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비자림로의 삼나무 벌목 사진을 보고 느낀 인상은, 아! 다시 제주에 소나무 재선충과 같은 나무병이 발생했구나! 하는 안타까움이었다.

그런데 기사를 읽고 보니 그게 아니어서 새로운 안타까움이 또 일어났다. 이렇게 많은 삼나무를 벌목하다니 이건 참상이었다. 어떻든 제주도 당국이 이 도로 계획을 일단 중단했다니 정말 다행이다.

구좌와 성산읍 주민들의 숙원 사업으로서, 넘치는 교통량으로 도로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으로서 벌목을 시작했다고 한다. 지역 주민들의 일상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배려에는 수긍이 간다.

그러나 도로 확장 공사를 위한 벌목 대상의 삼나무는 2002년 건설교통부가 선정한 제1회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로로 선정된 비자림로의 삼나무였다.

"후유노소나타(겨울연가)의 포플러 가로수는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필자가 아는 일본인들은 겨울연가의 남이섬의 포플러에 대해서 묻거나 직접 갔다온 사람들도 그 감상을 들려주었다.

"저는 그곳을 가보지 못했습니다만 같은 생각입니다. 그런데 그에 못지 않은 곳이 제주에도 있습니다. 아직까지 저도 못 갔었지만 이곳입니다."하고 눈에 쌓인 겨울의 비자림로 삼나무 사진들을 보여 주곤했다.

제주 출신으로서 이제까지 가보지 않은 도로변의 삼나무 벌목을 아름답다는 감상적인 마음 하나로, 지역 주민들의 일상생활의 불편함을 무시하고 반대하면 그거야말로 무책임한 행위가 아니냐고 비난 받을런지 모른다.

두개의 예를 들겠다. 오사카시 중심가 도로 한복판에 있는 한 그루의 나무를 지키기 위해 지역주민은 물론 도로를 관리하는 행정당국도 그 나무를 소중히 보살피고 있는데 그 중에 사진 두장을 소개한다.

한 그루는 녹나무로서 오래 전에는 절이었는데 도로 확장 공사로 길 한복판에 남게되었지만 수령 5,6백년이니까 지역의 상징으로서 보호하자는 의견이 있어서 지금까지 잘 가꾸고 있다.

필자가 다녔던 오사카문학학교 부근에 있어서 그 길을 걸으면서 그 녹나무를 대하곤 했는데 외경스러운 마음에 손을 모으고 싶을 때도 있었다.

또 한 그루는 은행나무인데 이 나무 역시 도로 확장 공사로 개인 집이었는데 도로에 들어가게 되어서 벌채하게 되었다. 그런데 벌채할려는 사람이 이유없이 급사해서 벌채를 중지하고 지금도 남아 있다.

중심가 도로 한복판에 있는 이 나무들은 지금은 신목(神木)으로 불리우면서 다른 지역 사람들도 일부러 보러 오면서 그야말로 그 지역의 상징성이다.

도로 한복판에 있는 이 나무들로 인하여 자동차의 흐름이 무척 불편하지만 지역주민들은 그것을 감수하면서 오늘까지 소중히 보호고 있으며, 행정당국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불편하기 짝이 없지만 상징성으로서 지역주민들이 보호한다는 이 나무를, 교통의 원활함에 대한 방해와 교통사고를 유발할지도 모르지만 이러한 행정적 배려를 하고 있는 당국의 처사도 훌륭하다.

그런데 비자림로 삼나무의 경우는 이와는 정반대이다. 지역주민과 행정당국은 사업 추진을 위해 벌목을 적극적으로 용인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비자림로의 삼나무 벌목은 한두 그루도 아니고 계획대로 사업을 추진한다면 2천 5백여 그루를 벌목해야 하는데 이미 9백 그루 이상이 벌채되었다고 한다.

비자림로의 삼나무 숲길은 지역주민과 제주도에 전면적으로 관리할 권리와 의무가 있다고 하드라도 전국적으로 알려진 도로이다.

이 도로의 확장 사업을 위해서 2백여 그루의 삼나무 벌목이 아니라 2천 5백여 그루의 삼나무를 벌목해야 하는 막대한 사업이다.

사업의 규모와 자연환경, 그리고 관광자원 차원에서 문제시 될 이 사업을 제주도는 전부 공개하여 찬부 여부를 청취하여 객관적으로 논해야 했다.

공개적 차원의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제주도 담당자들만이 추진한 것은 경솔한 졸속 행정이라고 비난 받아 마땅할 것이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공개 석상에서 지역주민과 사업 추진하는 제주도 당국과 자연환경보호 및 제단체들간에 지속적인 협의가 필요하지만 필자의 생각은 이 사업은 즉시 철폐해야 한다. 

그리고 한마디 더 부언한다면 벌목한 삼나무 9백여 그루는 일반적인 재목으로서가 아니라
이 사업이 전국적인 주목이 된 이상, 그에 걸맞는 상징적인 재목으로 이용할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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