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을 맞아 예멘인을 대상으로 한국어 교육 봉사에 나선 두 고등학생을 만났다. 제주 S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강모 학생과 박모 학생은 예멘인을 직접 만나지 왜곡된 시선으로 난민 문제를 바라보며 인종차별적인 혐오발언을 서슴지 않는 어른들과 언론에 대해 일침을 가했다. 고3 여름방학을 맞아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예멘인들과 얼굴을 마주하며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두 학생은 예멘인들을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누면 오해를 풀고 혐오를 멈출 수 있을 것이라 말한다. 악성댓글로 인한 상처가 우려 돼 두 학생의 얼굴과 이름 등 개인정보는 노출하지 않는다.

고3 여름방학을 맞아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예멘인들과 얼굴을 마주하며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두 학생은 예멘인들을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누면 오해를 풀고 혐오를 멈출 수 있을 것이라 말한다. 악성댓글로 인한 상처가 우려 돼 두 학생의 얼굴과 이름 등 개인정보는 노출하지 않기로 했다.(사진=김재훈 기자)

-예멘인 대상 한국어 봉사활동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박/ 지금처럼 화제가 되기 전에 예멘 난민 문제를 알게 됐어요. 수행평가로 보고서를 쓰면서 난민 주제로 보고서를 쓰다가 처음 기사를 접했어요. 처음부터 아무 편견이 없었어요. 글로벌이너피스에 난민 이슈에 대해 물어보려고 연락했어요. 이 문제에 대해 이해하고 싶었어요. 예멘인들을 대상으로 한 한국어 교육 봉사가 진행 중인데 참여 할 생각이 있냐고 해서 하겠다고 답했어요. 이 문제가 지금처럼 크게 이슈가 되고 저렇게까지 반대할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강/ 2학년이던 작년에 학교 유네스코 동아리에서 활동했어요. 글로벌이너피스에서 주관한 UN세계평화의날 행사에 참가했어요. 그때 돌문화 공원에서 들은 강연이 인상적이어요.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나의 무지에 가려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헬프시리아’라는 단체의 사무국장 압둘와합이 시리아 난민에 대해 관용을 베풀어 달라고 호소했어요. 그 강연을 계기로 난민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고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학교 발표와 책읽기도 그런 쪽에 관심을 둬 왔죠. 그래서 주변 친구들도 내가 난민 문제에 관심이 많은 걸 알아요. 예멘 난민 문제가 불거지자 친구들이 많이 물어봤어요.

-난민에 반대한다는 어른들은 반대 이유로 여성과 자라나는 학생들의 안전을 드는데요. 여성이자 학생으로서 어떤 생각이 들어요?

박/ 이해 못 하는 건 아니에요. 낯선 사람들에 대해 거부감이 들 수는 있으니까요. 하지만 반대를 할 거면 확실하고 정확한 근거를 가지고 했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반대를 하기 때문에 근거를 만들어내고 있잖아요. 조금만 이성적으로 바라봤으면 좋겠어요. 일단 반대를 하고 모든 것을 안 좋게 바라보고 있으니까요. 최근 여성 실종 사건 문제도 그랬잖아요. 그런(여성 실종의 이유가 난민 때문이라는) 얘기를 하는 사람들도 웃긴데, 그걸 그대로 보도하는 언론은 더 웃겨요. 근거가 하나도 없어요. 사람들이 기사 본문은 잘 안 읽잖아요. 헤드라인만 읽는 경우가 많고. 근데 그런 기사를 보면 근거 없는 의혹을 옮기면서 제목은 ‘예멘 난민이 저질렀나?’ 식이에요. 헤드라인만 읽어서는 정말 무슨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이죠.

강/ 다 똑같은 사람이라는 걸 말하고 싶어요. 아랍인들이 범죄자의 피를 갖고 있는 것도 아니고, 어렸을 때부터 사람을 죽이라는 교육을 받는 것도 아니잖아요. 다 같은 사람이고 단지 다른 환경에서 자랐을 뿐이에요. 왜 그렇게 이들을 다르게 보고 범죄자로 인식하고 탐탁지 않은 시선으로 보게 되었는지에 대해 한번만 생각해줬으면 좋겠어요.

-주변 친구들은 예멘 난민 이슈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요?

강/ 객관적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친구들도 있어요. 근데 덮어놓고 싫어하는 친구들도 많아요. 솔직히 이 문제에 대해 우호적으로 생각하는 친구들은 많지 않아요. 트위터 등 SNS를 하는 친구들이 더 혐오하는 것 같아요. 가짜뉴스를 쉽게 접해서 그런지도 모르겠어요. 난민 얘기를 하면 귀를 막는 친구들도 있어요. 가짜뉴스를 퍼트린 언론과 어른들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생각해요.

-의견 충돌로 상처를 받을 때도 있겠네요?

박/ 저는 최대한 관련 논의 자체를 피하려 해요. 편견을 갖고 있는 친구들이 있어요. 난민이 들어와서 범죄자가 늘었다더라, 그런 근거 없는 얘기들을 하는데 나는 언행이 격해지면 그냥 자리를 피해버리는 쪽이에요. 이런 문제로 친구들과 다투게 되면 그날 하루가 와르르 무너져 버려요. 고3이잖아요.(웃음) 컨디션 유지도 해야 하고... 그래서 최대한 피하고 참으려 해요.

