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대학교가 캠퍼스 내에서 학생들에게 갑질과 성추행을 가해 물의를 일으킨 전 모 멀티미디어디자인과 교수의 징계절차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이번 전 교수의 조사결과를 비공개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었다.

▲송석헌 제주대 총장이 28일 오후 제주대 본관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 김관모 기자

송석헌 제주대 총장을 비롯한 제주대 임원진은 28일 오후 2시 제주대 본관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멀티미디어과 3학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멀티제대) 학생들이 제기했던 성추행 및 인권침해 의혹과 관련한 일정을 발표기 위해 마련된 것.

◎10월 11일 조사 마무리...10월 중순 징계절차 진행

그간 제주대는 각 의혹과 관련해 세 방향으로 조사를 나누어 진행했다. 전 모 교수의 성회롱과 인권침해 의혹은 인권센터가, 갑질 의혹은 교무처가, 연구부정행위 의혹은 산학연구본부 연구윤리위원회가 각각 맡아왔다.

아울러 제주대는 인권센터 조사 착수와 동시에 해당교수가 학생과의 접근금지 조치를 내렸으며, 전 교수의 수업과 평가를 배제하고 대체수업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송 총장은 멀티제대 학생들과 네차례 면담을 하고 학생들의 요구사항을 취합하기도 했다.

그 결과 인권센터는 지난 8월 16일 조사를 완료했으며, 연구윤리위원회는 8월 20일까지 본조사만 완료했다. 이후 제주대는 그 결과를 전 교수와 멀티제대 학생들에게 송부했다. 또한, 교무처는 8월 24일 조사를 완료하고 금주 중에 조사결과를 송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연구윤리위원회는 오는 9월 9일까지 전 교수가 강요했던 상금배분 강요와 학생의 작품을 교수 개인 이름으로 특허 출원한 부분 등 특허권 침해 의혹을 최종 판정할 계획이다. 이후 연구윤리위는 9월 11일 소명 기간을 갖고, 10월 11일까지 이의신청을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후 제주대는 세 기관의 조사결과를 병합해 오는 10월 중순에 징계절차를 진행하기로 제대멀티 학생들 등 당사자와 합의를 봤다고 밝혔다. 제주대는 "이번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20일 내에 징계절차를 완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 7월 12일 제대멀티 학생들이 제주시청 광장에서 갑질없는 제주대를 위한 자유발언에 참석해 조속한 조사 및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자료사진 제주투데이

◎조사결과 비공개 고집...이유는?

하지만 제주대는 조사결과 내용은 비공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학생들에게도 송부받은 조사결과를 비공개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석헌 총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조사위원회 외에는 모든 내용을 비밀로 하고 있어서 기자회견에서 밝히기 어려우며, 총장인 저 자신도 열람하지 못하고 있다"고 운을 띄었다. 그러면서 송 총장은 "현재 이번 사건의 해당 교수는 징계위원회에서 해명의 기회를 갖게 되는데, 그 전에 조사 결과 내용이 알려지면 재소명할 때 문제제기하거나 소송할 여지를 줄 수 있다"며 "공정하고 객관적인 절차를 거쳐 문제를 풀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기자들은 이미 소명과 이의신청이 끝난 인권센터와 교무처의 조사결과만이라도 밝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제주대는 조사결과 내용을 징계절차를 마친 이후에도 공개할 수 없다고 말해 반발이 심했다.

 그러나 송 총장은 비공개 입장을 고집했다. 송 총장은 처음에는 "저도 열람할 수 없는 내용이어서 이야기해드릴게 없다'고 말했고, 인권센터 및 교무처 담당자에게 답을 요구하자 "징계위에 소명절차가 남아있기 때문에 학교가 일방적으로 조사결과를 밝힐 수 없다"는 기존 입장만 반복했다.

▲제주대가 28일 오후 제주대 본관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제공 제주대학교

◎소극적인 태도...'제 식구 감싸기' 논란도

하지만 이같은 비공개 결정은 대학의 규칙이나 규정에 명확히 규정돼있지 않다.

먼저 교무처의 경우 이번 경우가 비공개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규정에 없다고 답했다.그러면서도 교무처장은 "언론에 조사결과를 말하면 한쪽은 소명 진술했지만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어 징계절차에서 해명하려고 했다면서 역으로 명예훼손을 걸 수도 있어서 밝히지 않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권센터 규정의 경우 인권침해 등과 성희롱·성폭력 사건의 처리업무에 관여한 사람은 당사자의 명예와 사생활 보호를 위해 신중하게 대처하여야 한다. 또한, 직무과정에서 알게 된 비밀은 일절 다른 사람에게 알리거나 공개하지 않도록 돼있다.

제주대 연구윤리위원회 내부 규정에도 제보·조사·심의·의결 및 건의 등과 관련된 모든 사항은 비밀로 한다. 그러나 상당한 공개의 필요성이 있는 경우 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공개할 수 있다는 규정도 함께 담겨 있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제주대 임원들. 왼쪽부터 강영순 교무처장, 김정희 인권센터장, 고봉권 산학협력과장@사진 김관모 기자

그러나, 조사내용의 구체적인 내용은 아니더라도 학생들이 총장탄원서에 제출한 10가지 조사 중 어떤 사안이 얼마나 받아들여졌는지를 밝히는 것이라면 이 규정에 저촉되지 않을 수 있다. 이에 기자들은 이같은 결과만이라도 밝혀달라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다만, 강영순 교무처장은 "징계결과에 대해서 다른 대학이 외부로 알린 사례가 있거나 법적 절차의 하자가 없다면 징계 이후에 조사 내용을 밝히는 것에 대해 면밀히 검토해보겠다"고 말미를 뒀다.

한편, 이번 제주대의 결정이 '제 식구 감싸기'로 읽힐 수도 있지 않겠냐는 지적에, 송 총장은 "이미 학교가 무엇을 감추거나 제 식구 감쌀 수 있는 시대가 아니지 않느냐"며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다른 대학 교수나 외부의 법조인을 조사위원으로 두기도 했다. 편협된 시각으로 조사를 하고 있다는 오해는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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