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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근] 사실과 진실이 늘 같은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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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근] 사실과 진실이 늘 같은 것은 아니다
  • 제주투데이
  • 승인 2018.07.30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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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근/ 아라요양병원 원장

[제주투데이는 제주사랑의 의미를 담아내는 뜻으로 제주미래담론이라는 칼럼을 새롭게 마련했습니다. 다양한 직군의 여러분들의 여러 가지 생각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 제주발전의 작은 지표로 삼고자 합니다.]

이유근/ 한국병원과 한마음병원 원장을 역임하시고 지역사회 각종 봉사단체에 열성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현재는 아라요양병원 원장으로 도내 노인들의 의료복지를 위해 애쓰고 있다.

네델란드의 수도 암스텔담의 국립미술관 입구에, 풍만한 가슴을 열어 제친 젊은 여성의 젖을 빠는 늙은 노인을 그린 그림이 걸려있다고 한다. 이 그림을 처음 보는 많은 관람객들은 이 포르노 같은 그림이 국립미술관의 입구에 걸려 있는 것에 대해 당황하고 분노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 그림은 바로크 미술의 거장 루벤스가 푸에르토리코의 독립투사 키몬(Cimon)과 그의 딸 페로(Pero)의 실화를 바탕으로 그린 그림이라고 한다.

키몬은 나이가 들었으면서도 조국 푸에르토리코의 자유와 독립을 위하여 투쟁하다가 국왕의 노여움을 사서 교수형을 선고 받고 감옥에 갇혔는데, 사형이 집행될 때까지 아무 것도 주지 말라는 엄명에 굶어죽어 가고 있었다고 한다. 아버지가 다 죽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딸 페로는 해산한 지 얼마 되지 않는 몸을 이끌고 아버지의 임종을 보려고 감옥으로 갔다고 한다. 물 한 모금 먹지 못 하고 퀭하니 누워있는 아버지를 보는 페로의 눈에 핏발이 섰고, 그녀는 서슴없이 가슴을 헤치고 불어 오른 젓을 아버지에게 먹였다고 한다.

똑같은 그림을 보면서 그 내용을 모르는 사람들은 포르노라 하고, 그림의 배경을 아는 많은 분들, 특히 푸에르토리코의 국민들은 부녀간의 사랑과 헌신, 그리고 숭고한 애국심과 민족혼을 그린 명화 앞에서 경건해진다고 한다.

우리들은 흔히 우리가 본 것을 진실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우리가 보고 있는 사실 뒤에는 수많은 진실이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리곤 한다.

1969년 퓰리처 수상작 ‘사이공식 처형’(AP통신 애디 애덤스 기자 작)은 신망이 두텁던 월남군 구엔 곡 로안 장군이 무고한 시민을 강간하고 살해한 악명 높은 베트콩 간부를 처형한 것을 다루고 있는데, 마치 무고한 시민을 죽인 것처럼 오인하도록 하여 월남전을 종시시키는 역할을 하였다. AP통신사는 사실을 알았으나 침묵하였고, 구엔 장군은 미국 망명 후 살인자라는 누명을 평생 업고 살았다고 한다. 나중에 애덤스 기자는 구엔 장군은 베트콩을 죽였지만 자신은 장군을 죽였다고 실토하였다고 한다. 애덤스 기자가 나중에라도 진실을 실토하였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도 우리는 구엔 장군이 무고한 시민을 죽인 것으로 잘 못 알고 있을 것이다.

요즈음 인터넷 신문을 읽다 보면 너무나 많은 이들이 편견에 사로잡혀 악담에 가까운 댓글을 쓰는 것을 자주 보게 된다. 오죽하면 ‘악풀’이라는 말까지 생겨났을까! 진실을 알려고도 하지 않고 오직 자기가 알고 있는 사실을 진실이라고 여기거나, 다른 사람이 쓴 허위 사실을 진실인 것으로 오해하여, 마치 자신은 사회정의를 위하여 싸우는 투사인양 글을 쓰는 사람들을 흔히 본다. 우리들은 남을 비판함에 있어서 내가 색안경을 쓰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고 늘 조심하여야 한다. 붉은 색안경을 쓰면 파랑도 보라로 보이고 노랑도 주황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보라색으로 보이더라도 혹 내가 붉은 안경을 쓴 것은 아니가 하고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

엊그제 많은 국민들의 사랑과 존경을 받던 노회찬 의원께서 유명을 달리하셨다. 보도에 의하면, ‘드루킹 사건’에 연루된 친구와의 얽힌 사연 때문이라고 한다. 그나마 몇 안 되는 존경받는 의원께서 그런 일로 인생을 마감한다는 것이 너무나 안타깝다. 물론 이번 일이 자신이 그동안 키워온 가치와 당을 위한 선택이라고 여겨지지만, 이런 정도의 일로 목숨을 끊는다면 살아남을 수 있는 의원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라이온스클럽의 윤리강령에 “우의를 돈독하게 하며 이를 이용하지 않는다”라는 대목이 있는데, 우리들은 우정을 이용하지 않기 위해 얼마나 애쓰고 있을까? 그 변호사는 우정 때문에 그렇게 했을까? 진실을 과연 무엇일까? 만일 어떤 목적을 가지고 했다면 결국 친구를 죽음에 이르게 한 행위가 되는 셈이다.

이번 일이 정치를 하시는 모든 분들에게 자신을 돌아보고 마음을 다잡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그리 된다면 노회찬 의원의 죽음이 헛되지 않을 것이다.

필자가 보기에 우리나라는 정치만 잘 되면 금방 선진국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참에 우리 모두 우리나라의 정치 행태에 대하여 반성하였으면 한다. 정치가들이 음성적인 후원을 받지 않고도 정치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자. 그리하여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경유착이라든가 적폐청산이라는 말이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지혜와 힘을 모으자.

올바른 정치가 가장 큰 봉사라는 사실을 다시 강조하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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