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5백여 명의 예멘인들이 난민 신청을 한 이후, 난민 문제는 국내에서 중요한 이슈가 됐다.

많은 언론에서 난민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여전히 대중들은 난민을, 그리고 난민 문제를 잘  모른다. 그저 막연한 두려움과 걱정에 차라리 난민을 받지 말자는 목소리도 높다.

이제 난민 문제는 유럽이나 아프리카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에까지 그 여파를 미치고 있다.  앞으로 우리는 난민 문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송영훈 난민연구센터장이 26일 오후 제주벤처마루 대강당에서 '난민 문제와 난민의 문제'를 주제로 강의를 하고 있다.@사진 김관모 기자

오랫동안 난민문제를 연구해온 송영훈 강원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겸 난민연구센터장이 제주를 찾았다. 자신을 제주 출신이라고 밝힌 송영훈 센터장은 제주YWCA가 지난 27일 제주벤처마루 대강당에서 개최한 2018 평화아카데미에서 '난민 문제와 난민의 문제'를 주제로 강의를 열었다.

이날 대강당에는 난민문제로 걱정하는 제주도민들이 대거 참여했다. 많은 사람이 평소 궁금했던 난민 문제와 현황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현재 대중들은 무엇을 알고 싶고, 무엇을 걱정하고 있을까. 그리고 송 센터장은 이들에게  무엇을 전하고 싶었는지 직접 들어봤다.

◎"난민문제는 언젠가 끝나야 할 문제"

강의에 앞서 송 센터장이 한 장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2015년 많은 세계인이 난민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만든 시리안 난민 소년 알란 쿠르디가 해변에서 숨진 채 발견된 사진이었다.

이 사진을 보여주며 송 센터장은 "난민문제는 반드시 끝나야 하는 일"이라며 "왜 우리가  난민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 저 사진이 알려주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2015년 9월 시리아 내전을 피해 가족과 함께 보트를 타고 바다를 건너던 알란 쿠리디(3세)는 보트가 전복돼 숨을 거두고, 터키 보드룸 해변에서 발견됐다. 이 한장의 사진은 유럽의 난민정책을 바꾸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사진출처 터키 도안통신

송 센터장은 그동안 사람들이 난민을 생각할 때 흔히 하는 편견을 지적했다.

"우리가 흔히 난민을 생각하면 보따리를 머리에 이고, 지저분한 옷으로 도망치는 사람들을  생각합니다. 아이폰을 가진 난민을 생각하기 어렵겠지요. 하지만 요즘 난민들이 피신할 때  가장 먼저 챙기는 것이 아이폰과 충전기입니다. 언제 어디서나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송 센터장은 난민의 정의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난민(refugee)이라는 단어는 유럽에서  제2차세계대전 이후 나타난 난민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1951년 7월 제네바에서 맺은 '난민  지위에 대한 협약'을 기초로 한다.

이 협약에는 난민을 '인종이나 종교, 민족(국적),  특정사회집단의 구성원 신문 또는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박해받을 우려가 있다는 합리적 근거가 있는 공포로 인해 자신의 국적국 밖에 있는 자'라고 정의하고 있다. 또한, '국적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또는 국적국의 보호를 받기 원하지 않는 자, 혹은 상주국 밖에 있는 무국적자로서 종전의 상주국으로 돌아갈 수  없거나 돌아가기를 원하지 않는 사람'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 난민의 성격이 다양해지고  강제이주의 개념도 변하면서 국제법상 난민의 개념이 인도적 위기의 특성을 잘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송 센터장은 설명했다.

송 센터장은 현재 전 세계에 약6,850만 명의  강제이주민(forcibly dispaced)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중 국제법상 인정받는 '난민(refugee)'는 2,540만 명이다. 이들준 1,990만명은 유엔난민기구(UNHCR)이 관할하고 있으며, 다른 540만명의 팔레스타인 난민은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 구호 사업 기구(UNRWA)가 관할하고 있다.

다른 4천만 명은 전쟁이나 자연재해 등으로 인해 국외가 아닌 '국내에 흩어져 살아가고 있는  난민'(internally displaced people)들이며, 310만 명 정도가 망명신청자(asylum-seeker)다.

송 센터장은 2010년 이후 난민이 크게 늘고 있으며, 2017년에는 하루당 4만5천명의 난민이  새로 생기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 중에서 가장 많은 난민이 살고 있는 곳이 터키이며, 이외에도  시리아와 레바논, 이란, 파키스탄 등 아프리카나 중앙아시아에 난민이 밀집돼 있다.

▲자료출처 유엔난민기구


◎한국 난민의 특징은?

그렇다면 한국에 난민신청을 하는 외국인들은 어떤 사람들이 있을까.

송 센터장은 지난 1994년부터 2017년까지 23년동안 한국에 난민 신청을 했던 외국인이 총 3만2천여 명이라고 밝혔다. 이중 가장 많은 사람이 파키스탄인(4,268명)이었으며, 그 다음이 중국인(3,639명), 이집트인(3,244명), 나이지리아, 카자흐스탄, 방글라데시, 시리아 순이었다.

한국의 난민신청자 역시 2010년 세계적으로 난민의 수가 급격히 늘면서 매해 급증하고 있다.  2010년 423명에 불과했던 난민신청자는 2013년 1,574명, 2015년 5,711명, 2016년 7,542명, 2017년 9,942명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한국에서 난민으로 인정받는 신청자는 극소수다. 지난해 난민으로 인정된 사람들은 총 121명으로 난민신청자 중 1.2%뿐이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한 난민의 국적은 미얀마(35명)였으며, 그 다음이 에티오피아(23명), 예멘(11명), 이란(11명), 파키스탄(9명) 순이었다.

