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난민 사태 이후 언론은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자극적이고 비인간적인 방식의 기사를 쏟아냈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 난민 사태를 인도주의적인 관점에서 난민의 목소리를 놓치지 말고 올바로 전해달라는 주문이 높았다.

▲31일 오후 제주도의회에서 열린 '난민 인권 개선을 위한 언론의 역할 간담회'에서 패널들이 발표를 하고 있다.@사진 김관모 기자

◎"언론에 바라는 것은 인도주의적 관점 하나뿐"

토론회 패널로 나선 예멘 난민 당사자인 이스마일 씨는 그간 자신이 지켜본 한국 언론과 미디어를 지켜본 소감을 말했다.

이스마일 씨는 "지난 4월 18일 예멘 난민이 처음 이 섬에 왔지만 첫 뉴스는 5월 2일 지역신문에서 첫 보도됐으며 7월까지는 언론에서 이야기되지 않다가 갑자기 난민 문제가 부각되자 '가짜난민'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스마일 씨는 "예멘 난민 이슈는 인도주의적 문제이지 언론의 도구가 아니다"며 "예멘은 내전 전에는 팔레스타인과 이라크, 시리아의 난민을 받아온 곳이라는 것을 알아달라"고 말했다.

▲이스마일 씨가 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은 당사자의 요구에 따라 모자이크 처리했다.@사진 김관모 기자

또한 그는 "제주에는 저 말고 2명의 기자출신 예멘 난민이 있다"며 "이들도 인도주의적 문제로 다뤄야 하며, 우리의 목소리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요구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예멘의 혁명과 내전 문제에 따른 문제, 집집마다 총을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 등을 언론이 공보해야 한다"며 "선택적으로 자극적이고 공포를 조장하는 기사나 사진을 올리는 것은 한국 사회에도 좋지 않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스마일 씨는 "세월호 사건처럼 확실한 결론이 나오지 않을 경우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사건을 조사하고 동정하는 것을 계속해주길 바란다"며 "해결책을 찾고 공정한 결과를 얻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난민보도에 대처하는 언론사 역할은?

이어서 이슬 난민인권센터 활동가는 '난민보도 가이드라인'을 언론사에 제안했다. 

▲이슬 난민인권센터 활동가

이슬 활동가는 "난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지금,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정확인 이해를 전달해 난민이라는 용어의 포괄적인 이미지가 편견을 양산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이슬 활동가는 먼저 난민의 정의를 "인종, 종교, 국적, 신분 또는 정치적 견해를 이유로 박해를 받을 수 있다고 인정할 충분한 근거가 있는 공포로 인해 국적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보호받기를 원하는 아니하는 외국인 등을 말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슬 활동가는 이주민과 외국인 인권보도에서 일반 준칙으로 ▲다양한 언론을 존중하고 여러 민족이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희박한 근거나 부정확한 기준으로 평가해 구경거리로 만들거나 동정 대상으로 묘사하지 않는다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난민의 특수성을 감안해 ▲박해의 위험성, ▲기존 사회의 난민에 대한 오해, ▲사회부적응이나 수동적인 존재라는 일반화의 위험성 등을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또한 장기적이고 성숙한 관점에서 난민을 사회구성원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크로스체크와 정확한 팩트 확인, 공부가 필요"

▲홍창빈 헤드라인제주 기자

한편 홍창빈 헤드라인제주 기자는 최근 예멘 난민 관련 보도의 성향을 조사해 발표했다.

홍창빈 기자는 최근 보도들이 인터뷰나 르포, 무사증 제도의 진단과 찬반, 치안 불안감에 대한 제주경찰의 대응, 난민 찬반을 주장하는 단체의 성명과 논평 등으로 이뤄져있다고 말했다.

홍 기자는 최근 난민 문제와 관련해 조회수를 노린 언론 보도가 많았다며, 그 대표적인 사례로 30대 여성 실종사건을 들었다.

홍 기자는 "이 사건이 예멘난민과 관련될 가능성이 희박함에도 불구하고 예멘난민이 제주에 들어온 후 7명의 여성이 숨진채 발견됐다는 괴담까지 돌았다"며 최근 나타난 언론의 작태를 설명했다.

홍 기자는 이밖에도 코란의 오역과 이슬람 혐오에 따른 가짜뉴스가 많았으며, 이번 난민사태와 관련없는 총기류나 마약 소지 등까지 보도됐었다고 말했다. 

이에 홍 기자는 제주에서 일어나는 일의 취재는 예멘인의 진술이나 해외언론 보도, 특파원 보도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언론은 팩트를 정확하게 확인하고, 문화권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위해 다양한 전문가 의견도 들어보거나 스스로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난민인권보도 위한 기준 마련과 교육훈련 필요"

▲감현주 국가인권위원회 홍보협력과 사무관

마지막으로 '난민인권보도를 위한 인권위의 역할'을 주제로 감현주 국가인권위 홍보협력과 사무관이 나섰다.

감현주 사무관은 "난민 사태 전에는 미투 관련이나 정신장애인의 기사 문제도 컸다"며 "매번 언론은 사건의 본질보다 자극적이고 클릭하게 만드는 기사를 쏟아내곤 했다"고 현 언론 시장의 총체적 문제를 꼬집었다.

감 사무관은 "언론은 국민의 인권의식 향상과 인권문화 확산에 큰 역할을 맡고 있다"며 "다만 보도 시점이나 총량 못지 않게 관점과 기준이 모호해서 기본 준칙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감 사무관은 국가인권위와 한국기자협회가 위원회를 구성해 마련한 인권보도준칙을 소개하면서 난민 보도에 이 준칙을 참고해줄 것을 당부했다.

감 사무관은 "언론보도로 인해 취재 및 보도 대상자가 2차 피해를 받지 않도록 언론인의 인권감수성을 높여야 하며, 이를 위한 적절한 교육과 훈련도 필요하다"며 "이에 인권위는 워크숍이나 언론진흥재단, 언론사 교육 등으로 난민인권보도 주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난민인식 개선을 위한 대국민 캠페인도 필요하다"며 "현재 거대한 소통의 장이 되고 있는 SNS 등에서 편견을 불식하고 왜곡된 정보를 바로잡는 일도 병행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난민 인권 개선을 위한 언론의 역할 간담회'가 끝난 후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 김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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