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도가 넘는 폭염이 계속되고 있다. 견디기 힘들 정도다.

선풍기나 에어컨 등 문명의 기기(機器)들을 동원해보지만 찜통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더위를 피하거나 이겨보려는 갖가지 요령이나 지혜가 소개되고 있다.

더위를 피하는 피서(避暑)가 있는가 하면 더위와 싸워서 이기려는 적극적 방법도 있다.

옛 선비들은 더위를 피해 다녔다고 한다. 솔 숲 그늘에서 솔바람 맞으며 시를 읊거나 계곡물에 발을 담그는 탁족(濯足)도 있었다.

죽부인을 껴안고 늘어지게 낮잠을 즐기거나 뱀의 냉기(冷氣)와 대나무의 한기(寒氣)를 엮어 만든 ‘대나무 뱀 틀’로 더위를 이기려는 엽기적(?)적 방법도 있었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삼복(三伏)더위를 이열치열(以熱治熱)로 다스렸던 서민들의 여름나기가 있다.

여기에는 ‘개장국’으로 불려 졌던 구탕(狗湯)문화가 자리한다.

‘보신탕ˑ보양탕ˑ사철탕’ 등으로 이름표를 바꾸어 달았지만 개고기를 삶아 먹는 음식문화다. ‘삼복더위 문화’인 셈이다.

한자의 복(伏)은 ‘사람 인(人)’변에 ‘개 견(犬)’으로 합성됐다. 개가 사람 앞에 엎드려 있는 형상이다.

이를 ‘사람이 개에 의지해서 더위를 이겨내는 것’으로 이해하기도 한다.

‘사람이 더위를 이기기 위해 개를 잡아먹는 날이 복(伏)날’이라고 확대해석 하는 쪽이다.

서늘한 가을 기운이 내려오다 불같은 삼복더위에 굴복하여 엎드린 것이라는 오행설(五行說)에서 비롯되었다는 이야기도 있기는 하다.

인용된 부분은 정설이 아닐 수도 있다. 사실과 거리가 먼 민담 수준이다.

‘피상적 쓰레기 지식들을 짜깁기 한 것’이라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

유례가 어디에서 비롯됐건 뻘뻘 땀 흘리며 보신탕이나 개고기를 먹고 몸을 추스르는 것은 이열치열로 더위를 이기는 방법이기도 하지만 민족 전통의 ‘식(食)문화‘이기도 하다.

그러나 여기서는 피서법이나 낱말의 뜻을 설명하려는 것이 아니다.

‘개장국(개고기)’을 ‘야만적 혐오식품’이라고 주장하는 쪽에 대한 반대 쪽의 변설(辨說)일 뿐이다.

개는 인류가 수렵과 채집으로 살아갈 무렵의 오랜 옛날부터 최초로 길들여진 가축으로 알려지고 있다.

인간과의 관계가 그만큼 오래다. 그것은 소나 말, 돼지나 닭 등과 같이 일과 사냥과 먹을거리의 대상이었다.

각종 문헌이나 기록에 근거한다면 ‘개식용의 역사’는 장구하다.

중국의 사마천이 쓴 사기(史記)에는 기원전 679년에 왕이 개를 잡아 제사를 지냈다고 했다.

‘주역(周易)’이나 ‘예기(禮記)’에서도 ‘천자(天子)가 개고기를 먹고 제사에도 바쳤다’고 기록됐다.

멀리 갈 것도 없다. 고구려 벽화나 고려 습속에서도 ‘개 식용의 흔적’이 보인다.

조선왕조실록에는 ‘개를 잡아 파를 넣고 푹 끓이는 ’구장(狗醬) 레시피‘까지 등장한다.

동의보감에는 보양에 대한 개의 영양과 효능까지 기록되어 있다.

우리나라만이 아니다. 아주 오래전에는 로마에서도, 프랑스 등 유럽이나 그리스 등에서도 개를 먹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금도 중국이나 태국 베트남 등에서는 개고기 요리가 성행하고 있다.

북한은 단고기라 해서 코스 요리까지 개발 됐다, 개고기 통조림도 있다.

그런데 이 같은 전통적 식용 개고기 요리가 혐오식품으로 매도되고 있다. 잔인하고 야만적이라는 것이다.

동물보호단체 등 일각의 시각이 그렇다. 동물권리와 동물복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다. 생명존중으로 포장된 그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개식용 찬-반 등 사회적 관심과 논의는 30년 전 ‘88올림픽’때 촉발됐다.

당시 동물 애호가로 알려졌던 프랑스 여배우 브리짓 바르도가 한국의 개장국 문화를 야만적으로 비판하면서였다.

개를 잡는 방식이 야만적이고 개고기 음식이 혐오식품이라는 것이었다.