송 센터장은 작년에 난민신청을 한 사유 가운데 가장 많은 건수가 종교라고 말했다. 그는 "무슬림 국가에서 크리스트교를 믿게 되면서 더 이상 자기 나라에 살 수 없게 되는 경우도 많은  편"이라고 전했다. 또한, 그는 "중국에서는  파룬궁이나 전능신교 등 종교탄압으로 인해 난민을 신청하는 중국인도 많다"면서도 "중국과의 정치적인 이유로 한국에서는 이런 종교에 따른 난민을 인정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즉, 난민 신청자의 면모를 살펴보면 우리가 막연히 알고 있는 것과는 사뭇 다른 점이 많다고  송 센터장은 전했다.

"세계적인 난민변호사였던 아더 헬튼 교수는 '난민을 보이지 않는 투명한 존재임과 동시에  이야기꾼'이라고 했습니다. '난민들은 보이지도 않고 들리지도 않지만, 동시에 어디에나 있으며,  그들은 인간이 서로에게 할 수 있는 가장 최악의 행위의 목격자들'이라고 했습니다. 난민들은 각자  자기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그들 각자의 이야기를 들어야만 합니다."

▲송영훈 난민연구센터장이 26일 오후 제주벤처마루 대강당에서 '난민 문제와 난민의 문제'를 주제로 강의를 하고 있다.@사진 김관모 기자

◎난민 바로알기가 필요한 이유는?

송 센터장은 사람들이 난민을 두려워 하는 이유에 ▲잠재적 범죄자, ▲일자리 빼앗기, ▲복지비용의 과다 지출 등이 가장 많이 거론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송 센터장은 사실 난민이 범죄를 일으킬 확률은 제대로 집계된 바 없기는 하지만, 자신의  경험상 범죄를 일으킬 가능성이 낮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어느 나라에 가든지 난민은 직위가 불안정하기 때문에 범죄를 저지르면 그 나라에서 쫓겨나기 십상"이라며 "오히려 자기 행동을 조심하기 때문에 범죄를 일으키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송 센터장은 현재 제주에 거주하고 있는 예멘인들의 생활을 예로 들었다. 현재  예멘인들은 이주민센터나 특정 거주지에 모여 있는 편인데, 너무 늦게 들어가면 센터에서 잠을  자지 못하거나 주변 시선을 의식해 저녁 9시 이전에는 대부분 복귀하고 있다는 것. 송 센터장은 "난민들에 대한 지원만 적정 수준 이뤄진다면 이들은 절대로 범죄를 일으키지 않는다"며 "이들이 국내에 있는 동안 이들이 범죄를 일으키는 것보다 적절한 지원이 되고 있는지를 살피는 게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국내 노동자의 일자리를 난민이 뺏어갈 것이라는 우려도 현실적으로 나타나는 문제는 아니라고 송 센터장을 말했다. 그는 "말이나 문화가 다른 난민이 고급 일자리보다는 몸으로 부딪히는 질 낮은 일자리를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며  "우리나라 사람의 일자리를 뺏는 게 아니라 빈자리를 채울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 그는 "외국에 유학하는 학생들도 건물청소나 잡일부터 시작하는 것을 생각해보면 되는 일"이라며 "외국 이주민들이 한국사회에서 능력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한국의 문화와 말을 제대로 이해하기까지 엄청난 노력이 필요한 일"이라고 밝혔다.

▲송영훈 난민연구센터장이 26일 오후 제주벤처마루 대강당에서 '난민 문제와 난민의 문제'를 주제로 강의를 하고 있다.@사진 김관모 기자

이주민의 복지비용으로 인해 한국의 세금이 새어나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송 센터장은  난민 지원책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 반대의  현상도 일어날 수 있다고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

그가 보여주는 예시는 탄자니아 나루구수 난민캠프의 공동시장이다. 국제 구호개발NGO인 굿네이버스는 난민들에게 바우처를 제공하고, 탄자니아 원주민과 난민들이 물건을 사고팔 수 있도록 시장을 만들었다. 그 결과 주민들과 난민 모두가 만족하는 결과를 거두었으며, 난민들이 자립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하는 좋은 사례가 되고 있다고. 이에 송 센터장은 "현재 한국이 받아들이는 난민은 소규모이기 때문에 점차 이들을 수용한다면,  충분히 대비할 수 있으며 오히려 한국 경제에 새로운 바람을 넣을 수도 있다"며 난민 문제를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송 센터장은 난민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 세계적인 협약과 분담이 필요한  상황이며, 한국도 이를 피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난민이 이번처럼 무사증 제도만으로 들어오는 것은 아니며 비자를  받고 정식으로 들어오는 경우가 더 많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난민신청자가 늘어나면서 난민을 비롯해  다국적 외국인이 한국에 들어오는 것을 막기는 어렵다는 점도 그는 설명했다.

"문화적으로 전혀 다른 사람과 편하게 지내는 것은 어렵습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편해질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이슬람문화를 두려워하는 이유는 그것을 잘 모르기 때문입니다. 이슬람도 수천년을 내려오면서 발전했던 문명입니다. 모두가 IS처럼  테러범이 아닙니다. 모두 자식과 가족이 있는 일반사람이 대부분입니다. 문명과 문명은 충돌하지 않는다고 믿습니다. IS과 같은 과격단체는 문명이 아니라 야만입니다. 우리는 문명인들과는 충분히 논의와 대화로 풀어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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