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열] 제주와 오슬로의 자연·문화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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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열] 제주와 오슬로의 자연·문화자산
  • 제주투데이
  • 승인 2018.08.15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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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열/ 제주대 교수

[제주투데이는 제주사랑의 의미를 담아내는 뜻으로 제주미래담론이라는 칼럼을 새롭게 마련했습니다. 다양한 직군의 여러분들의 여러 가지 생각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 제주발전의 작은 지표로 삼고자 합니다.]

김희열/ 제주대 교수

제주의 자연·문화자산이자 문화상품은 무엇일까? 그리고 제주의 방문객을 끌어당기는 곳은 어디일까? 예를 들면, 오슬로는 시내 해안도로와 오슬로 피오르드 및 뭉크의 그림들과 비겔란(드)의 조각공원 등의 자연·문화적 유산으로 방문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노르웨이의 수도이자 대도시인 오슬로의 인구는 세계자연유산을 가진 제주의 인구와 비슷한 70만 정도이지만 크기는 제주도의 1/4 정도이고, 오슬로 다음으로 대도시이자 세계문화유산을 가진 베르겐의 인구는 약 30만이며 크기는 오슬로와 비슷하다. 노르웨이 전체 면적은 한국의 세 배 정도이지만 인구는 우리의 1/10에 해당하는 약 520만 정도이다. 따라서 오슬로와 베르겐은 노르웨이에서 상대적으로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지역이며 경관이 아주 빼어난 자연 유산 이외에 문화유산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참고로 보면 노르웨이 1인당 국민소득은 우리보다 두세 배 정도 높은 약 7만 달러이다. 또한 소득이 많은 만큼 노르웨이의 물가와 세금은 유럽 국가들 가운데 가장 높고 많지만 그만큼 복지혜택과 1년 6주 정도의 휴가 및 주당 36시간 이내 노동시간도 탄탄하게 잘 유지되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들도 많이 살고 있으며 이들에게도 같은 혜택이 주어지고 있다.

맨 먼저 오슬로를 방문하는 사람은 여러 다양한 박물관과 미술관, 레스토랑과 카페, 오페라하우스 이외에 중앙역에서 시내 중심가를 관통하는 칼 요한 거리를 걷게 된다. 그러다보면 다양한 상점가와 분수공원을 사이에 두고 오슬로 대성당, 의회청사, 오슬로 대학, 오슬로 출신 극작가 입센의 동상이 있는 국립극장, 내셔널 갤러리, 왕궁을 보게 되고, 인근 시청 건물 곁으로 가면 오슬로 피오르드 끝자락에 위치한 해안도로를 걸을 수 있으며, 아스트룹 현대미술관을 볼 수 있다.

제주도를 보통 2박 3일이나 3박 4일 일정으로 다녀가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오슬로와 베르겐의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해서 본다면 어느 곳이 자연·문화명소가 될 수 있을까? 오슬로 시내에서 가장 먼저 가게 되는 곳은 아무래도 내셔널 갤러리인데, 이곳에서 인상파 화가들의 그림뿐만 아니라 노르웨이 화가인 에드워드 뭉크의 ‘외침’과 ‘마돈나’ 등 주요 그림들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위 두 그림은 도난당한 일이 있어서 그림 앞에 별도의 유리를 달아서 관객이 그림 가까이 가는 것을 통제하고 있다. 뭉크의 그림은 이 곳 뿐만 아니라 뭉크 미술관과 베르겐의 코데 미술관에도 전시되어 있다. 그러니까 뭉크는 노르웨이의 관광에서 가장 훌륭한 관광자원인 셈인데, 그의 그림 복사를 비롯해서 파생상품들까지 합치면 규모가 큰 관광자산이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은 오슬로와 베르겐 여러 갤러리에 전시되어 있다. 다행히도 갤러리에서 사진촬영이 허락된 점은 놀라운 일이다. 어쩌면 그것이 방문객의 입 선전을 돕는 증거로 쓰여서 더 많은 방문객이 오는 것일 수도 있다.

