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일들을 정서적으로 돕는 일을 봉사활동을 계속 이어나겠다는 봉사자 고미자 님. 고미자님의 그림자가 마치 벽화 속의 사슴을 돌보는 듯한 모습이다.(사진=김재훈 기자)

-소개를 부탁한다. 언제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됐는지?

모슬포 무릉에서 태어났다. 69년 생이다. 지금은 제주특별자치도장애인복지관 소속 봉사단체 ‘팡돌회’ 회장으로 있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21살 때 보육원에 있는 아이와 1대 1 결연을 맺었다. 보육원으로 한 달에 일정 액수를 지원하고 소풍, 운동회 간식 사주고 졸업식 날 아이가 좋아하는 갈비도 같이 먹고. 한 아이의 제2의 보호자 역할이었다. 

-봉사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중학교 땐가 반 친구들이 몇 백원씩 모아서 옷을 사 어려운 처지의 착한 학생을 선정해 선물로 줬다. 선생님이 불러서 내가 선정됐다고 말씀하셨다. 부끄러웠다. 나는 안 받아도 괜찮다, 더 어려운 친구에게 줬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다. 어린 마음에 순간 자존심이 상했던 거다.(웃음) 옷을 다른 친구에게 양보하게 됐다. 옷을 받은 친구가 많이 좋아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주는 사람’의 의미를 생각하게 됐다.

-봉사활동을 이어가기가 어려웠던 적도 많았을 텐데.

직장 다니고 애 낳고 하면서 신경을 많이 못 썼다. 마음에 계속 걸렸다. 30대 초중반이 되고 초등학생 아이들 둘과 다시 봉사활동을 다녔다. 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주 1회 학습도우미 활동을 했다. 한자 등 교육 봉사와 오카리나 등을 가르쳤다. 꽃가게를 했었다. 매주 일주일에 하루 문 닫으면서 봉사를 나갔다. 시간을 쪼개어 봉사를 가는 것이니만큼 핀잔도 많이 들었다.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는 둥, 아이들 데리고 어디 가냐는 둥 핀잔도 많이 들었다. 남편과 다투기도 많이 다퉜다.(웃음)

-봉사자들은 봉사활동이 자기 자신에게 더 도움이 된다고들 입을 모으는데, 같은 생각인가?

무엇보다 사춘기를 지나는 우리 아이들을 잘 봐주지 못했다. 근데 아이들이 봉사활동을 같이 나가면서 올곧게 커줬다. 봉사활동을 하며 더 잘 가르치고 싶은 마음에 공부하고 나 스스로 발전하는 계기도 됐다. 지금은 오카리나 1급 지도자이다. 지금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부자가 된 것 같다.

-봉사활동이 자기계발로, 다시 봉사활동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다.

아이들이 다니는 노형초등학교 책 읽어주는 봉사도 7년 동안 했다. 사심이 있는 것으로 보는 사람도 있었다. 한 번도 결석한 적이 없다. 전문적인 봉사를 하고 싶어졌다. 이후 동화 구연대회에 나갔다. 1급을 받았다. 엄마는 엄마 생활의 일부다 생각하고. 2015년 제주지역 최우수상을 받고 서울에 가서 시낭송가 증서를 받았다. 그걸 받고 스스로 시각장애인 복지관을 찾아갔다. 제주어 시낭송, 동화구연을 하겠다고 말했다. 개인적인 콤플렉스가 있어서. 실력을 쌓는 과정이 필요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자기계발로 이어졌고, 그걸 토대로 수업을 나가기도 했다. 자기 계발로 인한 경제적 소득이 창출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봉사와 함께 공부하는 삶을 살고 있다. 

-개인적으로 힘든 일도 많았을 텐데 봉사활동을 이어온 이유는?

감사할 줄 알게 된다. 신앙을 갖고 종교 활동을 하는 것보다 더 좋은 기운과 에너지를 받을 수 있는 것이 봉사활동 같다. 꾸준히 10년 이상을 하면. 말이 필요가 없다. 같이 봉사활동을 다닌 아들은 부정적인 말을 하지 않는다.(웃음)

-앞으로 봉사활동의 방향을 어떻게 잡고 있는지?

시골에서 살았기 때문에 문화 예술 등에 결핍이 있었다. 누리지 못했던 부분들이 많다. 학습적인 면보다 정서적, 인성적, 감성적인 봉사를 하고 싶었다. 다문화가정, 조손 가정 등에 가서 아이들 눈빛을 보면 아이들의 마음이 보인다. 그 눈빛을 보면 마음 아플 때가 많다. 한 아이에게 꿈이 뭐냐고 물었던 적이 있다. 1학년 아이가 빨리 2학년이 됐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2학년이 되면 아빠가 새엄마 데려온다고 말했다고. 또래 친구들은 새엄마가 오면 ‘소금밥’ 먹인다며 놀렸다. 그 아이처럼 상처가 많은 이들에게 정서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더욱 노력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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