군은 주민을, 제주도를 속였다. 겉으로는 주민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했지만 국제관함식 개최와 관련한 용역까지 진행했다.(관련 용역 입찰에 제주지역 모 방송사도 참여했다.) 주민들의 반발은 당연했다. 신뢰를 깨뜨린 해군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커져갔다. 제주도의회 등 정치권도 발끈했다. 국제관함식 개최반대 촉구결의안에 40여명의 도의원들이 서명했다. 여론도 심상치 않았다. 이대로라면 관함식 개최는 물 건너간 거나 마찬가지였다.

이런 상황은 단숨에 역전됐다. 당사자는 바로 청와대다. 이용선 시민사회수석이 7월 18일 제주를 찾았다. 이 수석은 원희룡 도지사, 김태석 도의회 의장, 강정마을 주민들과 잇따라 만났다. 방문의 목적은 분명했다. 강정마을회에서 관함식 개최 여부를 다시 공론화 해달라는 주문이었다. 표면상 공론화 요구였지만 사실상 찬성 여론을 만들어달라는 압박이었다. 국제관함식 제주 개최를 못박지 않으면 공론화 요구는 필요 없기 때문이다. 이미 마을회에서 반대 의견을 모았는데 굳이 공론화를 할 필요가 없다.

청와대 수석이 방문하자 일부 정치인들의 입장도 변화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다는 데’, ‘유감 표명도 한다는데’, ‘대통령이 그냥 오겠느냐 선물을 주지 않겠느냐’.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우선 흔들렸다. 43명이 서명한 국제관함식반대 촉구 결의안은 강정마을의 찬반 의견을 다시 듣고 판단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본회의 상정조차 안됐다.

김태석 도의회 의장의 결단(?)이었다. 김황국(자유한국당), 이상봉(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본회의 5분 발언에서 제주국제관함식 반대 결의에 도의회가 앞장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김태석 의장은 이들의 발언을 마을회 찬반 의견을 기다려야 한다며 묵살했다. 도의회 의장의 월권이나 다를 바 없는 결정에 일부 의원을 제외하고 별다른 반응도 없다. 청와대가 나서니 더불어 민주당이 다수인 도의회도 제주도도 팔짱을 끼고 지켜만 보고 있다. 내심 청와대에 괜히 믿보이지 않겠다는 건지 모른다. 만일 그렇다면 직무유기도 이런 직무유기가 없다.(한 도의원은 전화를 걸어와 국제관함식 문제는 달리 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강정해군기지 문제와 관련해서 지금의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은 원인 제공자이다. 해군지 건설계획이 확정된 때는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7년이었다. 한명숙 당시 민주통합당 대표는 2007년 2월 국회 본회의에서 미래의 대양해군을 육성하고 남방 해상통로를 확보하기 위해 강정해군기지는 불가피하다고 했다. ‘국가 안보와 관련한 사업이기 때문에 필요하다.’ 이것이 지금의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인 여당의 논리였다. 누군가는 말할 것이다. ‘그래도 2012년 3월 구럼비 발파가 있은 직후 한명숙 대표가 제주도까지 내려와 반대시위를 하지 않았느냐’고. 하지만 해군기지와 관련해서 제주도민들이 보기에는 노무현정부나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태도는 다르지 않다.

노무현 정부 때나 지금 문재인 정부도 마찬가지다. 해군기지 건설과 관련한 갈등 해결 당사자로서 책임 있는 자리에 있었던 정치인들은 책임을 지지 않는다. 오히려 책임을 마을 주민들에게 떠넘기고 있다. 결정을 이미 내려놓고, 여론을 호도하기 위해 갈등을 부추기는 정치. 그게 강정 해군기지 10년 동안 이 나라의 정치인들이 보여준 태도다. 이번 청와대도 마찬가지다. 시민사회수석이 그리고 정무수석이 제주도를 찾았다. 원희룡 도지사를 추켜세우고, 제주도에 더 많은 지원을 할 수 있다는 발언도 했다. 이런 태도는 돈으로 여론을 사겠다는 태도나 마찬가지다. 돈으로 멀쩡하게 운행하는 비행기를 돌리고, 돈으로 노동자를 폭행하고, 돈으로 노동자를 매수하고, 돈으로 노조 결성을 막고, 돈으로 판사와 검사를 매수하는, 이 땅의 대기업들과 청와대가 무엇이 다른가.

상황이 이런데도 지역의 정치인들이란 자는 그저 청와대만 바라보고 있다. 대통령만 쳐다보고 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선거 때만 되면 ‘친박’이나 ‘원조 친박’이니 하면서 대통령 마케팅이나 했던 지난 정부 시절 정치인들의 모습과 무엇이 다를까. 가뜩이나 지난 지방선거에서 실력보다는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라는 후광으로 당선된 이들이다. 비유하자면 대통령이라는 큰 형님 바짓가랑이만 잡고 알사탕이나 하나 먹고보자는 심사가 아니라면 이런 식의 무책임은 있을 수 없다.

문재인 정부는 기회가 될 때마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정부’라고 말한다. 광장에서 불탔던 수많은 촛불의 목소리를 ‘혁명’으로 기억하는 정부라면 국제 관함식 개최를 강행해서는 안 된다. 2007년 강정마을회에서 해군기지 찬성을 결정하자 마을 주민들은 크게 반발했다. 일부 주민들만 모여서 찬성을 결정했다면서 전체 마을 주민들이 모여 다시 논의하자고 했다. 그렇게 3차례나 모여 해군기지 유치를 반대했다. 그게 당시 마을의 여론이었다. 하지만 당시 청와대는 주민들의 여론에 귀를 막았다. 철저히 주민들의 의견을 무시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여론이 청와대에 불리하니 다시 마을 회의를 열어달라고 압박한다. 모순도 이런 모순이 없다. 그러니 제발 입 좀 다물라. 당신들은 촛불 혁명을 운운한 자격이 없다. 10년 동안 응어리진 주민들의 의견 하나 듣지 않으면서 무슨 촛불 정부인가. 청와대는 주범이다. 제주도의회와 제주도는 공범이다. 그야말로 ‘나쁜 놈들의 전성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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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다 2018-08-01 09:45:36
과반이상 찬성이 나왔으면 찬성한 마을주민들의 의사도 반영해야지요~ 솔직히 3월 임시총회때 몇명 모여서 반대 결의안 채택했는지 궁금하네요~???

고길천 2018-07-26 13:05:11
청와대, 해군, 무능한 도의회 모두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공범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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