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에게서 '나 홀로 도보여행'은 ‘자유의 만끽’이다.

자유를 찾아 떠나는 행복한 여정(旅程)이다.

누구에게서도 간섭받거나 방해받지 않고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갖는 여유와 자유, 그래서 “전율처럼 기쁨이 차오르고 행복하다”고 했다.

도보여행가 고계수씨, 우리나이로 일흔 두 살이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 볼리비아, 페루, 에콰도르, 콜롬비아, 멕시코, 쿠바,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열 세 나라를 180일간 배낭여행하고 돌아왔다.

최근 발간한 그의 책 ‘71세에 떠난 좌충우돌 배낭여행기’는 이들 나라의 ‘요지경(瑤池鏡) 보고서’다.

고희(古稀)를 넘긴 나이에 배낭을 둘러메고 세계여행을 했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이야기 거리다. 충분히 주목받을 만하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몸소 보여줬기 때문이다.

사실 ‘배낭여행’은 젊은이들만의 전유물처럼 여겨져 왔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젊은이들의 체험적 도전 정신을 이야기 할 때 곧잘 등장했던 것이 ‘배낭여행’이었다.

그런데 ‘71세에 떠난 좌충우돌 배낭여행기(이하 좌충우돌)’이 젊은이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배낭여행의 편견’을 한방에 날려버렸다.

‘좌충우돌’에서는 도보여행가 고계수씨의 뜨거운 열정과 불굴의 도전정신을 만날 수 있다.

끈질긴 의지와 주눅 들지 않은 패기와 호연지기(浩然之氣)는 그의 삶을 관통해온 이력에도 촘촘하게 배어 있다.

그는 해군사관학교를 나왔다. 해군중령으로 예편했다.

사관학교 생도시절엔 응원단장으로도 유명세를 탔다. 군 생활 중에는 비행기 조종도 했다.

태권도와 유도 유단자이기도 하다.

정년퇴임 후 오락․취미 활동은 다양하고 흥미롭다.

사교춤은 가히 ‘제비(?) 급’이라 했다. 178cm의 훤칠한 키에 달라붙는 유연한 몸놀림은 춤 파트너들의 선망이 대상이었다고 했다.

이러한 경지에서 댄스를 그만뒀다.

그 다음은 서예에 심취했다. 몰입의 결과는 제주도서예대전에서의 대상(大賞) 수상이었다. 이도 대상수상을 끝으로 붓을 놓아버렸다.

수준 높은 대금 연주와 골프도 한때의 취미 활동이었다. 그것 역시 ‘간밤에 불었던 바람’처럼 그것으로 날려버렸다.

이후 침 뜸의 대가 구당 김남수 선생의 문하에서 침과 뜸을 배웠다. 평가 과정을 통해 실력을 인정받고 봉사 활동에도 참여했었다. 지금도 침과 뜸을 놓지 않고 홀로 '열공(열심히 공부)'중이다.

요즘은 한의학의 대체의학에 관심을 갖고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

그의 퍼스널리티는 외향적이고 독특하다. 끈기와 집요함은 ‘나 홀로 도보 여행’을 가능케 했던 저력이며 자양분이다.

생각과 꿈을 행동으로 옳기는 용기로도 작용했다.

해외 도보여행은 젊었을 때부터의 꿈이었다.

직장에서 은퇴했던 이듬해부터 ‘꿈의 현실’을 준비했다.

첫 해외 배낭여행지 1차 목표는 900여 km의 ‘스페인 산티아고 길’이었다.

여기에 도전하기 위한 첫 도보 여행은 2007년 7월 제주도 일주였다. 5박 6일간 190km를 걸었다. 첫 길이라 힘들고 고단했지만 재미가 쏠쏠했다.

이 때 부터 매일 제주의 오름 등반을 했다. 이틀에 한 번꼴로 6~7시간씩 25km를 걸었다.

2008년 한 해 동안 82회에 걸쳐 제주 올래길을 걸었다. 장장 2000여km였다. 걷는데 나름대로 자신감이 생겼다.

걷기 훈련만이 아니었다. 각종 서적과 인터넷 등 온․오프라인을 통해 도보 여행 정보를 습득했다.

영어 회화와 스페인어 공부는 시쳇말로 ‘머리에 쥐가 날정도’였다.