강/ 음... 저는 잘못된 인식을 바꾸고 싶었어요. 친구들이 잘못 알고 있으면 제가 알고 있는 것들을 알려주고 싶어요. 감정을 개입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었어요. 근데 오해로 인한 감정적인 이유로 인종차별을 하는 것은 큰 문제라고 생각해요. 대화가 감정적으로 번져서 다투게 될 뻔한 적도 있어요.(웃음) 난민에 대한 오해를 알리고 싶어서 부딪히는 경우도 있었어요. 근거 없는 얘기들이 너무 당황스러울 때가 많아요. 친구들이 내던지는 말의 진위도 알 수 없고 어떻게 대처할 줄 모르겠어서 벗어나고 싶었어요. 그래서 이 문제를 물어보려 선생님을 찾아간 적이 있어요. 사회적 이슈에 관심이 많으신 선생님이에요. 선생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냐 물어봤더니 이미 예멘인들을 만나 바나나와 참치 캔 등을 선물하고 오셨다고.(웃음) 그때 마음이 많이 풀렸어요.

- 외국인 혐오로 이어져 가고 있는 예멘 난민 문제를 어떻게 접근하면 좋을까요?

강/ 교실의 에어컨이 고장난 적이 있어요. 그때 친구들이 더위를 피해 다른 교실로 피신갔어요. 우리는 이를 당연한 일이라고 여기잖아요. 더위를 식히려고 찾아온 친구를 쫓아낼 수 없잖아요? 난민 문제에 관심을 많이 갖고 있다 보니 이 일이 남다르게 여겨졌어요. 이런 문제를 넓게 보면, 국가적으로 보면 난민 상황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박/ 우리 반의 경우 얼마 전 도난 사건이 일어났어요. 그런데 누가 너희 반이 문제를 일으켰다며 반 전체를 의심하면 친구들 모두가 화를 낼 거예요. 잘못한 애는 한 명인데 왜 모두를 의심하냐고 하겠죠. 개인의 문제인 것을 국민성, 인종, 종교의 문제로 끌고 와서는 안 돼요. 기독교 안에 사이비가 생긴다 해서 기독교 전체가 잘못 된 것은 아니죠. 이슬람의 경우도 마찬가지예요. 어떤 특수한 이슈들로 아랍인이나 무슬림 전체를 싸잡아 공격하는 것은 일반화의 오류잖아요.

강/ 맞아요. 언론이 무슬림 전부를 IS로 만들어버렸어요. 편견을 갖게 만들었죠. KKK가 있다고 해서 모든 백인을 그렇게 취급하지 않잖아요. 백인에 대해 우호적인 문화 때문이죠. 이와 같은 문제는 언론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한 언론인으로서 사과드릴게요.

박/ (웃음) 우리는 모든 남성을, 또 모든 여성을 일반화 시키지 말라는 말을 해요. 그런데 왜 난민들에게는 적용하지 않을까요. 그게 바로 인종차별인데 말이에요.

강/ 인종차별이 별다른 게 아니라 바로 이런 것이 인종차별이라는 걸 알았으면 좋겠어요.

박/ 우리나라도 난민들이 많았잖아요. 우리나라도 상해임시정부로 시작한 나라고요. 그들도 일제감점기 때 탄압을 피해 중국으로 넘어간 난민이었어요. 6·25 때도 많은 이들이 나라를 떠났어요. 그리고 제주는 4·3이라는 역사가 있어요. 친척 중에 4·3당시 일본으로 건너간 분들도 있어요. 난민협약을 맺게 된 것이 제2차세계대전 때 유럽에 난민이 많이 생겨 보호하려고 만들어진 것으로 알고 있어요. 어느 나라든 난민이 있었어요. 그런 점을 조금 더 생각해줬으면 좋겠어요.

-예멘인들을 가까이 만나면서 드는 생각은?

강/ 처음부터 편견이 없었어요. 그냥 사람일 뿐이니까. 근데 직접 만나보니 정말 재밌어요. 친구랑 노는 것처럼 웃고요. 이런 사람들에게 돌을 던지는 게 도무지 이해되지 않아요. 이렇게까지 심한 욕을 해야 할까. 이 사람들을 실제로 보면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걸 알 수 있을 텐데 말예요. 봉사하러 간 입장이었지만 어려운 상황임에도 밝은 에너지에 오히려 힘을 얻었어요. 우리를 배려해주고, 실수해도 잡아주고, 지킬 건 지키고 자기 관리가 잘 돼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멘인을 만나면서 거꾸로 나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가 됐어요.

-방학도 끝나가고 고3이라 학업에 열중해야 할 테니 봉사활동을 이어가기 어렵겠어요.

강/ 한국어 교실이 끝나면 바로 식사 시간이거든요? 매일 우리에게 예멘식으로 만든 밥을 먹고 가라고 말하는 거예요. 이게 바로 나눠주는 문화잖아요. 밥 차리니까 꼭 먹고 가라고. ‘선생님’ ‘밥’ 하면서. 귀여워요.(웃음) 정들 것 같아요. 고3이라 너무 아쉬워요. 너무 재미있어서. 요새 크게 많이 웃을 수 있는 시간은 그 시간뿐이에요.

박/ 이 친구는 한국어 교육 봉사 끝나가는 게 속상하다고 메시지를 보내와요.(웃음) 봉사하러 가는 게 너무 행복해요. 곧 방학이 끝나는 게 아쉬워요. 나중에 뭘 선물로 해줄까 고민중이에요. 제가 캘리그라피를 하는데 캘리그라피로 이름을 써서 선물해주고 싶어요.

-두 학생은 어떤 미래를 꿈꾸고 있어요?

박/ 정치외교학과에 가고 싶어요. 낯선 사람에 대한 반감이 심한 건 이해해요. 난민 문제도 비슷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자국이익에 반영되지 않는데 왜 받아들이느냐는 입장은 이해하는데 조금 더 넓게 생각해줬으면 좋겠어요.

강/ 유엔난민기구에서 일하는 것이 꿈이에요. 아랍어를 전공하겠다고 마음 먹었어요. 유엔난민기구에 들어가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들을 위해 일하고 싶어요.

#관련태그

#N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