이후 매해 동물보호 단체 등에서 ‘개식용 반대’운동을 벌이고 있다.

그들이 서명한 청와대 ‘개 식품 반대’ 청원은 20만명을 넘었고 이에 대해 청와대는 최근 “지금의 축산법은 정부가 식용 견 사육을 인정하는 것으로 오해를 받을 수 있어 축산법 관련 규정을 정비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축산법에서 규정된 가축에서 ‘개’를 가축에서 제외하겠다는 메시지였다.

이렇게 되면 개 도살이 불법이 된다. 당연히 보신탕 등 전통적 음식문화도 불법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게 됐다.

식용개 사육과 요리와 관련된 사람들의 생계에 직격탄을 날린 것이나 다름없다. 이들의 생계에 치명상을 준 것이다.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개고기를 먹는 사람들은 많다. 소고기나 돼지고기, 닭고기, 오리고기, 양고기와 다를 바 없다.

최근 ‘개고기 식용을 금지하는 것’에 대한 리얼미티 여론조사 결과로도 이를 확인 할 수 있다.

‘금지해서는 안 된다’는 쪽이 51.5%였다. ‘금지해야 한다’는 쪽은 39.7%.

이는 여론몰이에 즉흥적으로 대응할 것이 아니라 차분하게 단계적으로 제도적 개선의 필요성을 주문하는 것이기도 하다.

식용 개 반대 그룹의 반대 이유는 다분히 감정적이고 감성적이고 이상적이다..

생명존중ˑ동물권리ˑ동물복지가 그들의 주장이다.

그렇다면 소나 돼지나 닭이나 양을 죽이는 것은 괜찮고 개를 죽이는 것은 주장에 어긋난다는 말이 아닌가. 앞뒤가 맞지 않는 ‘거룩한(?) 동물 생명 존중사상’이 아닐 수 없다.

발발이나 치와와 등 키우던 애완견을 잡아먹자는 것이 아니다. 식용을 위해 사육하는 이른바 ‘누렁이 황구(黃狗)’를 식용화 하자는 것이다.

‘식용 개(狗)’와 ‘애완견(犬)‘을 구별하는 일이다.

무조건 식용 개를 거부할 것이 아니라 철저한 위생처리과 투명한 유통과정을 통해 당당한 전통문화 음식으로 육성하자는 것이다.

세상의 혐오식품은 ‘개’가 아니다.

세계 3대 진미로 알려진 프랑스의 '푸아그라‘는 어떤 음식인가.

간을 키워 요리하기 위해 거위의 입에 호스를 연결하고 음식을 억지로 먹여 간을 꺼내 요리하는 것이다. 정말 잔인하고 야만적일 수밖에 없다.

살아있는 원숭이 골 요리, 바퀴벌레 요리, 살아있는 곰 발바닥 요리, 살아있는 당나귀 육회 등 정말 잔인하고 야만적이고 반문명적 음식문화는 세계 곳곳에 널려 있다.

어디 이 뿐인가.

한잔에 4만~5만원하는 커피 ‘루왁’은 고양이 똥에서 만들었다.

코끼리 배설물로 만든 커피도 세계 최고급 호텔에서 비싼 가격을 받고 있다고 한다.

‘고양이 똥’이나 ‘코끼리 배설물’을 마시면서 문명이나 문화를 이야기 하는 것은 웃기는 일이다.

먹고 싶은 것을 못 먹게 하는 것은 폭력이다. 먹기 싫은 음식을 억지로 먹도록 강요하는 것 역시 야만적이다.

개고기도 마찬가지다. 먹고 싶은 사람은 먹고 먹기 싫은 사람은 먹지 않으면 그만이다.

정부가 나서 이래라 저래라 할 일은 아니다. 그래서 음식문화를 두고 찬-반을 벌이는 것은 우습다. 먹거리를 놓고 정부가 간섭하는 것도 그렇다.

어떤 음식이건 취사선택은 먹어야 할 당사자의 몫일 수밖에 없다.

초복과 중복이 지났다. 글피(16일)가 말복이다. 그때까지 더위는 계속 될 터이다.

이 복더위에 보신탕을 먹든, 숲속 계곡 물에 말을 담그든, 바다에 뛰어들든, 선택은 각자가 알아서 할 일이다.

문제는 어떻게 건강하고 즐겁게 더위를 이기고 보내느냐인 것이다. 

이쯤에서 매해 짜증나게 하는 ‘개(犬)와 개(狗) 싸움’은 정리되어야 할 일이다.

정부가 이 쪽 저 쪽 눈치 보기에만 급급 한다면 이 싸움의 정리는 백년하청(百年河淸)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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