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투데이는 제주사랑의 의미를 담아내는 뜻으로 제주미래담론이라는 칼럼을 새롭게 마련했습니다. 다양한 직군의 여러분들의 여러 가지 생각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 제주발전의 작은 지표로 삼고자 합니다.]

허영준(許榮俊)/ 제주 대정출신, 서울시 초대공보관, 이사관, 수필가, 시인 풍시조문학상(2012) (현)제주국제협의회 부회장, 가락회보 편집장

조신권 다섯 번째 시집 < 씨알의 꿈>을 받았다. ​조신권은 황해도 안악 태생으로 84세이시다.

​연세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한 국내 영문학박사 1호로 유명하다. 모교의 교수로 재직하면서 연세춘추 편집인, 영어영문학과장, 학생상담소 소장 등을 지냈다. 한국밀턴학회 초대회장, 한국기독교어문학회 초대회장을 역임했다.

그는 2002년 모교에서 정년 퇴직했다. ​현재 연세대 명예교수, 시인, 평론가로 월간<조선문학> 편집위원, <신앙세계>편집위원으로 활동한다.

필자는 2006년 조선문학 공모 시 부문에서 신인상을 받았다. 조선문학으로 등단한 문인들은

'조선문학문인회'에 가입(300여 명)하여 회지 <조선문단>, < 풍시조>에 작품을 발표한다. 문학강의, 지역탐방, 작품발표회 등 문학행사가 이어진다. 필자도 회원으로 참여하면서 조신권 교수의 특강 시간에 그를 자주 만났다.

조신권 교수는 이 시집의 '책 머리에' 이렇게 썼다.

"2002년 정년퇴직하면서 나는 이런 각오를 한 일이 있습니다. 무슨 글이든 하루에 A4용지 1장 분량의 글을 쓰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후 매일 한 장 정도의 글을 썼습니다. 그러다보니 1년이면 365매 500여 쪽의 책 한권을 출판할 만한 분량이 되었습니다. 2003년도 부터는 A4 용지 4 매 분량의 글을 쓰기로 마음먹고 실천하다 보니 그 글들을 실릴 길도 열려서, 지금까지 이렇게 많은 글을 계속 써오고 있습니다."

고령임에도 시, 수필, 역서, 전집 등 주옥같은 저서들이 쏟아져 나왔으니 경탄스럽다. 조신권교수는 시집 5권, 수필집 3권, 일반저서 7권, 역서 다수, 전집은 무려 총 40권에 이른다.

이번의 시집 < 씨알의 꿈>은 시 62편으로 1, 2, 3부로 구성됐다.

문학평론가 신혜련은 '시집평설'에서 "< 씨알의 꿈>은 시시각각 변하는 아름다운 자연과 허허로운 인생, 그 속에서 하나님을 바라는 깊은 신앙이 형이상학적으로 표현된 시집이다"고 평했다.

필자도 이제 산수(傘壽)에 이르고 보니 '허허로운 인생'을 두고 자문자답한다.

그래서 조신권시인의 62편 중 '어떤 딱한 인생 소묘'를 베껴본다.

"산다는 게 뭘까요 ?" / 어떤 길손의 객적은 물음에 / " 삶이라는 게 ..."

/ 이리 대답하려다 면구스러워/ 내 가슴이 그만 먹먹해진다./

하늘 위로 허허로이 떠가는 / 조각구름을 힐긋 올려보더니 /

" 저 구름처럼 떠가는 대로 살면 어떨까요? / 이리 그가 딴청 부려 /

내 가슴이 더욱 먹먹해진다. /

안개 속을 헤집는 딱한 길손이여 ! / 물 위의 부유물같이 떠돌며 /

먼지 티끌이나 휘젓고 다니는 삶/ 아무리 낭만으로 여유로 미화해도 /

" 과연 그게 보람된 삶일까요?" /

인생이라 해봐야 기껏 백 년 / 마신 숨도 미쳐 다 뱉지 못해/

헉헉댈 터.

" 오직 진리 바라보며/ 사랑에 적셔져 가슴 저리도록/

간사하고 섬기며 살면 어떨까요?"

필자는 나는 한 달에 A4 용지 4장조차 쓰지 못하는 게으름을 탓한다. 시인, 소설가, 평론가인 장석주(63) 작가가 ' 나를 살리는 글쓰기'를 펴냈다. 전업작가 25년 동안 100권을 펴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 무조건 써라.'

날씨가 좀 서늘해지면 조신권교수님과 막걸리를 나누며 '풍시조'의 맥을 논하고 싶다.

#관련태그

#N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