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남긴 흔적...

어두운 숲 속은 강풍과 폭우를 이겨내지 못하고

쓰러진 나무, 꺾인 나무가지와 열매들이 널브러져 아수라장이다.

굉음과 함께 떨어지는 계곡 폭포의 힘찬 소리

하얀 물기둥은 소를 만들고 폭포수는 빠른 물살을 만들며 계곡 아래로 흘러간다.

태풍이 할퀴고 간 자리는 씁쓸하게 남아 있지만

바닥까지 휜히 드러난 맑고 투명한 계곡의 물소리는 생기가 넘쳐나고

한폭의 수묵화를 보는 듯 아름다운 풍광을 연출한다.

깊숙한 곳으로 들어갈수록 어두컴컴한 숲

쓰러진 삼나무 아래에 군락을 이루었던 애기버어먼초는

물을 머금은 채 여전히 고운 모습으로 반긴다.

애기버어먼초는

버어먼초과/여러해살이 부생식물로

낙엽이 오래 쌓인 어두운 숲 속에서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에서만 볼 수 있는 멸종위기식물이다.

식물체 전체가 하얀색을 띠고

땅에 거의 붙어 있는 줄기는 곧게 서고 가지는 갈라지지 않는다.

2~4cm의 작은 키에 하얀색을 띠는 꽃은

8~9월 줄기 끝에 2~13개가 두상꽃차례로 돌려나기 하듯 모여 피는데

끝은 3갈래로 갈라지고 3개의 수술과

바깥쪽을 중심으로 입술모양의 노란색이 보인다.

엽록소가 없어 광합성을 하지 않는 부생식물로

부엽질이 쌓인 햇빛이 잘 들어오지 않는 반그늘이나 음지의

유기물이 풍부하고 물빠짐이 좋은 곳이 자람터다.

깊은 숲 속에 사는 부생식물 '애기버어먼초'

버어먼초는 옛날 스님들이 짚고 다니던 석장을 닮아 '석장'이라고 불린다.

애기버어먼초는 버어먼초보다

전체적으로 작은편이라 '애기석장'으로도 불린다.

석장이란 이름은 전체 모습이 작지만 스님들이 짚던 지팡이를 닮아 붙여진 이름으로

지팡이를 짚을 때마다 나는 소리는 동물들이 피할 수 있게 하여

살생을 막는다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태풍이 지나간 자리

어두운 여름 숲의 보물들은 흔적없이 사라졌지만

그래도 깊은 숲 지킴이가 되어 숲의 습한 곳에서 생명을 불어 넣으며

억척스럽게 숨어 사는 모습이 아름답다.

숲을 빠져나오니

아무런 일이 없다는 듯 팔월의 파란하늘은 눈이 부시다.

#관련태그

#N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