그러나 건강이 문제였다. 심장병이었다. 매일 약을 복용하고 있었다. 부정맥은 점점 심해 졌다.

걷기 시작해 2~3시간 지나면서 오른쪽 발목의 아킬레스건에 바늘로 찌르는 듯 통증이 고통스러웠다.

전문의는 장거리 여행, 특히 장거리 도보여행은 무리라고 했다. 극구 말렸다. 위험하다는 경고였다.

이런 이유로 ‘산티아고 길 920km 도전’은 사실상 ‘불가능한 사명’이었다.

그러나 의사의 경고가 아무리 엄중하다고 해도 ‘젊었을 때부터의 꿈’을 저버릴 수가 없었다.

2년간의 피땀 흘린 준비도 아까웠다. 걷다가 쓰러진다 해도 포기 할 수 없는 이유였다.

그래서 2009년 5월 죽을 각오로 꿈에 그리던 산티아고 도보 여행길에 올랐다.

온갖 시행착오와 우여곡절을 겪었다. 주저앉고 싶을 때도 있었다. 이를 악물고 견디어냈다.

그렇게 하면서 49일 간의 첫 해외 장기 도보여행을 마칠 수 있었다. 솟구치는 엔도르핀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전율처럼 온몸을 휘감았다.

이후 도보여행은 그가 떼어낼 수 없는 삶의 한부분이 되어버렸다.

서울을 비롯한 각 지역의 둘레길, 100km울트라 걷기대회 완주, 50일간의 2차 산티아고 길과 영국 포르투칼 도보여행, 40일간의 3차 산티아고 길과 바로셀로나 도보여행, 36일간 유럽 10개국 17개 도시 배낭여행, 해남 땅 끝 마을에서 강원도 통일 전망대까지 29일간의 821km, 등 등 도보여행을 시작한 2007년부터 7년 동안 14000km를 걸었다.

14000여km의 도보여행 기록은 서울과 부산을 34번 걸었던 것과 같은 거리다.

고계수/ 도보 여행가

그의 첫 도보․배낭 여행기 ‘고계수의 걷는 세상’은 이렇게 탄생했다.

여기에다 중․남미와 호주 등 13개 나라의 배낭여행을 마친 것이다. ‘좌충우돌’은 이렇게 여행했던 낯선 세상에서의 체험이자 생생한 도전기록이다.

낯선 상황의 두려움을 즐거움으로 극복하는 긍정적 에너지가 여행기 전편에 흐른다.

갑자기 닥친 난감한 상황에서, 엉뚱하고 예기치 못한 시행착오, 위기와 좌절의 순간순간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헤쳐 나가는 순발력과 대응력이 돋보였다.

‘좌충우돌’은 “여행을 생각했다면 망설이지 말라”고 조언했다.

용기와 의지만 있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 도보여행이요 배낭여행이라는 것이다.

‘나 홀로 배낭여행’은 나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나의 자유를 찾는 것이라 했다.

따라서 그에게 있어서 길은 자유의 만끽이며 꿈이고 도전이다. 건강과 행복은 덤으로 얻는 것이라 했다.

헤르만 헤세는 ‘여행을 떠날 각오가 되어있는 사람만이 자기를 묶고 있는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했다.

‘좌충우돌’에서 말하는 ‘여행의 자유’와 같은 맥락이다.

도보 여행가 고계수씨는 새벽 4시 반과 5시 반 사이에 배낭을 짊어지는 순간 짜릿한 희열감이 온 몸을 휘감는다고 했다,

그는 이미 또 다른 걷기계획을 짜놓고 있다.

4대강 종주 자전거길 633km를 도보로 완주하고 일본 시코쿠의 순례길 1400km도 여기에 들어있다.

10일간의 히말라야 트레킹, 프랑스~산티아고 간 1600km의 산티아고 르쀠길도 근년 간 다녀올 계획이다.

‘사람이 여행을 하는 것은 도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여행하기 위해서’라는 괴테의 말이 새삼 가슴에 와 닿는다.

나이에 관계없이 꿈을 꾸며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는 도보여행가 고계수씨의 여유와 용기와 열정에는 함부로 범접할 수 없는 즐겁고 유쾌한아우라가 둘러싸여 있다.

#관련태그

#N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