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가 2018년 제주특별자치도 조직개편안 심사를 잠정보류됐다.

도민 권익을 우선한 것이 아니라 원희룡 도지사의 입맛에 맞춰 도지사 기능과 권한만 강화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26일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에서 의원들이 제주도의 조직개편안의 문제점을 집중 추궁하고 나섰다.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위원장 강성균,. 이하 행자위)는 26일 오전부터 363회 임시회 상임위 회의에서 '제주특별자치도 행정기구 설치 및 정원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심의했다. 

◎제주도 개편안, 도청은 대대적 개편, 행정시와 읍면동은 제자리

이번 조례안에 제주도는 4국 10과를 늘리고 신규증원 241명을 증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조직개편안을 의회에 상정했다.

이번에 신설되는 국은 특별자치행정국에서 분리된 '자치행정국'과 '특별자치추진국'을 비롯해, '일자리경제통상국', '미래전략국' 등이다. 한편 도는 정무부지사 직속으로 있던 공보관을 폐지하고 도지사 직속으로 소통혁신정책관과 대변인을 신설했다. 또한, 행정부지사 직속으로 성평등정책관과 도시디자인담당관을 새로 만들었다. 

한편, 제주시에서는 현행 7국 42과가 그대로 유지되며 공무원만 58명 증원된다. 서귀포시는  환경도시건설국이 청정환경국과 안전도시건설국으로 나뉘는 등 현행 5국36과에서 6국37과로 1국과 1과만 늘었으며 공무원도 31명 증원된다.

반면, 읍면동 주민센터의 재무담당은 폐지하고 이 업무를 담당했던 2명은 다른 업무로 이관됐다.

내용만 보자면 도청의 조직이 더욱 비대해지고, 행정시나 읍면동은 한정적인 개편만 이뤄진 셈이다. 이에 행자위 의원들은 모두 이 문제점을 일갈하고 나섰다.

◎행자위, "도청의 머리와 입만 커졌다" 맹비난

강철남 의원

먼저 강철남 의원(제주시 연동을, 더불어민주당)은 "제주특별자치도를 만들면서 시군구를 폐지한 이유가 공무원 수를 줄이기 위해서였다"며 "그런데 오히려 공무원 수는 늘고 있는데 읍면동 지역자치 강화에 필요한 인력이 감소하거나 그대로다. 읍면동이 홀대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이중환 제주도 기획조정실장은 "제주는 다른 곳보다 읍면동이 활성화된 곳"이라며 "주민수 대 공무원 수를 보면 여타 시도보다 많다"며 "그럼에도 일선 읍면동에서 행정수요보다 공무원 수 적다고 생각할 수 있다. 양 행정시 인사부서에게 읍면동 전체의 분석을 하고 방문해서 의견을 듣고 반영하자고 해왔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의원들은 도청의 개편 내용을 볼 때 이중환 실장의 해명을 이해하기 힘들다고 반발했다.

김황국 의원

김황국 의원은 "소통혁신정책관에 41명, 대변인실에 31명 등 도지사 직속에 75명이 포진된다"며 "도지사의 제왕적 개편안이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에 김 의원은 "이번 4국 13과의 신설은 공무원의 적체 해소와 승진 기회를 위해 마련된 것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아울러 김 의원은 "읍면동은 조직개편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볼때 문제가 많다"며 "하물며 있던 재무계마저 없애버리는 것은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정민구 의원도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주민투표 이후 시민단체에서 행정시에 법인격이 없어 모든 사무와 민원이 도청에 집중될 것이라는 해석이 있었고 현실화됐다"며 "결국 도청에 조직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개탄했다.

정 의원은 "애체 제주특별자치도의 설계는 행정시 없이 읍면동 기능의 강화였지만 행정시가 있어 권한 분배도 안되는 실정"이라며 "이번 개편안을 보면 도지사가 제주도가 커지는 꿈이 아니라 제주도청만 커지는 꿈을 바라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이중환 실장은 "정 의원님의 발언이 기사에 나올까 걱정돼 꼭 답변드려야겠다"며 "도민과 제주가 커지는 꿈이며, 이번 조직개편안은 도청의 요구 반영률보다 양 행정시의 반영률이 더 높았다"고 서둘러 해명했다. 또한 이 실장은 "조직개편에 인사가 반영되기는 하지만, 인사를 위해 조직개편을 하지는 않는다"며 김황국 의원의 지적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중환 기조실장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자료사진 제주도의회

한편, 강성균 위원장도 "이번 조직개편안은 머리와 입만 큰 조직이며 손과 발이 보이지 않는다"며 "읍면동 조직을 늘려서 토일 교대로 주민들과 접촉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인력을 보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공무원 너무 급증하고, 실국간 형평성도 안 맞아"

아울러 공무원 241명이 한꺼번에 늘어나는 점도 우려대상에 올랐다.

좌남수 의원

좌남수 의원은 "애초 제주특별자치도를 출범하고 시군구를 폐지한 이유는 공무원 수를 줄이려는 것이었지만 인구가 늘면서 공무원 수도 늘었다"면서도 "10년동안 243명 불었는데 하루아침에 241명 늘면 이해하겠느냐. 이 문제에 대해 도지사의 도민 사과가 우선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또한 좌 의원은 "공무원 외에도 공무직까지 포함하면 공공부문직은 매우 크게 늘어난 것"이라며 "도민을 위한 개편이 되어야 하는데 도지사에게만 힘이 집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명환 의원도 "앞으로 5년간 241명 증원에 따른 예산만 944억원에 이른다"며 "도시일몰제로 2조원이 넘는 핵폭탄이 예상되며, 버스준공영제에 예산도 1천억원이 넘는 상황인데 공무원 인건비까지 많아지면 제주 미래가 어찌 되겠느냐"고 질타했다.

아울러 홍 의원은 원희룡 도정의 너무 잦은 조직개편을 문제삼았다. 홍 의원은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한 이후 2014년까지 조직개편안은 8번에 불과했지만, 원 도정 4년간 10번 가까이 이뤄졌다"며 "도청이 엉덩이가 가볍게 너무 자주 이뤄지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각 실국 간의 형평성도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실국을 신설할 때 최소 4개 이상의 하위부서를 두는 것이 보통인데 2,3개 부서만 들어선 곳이 많다는 것.

김황국 의원은 "도민안전실장은 기조실장과 같은 직급인데 과가 2개 뿐이어서 사실상 실국이 아니라 과의 역할밖에 안된다"며 "이외에도 특별자치추진국이나 관광국, 소방안전본부 등도 과가 적은데도 실국급으로 돼있어 형평성이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의원들이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서면서 행자위는 도의 조직개편안 심사를 보류하고 8월 2일 원포인트 논의로 결정하기로 정했다. 

▲26일 오전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가 조직개편안 심의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제공 제주도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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