다음으로 시내에 있는 시청으로 가서 해안도로 산책을 할 수 있다. 해안도로 주변에는 다양한 레스토랑 및 푸드 트럭 등이 있고 해안도로 끝자락에는 수영할 수 있게 인공적으로 작게 조성한 수영장도 있으며, 일광욕을 즐길 수 있는 잔디밭과 바로 바다수영을 할 수 있도록 간이용 층계도 있다. 여름날에는 무척 많은 사람들이 산책하거나 식사하거나 마시거나 쉬면서 이 해안가에서 즐긴다. 해안가에는 온갖 요트들이 정박해 있는데 물의 나라를 왕래하려면 자동차 대신 역시 요트가 제격이다.

그밖에 오슬로 시내 여기저기에는 인물 동상이나 조각품이 많이 세워져 있는데 그 중에서도 아주 독특한 비겔란(드) 조각공원이 압권이다. 구스타브 비겔란(드)은 뭉크와 거의 동년배의 예술가이며 그가 1907년에서 1942년 사이에 제작한 작품들 이백 편 이상이 야외 공원에 전시되어 있다. 오슬로가 조각가 비겔란에게 생활지원을 했고 대리석과 청동으로 제작된 그의 작품들은 거의 20년에 걸쳐 조성된 공원에 전시되게 된 것이다. 비겔란은 로댕의 영향을 많이 받았으며 특히 212편 조각상은 인간의 한 평생을 주제로 해서 아주 사실적으로 묘사된 작품들이며, 이 중에서도 121명의 인간 군상을 새긴 모노리트(1개의 거대한 석주)는 이 공원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중심 조각품이기도 하다. 비겔란의 조각상에 새겨진 얼굴들은 인간의 희노애락의 표정이 생생하게 새겨져 있으며, 다리 끝에 서 있는 몹시 성내는 사내아이 청동조각상은 가장 인기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발을 구르면서 얼굴을 찡그리고 화내는 모습은 바로 우리 눈앞에서 생생하게 벌어지는 장면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 조각상 역시 도난당했다가 다시 돌아온 경우라서 더욱 방문객의 눈길을 오래 붙든다.

그러니까 세계 여느 곳과 다른 오슬로의 문화적 자산은 바로 뭉크의 그림들과 비겔란의 조각상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문화자산을 적절하게 마케팅 해서 세계에서 가장 물가가 비싼 곳(생수 작은 한 병의 값이 약 4500원)임에도 불구하고 방문객들을 끌어드리고 있다. 이에 덧붙여서 세계문화유산 브뤼겐(유럽 한자동맹 시절 상인들이 거쳐 가는 지점)을 가진 베르겐에는 에드워드 그리그를 문화적 유산으로 가지고 있다. 그리그는 이곳에서 태어나서 세상을 떠났으며 부유한 상인 아버지와 피아니스트인 어머니 사이에서 성장하였는데, 그의 집을 중심으로 그리그 박물관이 조성되어 있다. 박물관과 그의 생가 사이에 음악홀이 있으며 이 건물의 지붕은 초가를 덮어서 위에서 내려다보면 그냥 아담한 초가지붕 건물로 보이고 아래로 내려가서 홀로 들어가면 약 180석 정도의 연주실이 있다. 벽면은 온통 하얀 색으로 밝고, 위에서 아래 무대로 내려다보는 구조인데 무대의 한가운데 피아노 한 대가 놓여 있고 그 앞은 창문을 통해서 바다를 내려다 볼 수 있으며, 이곳에서 매일 30분 점심 때 그리그 음악을 중심으로 1인 피아노 연주가 열린다. 그리그 생가 방문 및 생가에서 좀 떨어진 바닷가 언덕에 있는 그의 작은 작업실 방문까지 치면 왕복 교통편 포함 적어도 네다섯 시간이 필요하다. 베르겐의 해안가 노천시장, 세계문화유산 브뤼겐 및 한자동맹박물관, 관광열차를 이용한 전망대 방문과 둘레 길 산책까지 하게 되면 오슬로와 마찬가지로 적어도 삼사일 체류가 필요하다.

