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림로 도로 확장 공사가 논란이다. 제주도가 이 일대 교통량이 급증한다는 이유로 도로 확포장공사를 실시하면서 수령 30년 이상의 삼나무 수백 그루를 베어내어 버렸다. 제주 비자림로(지방도 1112호)는 2002년 건설교통부가 처음 시행한 아름다운 도로 선정공모에서 1등을 했다. 그동안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로로 일컬어졌다. 이 도로를 배경으로 찍은 광고도 여러 편이다.

제주시 5.16도로 봉개동에서 구좌읍 평대리까지 27.3킬로미터 왕복 2차로의 이 도로는 울창한 삼나무 숲과 오름, 목장 지대가 옆으로 펼쳐져 있다. 인근에는 사려니 숲도 있다. 사려니 숲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이 도로를 지나야 한다. 지난 2일부터 이 일대 도로 인근 삼나무 수백 그루가 잘려나가기 시작했다. 제주도가 구좌읍 대천교차로에서 송당리로 이어지는 비자림로 약 2.94킬로미터 구간을 왕복 2차선에서 4차선으로 확포장하는 공사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공사기간은 2021년 6월까지. 이 사실이 알려지자 환경단체를 비롯, 도민들의 반발이 거세졌다.

이번 공사로 잘려나가게 되는 삼나무는 2400그루. 제주도는 구좌읍 주민들의 숙원 사업이라고 주장하지만 공사의 시급성과 적설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제주도의 해명도 논란을 자초했다. 제주도는 삼나무 숲이 자연림이 아니기 때문에 벌목해도 상관없다고 설명했다. 2015년 소규모 환경영향 평가까지 받았다고도 했다. 영산강유역환경청과 협의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삼나무 숲 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선을 조정했고, 불가피하게 훼손되는 구간에는 편백나무 등을 심겠다고도 했다.

이런 해명에 대해서 환경단체가 팩트 체크를 했다. 영산강유역환경청과 소규모 환경영향평가협의를 진행할 당시의 문서를 분석해 발표했다. 환경운동연합이 밝힌 내용에 따르면 비자림로 확포장공사 구간은 경관 보전지구 1등급인 선족이 오름을 통과하기 때문에 오름 훼손이 발생한다고 환경청이 지적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계획 노선 대부분 구간이 경관 2등급 지역을 통과하기 때문에 도로 노선 확장 필요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회신했다고 폭로했다.

즉 환경부가 재검토 의견을 냈음에도 제주도가 도로 공사를 강행했다는 것이다. 현재 경관보전 지구 1등급인 오름 일대는 보전지역관리에 대한 조례에 의해서 개발 행위가 엄격하게 제한된다. 다만 예외 조항이 있다. 공공사업으로 분류되는 도로 건설이다. 이 경우에는 1등급이라고 해도 개발행위가 가능하다. 이 때문에 환경단체는 제주도가 법을 교묘하게 피해가면서 도로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인근 선족이 오름도 훼손될 가능성도 있다면서 우려했다. 관련 사실이 알려지면서 도민들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의 반대는 물론이고. 정의당 제주도당도 8일 이 공사의 즉각적 중단을 촉구했다. 논란이 정치권으로 확산되고 있다.

정의당 제주도당의 지적은 이렇다. “제주도가 공사를 진행하는 또 하나의 이유로 관광객 증가에 따른 교통 혼잡을 들고 있는데, 관광객이 많아져 혼잡하다고 비자림로 삼나무숲길이라는 관광지 자체를 없애버리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것.” 언론 보도를 통해 소식을 접한 도민들의 반응도 뜨겁다. 청와대 청원도 진행되고 있다. 공사구간은 2.94킬로미터이다. 약 3킬로미터의 도로를 확장하기 위해 2400그루가 되는 삼나무를 베어내는 행정의 태도가 반환경적인 것이라는 반대의 이유다. 이 구간에 심어진 삼나무는 60~70년대 산림녹화 사업으로 심어진 인공림이다. 당시 삼나무가 심어진 이유는 삼나무가 다른 수목보다 생장이 빠르기 때문이다. 삼나무가 종 다양성을 해친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삼나무 숲은 인근을 대표하는 자연 경관이 되었다.

지금 이 구간은 공사가 진행 중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하루에 베어지는 나무가 100여 그루가 넘는다고 한다. 수령 30년이라고만 잡아도 3천년이라는 시간이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것이다. 나무 한 그루 키우지 못하면서 어떻게 사람이 커지는 제주, 제주가 커지는 꿈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나무 한 그루 품지 못하면서 블록체인 허브도시를 만들겠다는 원희룡 지사의 발표가 공허한 이유다.

하지만 비자림로 확포장 공사는 시작이다. 인근 지역 도로 확포장 공사 계획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0년 제주도는 절물 휴양림 입구 삼거리 근처 도로가 교통사고 위험이 많다고 판단하면서 도로 구조개선사업을 추진했다. 그리고 5.16도로와 비자림로를 넓혀 직선화하는 사업도 계획했다. 당시 기억이 생생하다. 그때도 반대 여론이 거셌다. 사업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경관 훼손을 우려하는 지적이었다. 반대 여론이 커지자 제주도는 사업을 포기했다. 이번 도로 확포장 사업이 처음이 아니라는 거다.

또 하나 도로확포장 공사의 근본적인 원인을 잘 들여다봐야 한다. 제주도가 밝힌 도로 공사의 이유를 그대로 옮겨 보자. “매년 증가하는 관광객과 성산읍지역 및 성산항 농수산물 수송을 원활히 하기 위해 교통량이 많은 구간인 대천~송당 2.9km 구간을 우선 확포장 추진하고 있다. 향후 제2공항 건설이 가시화되면 국가지원지방도(번영로) 노선 중 대천~표선 구간을 대천~송당~금백조로로 경과지를 변경해 송당~수산간 4차로로 확포장할 계획이다.”

결국 문제는 관광객 숫자 늘리기에만 골몰한 성장주의이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1000만 관광객 시대를 열어야 한다며 ‘메가 투어리즘’이라는 용어가 행정과 관광업계를 중심으로 회자됐다. 1000만 관광객 시대를 열기 위해서 관광 수용 태세를 늘려야 한다는 게 정책의 일관적인 태도였다. 그리고 이 태도의 가장 종착역이 바로 ‘제2공항 건설’이다. 제주도가 이 구간 도로를 확장하면서 내세운 논리 중 하나가 제2공항 건설을 기정사실화하면서 도로를 확장해야 한다고 하고 있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결국 이번 비자림로 확포장 공사 제2공항 건설이 예정대로 이뤄질 경우 제주 사회가 직면해야 할 미래를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것. 제2공항이 건설 되면 3천만 명의 관광객이 들어올 예정이라는 게 제주도와 국토교통부의 설명이었다. 지금의 두 배 수준이다. 산술적으로 따지면 지금보다 더 많은 도로가 필요하고 기존의 도로는 더 넓혀야 된다. 삼나무 숲이 아름다웠던 비자림로는 시작이다.

하루에 100그루. 이 아름드리나무를 잘라내면서 3킬로미터의 도로를 넓히겠다는 게 제주도의 방침이다. 빠른 걸음으로 걸으면 30-40분밖에 안 걸린다. 차로 채 5분도 안 걸리는 거리다. 5분 빨리 가겠다고 30년 된 나무, 2400그루를 베어낸다. 앞으로 베어질 나무들이 살아온 세월을 모두 합하면 7만2천년이다. 5분과 7만2천년. 5분 빨리 가기 위해 7만 2천년의 시간을 베어낼 자격이 과연 우리에게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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