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학교폭력예방법’이 있다. 이 법은 학교폭력 예방, 분쟁 조정과 갈등해소를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법에서는 ‘학교폭력대책위원회를 만들어 운영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이 법을 꼼꼼하게 살펴보면 분쟁 조정이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다.

일단 크고 작은 폭력행위가 발생하면 ‘피해자’와 ‘가해자’로 구분을 하고 ‘가해자’를 처벌하기 위한 운영이 행해진다. 결국 입법취지나 목적은 사라지고 ‘가해자’로 규정된 학생들을 학교에서 축출하기 위한 도구로 법이 운영되고 있다. 또한 위원회 구성에서의 문제도 존재하고 있는데 위원회가 폭력을 정의하거나 규정하는 기준을 가지지 못하고 결과중심으로만 처벌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무슨 말이냐 하면 폭력은 크게 ‘물리적 폭력’과 ‘정신적 폭력’으로 나눠 접근해 가야 하는데 ‘물리적 폭력은 눈으로 확인되는 사안이지만 정신적 폭력은 눈으로 확인이 불가능한 영역이기에 전문가의 참여나 자문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위원회에서는 조사를 하는 기능은 없고 검사와 판사의 역할을 하면서 처벌위주로 운영이 된다. 결국 예방이나 분쟁 조정, 갈등해소를 위한 어떤 내용도 조치도 없이 분쟁과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는 꼴이다.

학교 내 구성원들의 갈등이 깊어지고 넓어지면서 학교는 다양한 교육이 펼쳐지는 공간이 아닌 인간성 말살의 공간이 되고 있다. 또한 이 법은 피해자 중심으로 돼 있어 사건, 사고가 발생한 경우 가해자를 위한 조치는 처벌 이외에는 없으며 가해자가 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불복하는 경우에도 구제할 수 있는 어떤 내용도 없다. 가해자가 되는 경우 학교를 떠나 사회 밖으로 내몰리는 결과를 낳게 된다. ‘그러니 조용히 잘 지내’라는 경고를 보내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는 학생들을 통제하고 강제하고 억압하는 장치로 법이 이용될 뿐 ‘학생의 인권을 보호하고 학생을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 육성함을 목적’으로 하는 법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어떤 이의 표현을 빌리자면 ‘학교폭력예방법은 사회가 만들어 낸 괴물’이라 한다. 이 말이 이 법을 설명하는 가장 적절한 표현이라는 생각이 든다.

학생을 보호하고 학교 내 갈등을 중재하고 해소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법이 갈등을 심화시키고 학생을 관리(?)하는 구실이 된다면 이 법은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다. 지금이라도 이 법을 폐기하고 학교 내에서 발생한 모든 사안은 학교 구성원들이 풀어가면서 구성원들 스스로가 자율로 만들어 가는 자유로운 환경을 위해 공동의 노력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교육적인 처방이라 할 수 있겠다.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법으로 어른들이 망가뜨리는 학교. 어른들의 역할을 가장 작게 만들고 학생들의 역할을 키워 학교공동체가 누구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학생들 스스로가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지켜만 보자. 그게 미래를 위한 어른들의 올바른 투자가 아닐까 한다.<최석윤 제주평화인권연구소 왓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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