여기에 더해서 천연 자연유산인 피오르드까지 합하면 노르웨이가 가진 자연·문화유산은 엄청나다. 산(2천 미터를 넘는 산은 26개)과 물의 나라(‘게이랑에르’, ‘송네’, ‘하르당게르’ 피오르드를 포함해서 여러 다른 피오르드 및 수많은 호수와 피오르드 내해 등) 노르웨이는 1905년 스웨덴으로부터 독립해서 오늘날 석유를 비롯한 천연가스 등 엄청난 해양 지하자원을 가지고 있으나, 많은 부분은 후대를 위해서 개발을 하지 않고 있다. 1900년대 초기 독립 한 후 노르웨이는 특히 문화유산을 개발하는데 주력해서 뭉크, 비겔란, 그리그 등을 주요한 문화관광자원으로 만드는데 성공한 것이다. 기후로 인해서 1년 중 5월에서 9월까지가 관광시즌이며 겨울은 스키 및 겨울 스포츠 매니아가 즐겨오지만, 문화유산이 있는 명소들은 계절을 초월해서 교통수단만 마비되지 않으면 연중 방문객을 맞이할 수 있다.

이렇게 노르웨이, 오슬로, 베르겐 방문을 소개하는 이유는 제주에 시사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즉 제주의 자연자산은 보존정책으로 잘 유지시켜 나가고, 반면 제주에 가장 부족한 문화자산을 개발하는 일이 관광에서 아주 중요하다는 것을 노르웨이의 관광정책이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제주는 자연유산조차도 그것을 지키려는 관의 정책과 가이드라인이 부족하거나 일관성이 없고, 예를 들면 최근 ‘비자림’에서 삼나무가 좋아서 많은 사람이 찾는데 도로가 좁으니 나무를 베어버리려는 제주도의 발상 때문에 시민단체가 반발하는 일이 생겼다. 이것은 자연유산조차도 제대로 유지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지금 제주는 환경파괴 및 자연훼손을 막고 자연유산을 잘 지키는 것뿐만이 아니라 한 걸음 더 나아가서 문화유산을 보태야 질 높은 관광 및 방문객 유치가 가능한 전환점에 와 있다. 관 주도로 치루는 제주세계관악제와 한라문화제 및 민간이 운영하는 이중섭과 김영갑 갤러리, 저지문화예술인마을 정도로는 문화유산과 자산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없다. 제주에 가면 경험할 수 있는 제주만의 문화자산을 개발하는 것이 아주 중요한 일이다. 그것을 위해서 민관의 협업을 통한 문화자산 개발이 필요하고, 관은 장단기 프로젝트를 공모해서 실현 가능한 부분부터 실천할 수 있도록 장려하면서 이제부터라도 문화자산 개척에 들어가야 할 것이다. 제주의 겨울, 저녁과 궂은 날씨에는 방문객들이 자연만 즐길 수 없기 때문에 실내 공간을 중심으로 한 문화아이템이 더해져야 관광의 질과 다양성을 획득할 수 있을 것이다. 한마디로 제주의 관광과 컨벤션 산업에는 문화가 없거나 아주 미흡하기 때문에 이 부분을 보충하는 노력이 이제부터라도 강화되어야 앞으로 10년 정도 지나면 그 결실을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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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근 2018-08-16 16:30:59
좋은 지적 전적으로 동감입니다. 문화가 뒷받침되지 않은 관광은 곧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은 개발보다는 보존이 중요한 시대가 되었으며, 개발을 하더라도 보존해야할 곳을 잘 살펴 보존하는 지혜를 갖춰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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