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투데이는 제주사랑의 의미를 담아내는 뜻으로 제주미래담론이라는 칼럼을 새롭게 마련했습니다. 다양한 직군의 여러분들의 여러 가지 생각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 제주발전의 작은 지표로 삼고자 합니다.]

이유근/ 한국병원과 한마음병원 원장을 역임하시고 지역사회 각종 봉사단체에 열성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현재는 아라요양병원 원장으로 도내 노인들의 의료복지를 위해 애쓰고 있다.

요즈음 우리나라는 내년도에 적용할 최저임금 책정과 관련하여 심각한 대립에 빠져있다. 대부분의 야당들과 자영업자 또는 중소기업가들은 경제가 어려운데 이처럼 최저임금을 대폭 올리면 문 닫을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반면에 노동조합 쪽에서는, 문 대통령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공약대로 인상하지 않는다고 아우성이다.

노동조합의 주장처럼, 우리나라의 빈부격차는 세계적으로 심하고, 이것을 빠른 시일 내에 고치기 위해서는 최저임금을 크게 올리는 것이 꼭 필요하다. 필자도 아들딸들이 자본 수입이 없이 임금으로 살아가고 있고, 우리 병원의 직원들이 박봉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에, 요즘의 봉급생활자들의 어려움을 익히 알고 있다. 정말 자기 집이 없으면 아이를 키우며 집을 마련한다는 것이 아주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므로 최저임금을 빨리 올려 열심히 하면 임금으로도 작은 집이라도 마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국민 대부분의 행복을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세상일이라는 것이 순리대로만 되는 것은 아니다. 빛이 있으면 그늘이 있듯이,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 하여도 부작용이 있기 마련이다. 특히 경제정책은 경제이론 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똑같은 정책이라고 하여도 나라마다 문화와 역사가 다르기 때문에 결과가 달리 나타난다. 또 지금은 글로벌 시대여서 다른 나라의 형편이 우리나라 경제운용에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면 바이킹의 후손으로 공평하게 나눠먹는 습관이 문화가 된 북구에서 성공한 복지제도가, 그런 경험이 없는 우리나라에서는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이웃나라 중국이 우리보다 산업발달이 뒤쳐졌을 때에는, 우리의 공산품들이 중국에서 잘 팔려 우리의 경제에 많은 도움이 되었었다. 그러나 중국의 산업수준이 우리를 바짝 쫓아오고, ‘사드 설치’와 같은 정치적 문제로 중국으로의 수출이 힘들어지면서 우리 경제에도 먹구름이 끼고 있다.

일반적으로 오래 일하면 생산량은 증가한다. 그러나 힘에 부치게 오래 일하면 생산성이 오히려 저하되어 일하는 것만큼 생산량이 증가하지 않는다. 그래서 선진국에서는 일찍이 주당 근로시간을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근로시간은 줄어들었는데 생산성이 증가하지 않으면 결국 그 기업은 망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되면 일자리도 없어진다. 최저임금도 마찬가지다. 임금이 오른 것만큼 생산성이 향상되지 않으면 그 기업은 망하게 되고, 일자리도 없어진다. 일자리가 없어지면 최저임금이 많다는 것이, 근로시간이 단축되었다는 것이 아무 의미도 없게 된다.

요즈음 의료기관의 임금은 일하는 것에 비하면 정말 박봉이다. 거기에다가 밤에도 일하고 휴일에도 일하며, 하는 일은 인명을 다루는 것이니 무척 신경이 쓰여 3D 직업에 늘 오른다. 그래서 선진국에서는 간호사들의 임금이 높은 편이나 우리나라에서는 의료수가를 국가에서 정하기 때문에 제대로 받을 수 없다. 현재 요양병원인 경우 정부에서 인정해 주는 수가가 인두제(한 사람 당 하루 얼마 하는 식)여서 아무리 잘 해도 수입을 올릴 수 없다. 즉 임금을 올려도 생산성을 올릴 수 없는 구조다. 오히려 잘 할수록 손해를 본다.

요양병원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50%가 넘는다. 즉 임금을 16% 올리려면 수가가 10% 이상은 올라야 한다(호봉 승급과 물가 인상률 등을 고려하면). 그런데 임금은 16.5% 올리면서 수가는 2.6% 올리니, 이것은 병원은 망해도 좋다는 것인가 아니면 부정을 하라는 것인가? 사립병원이 망하면 국가가 그것을 감당할 수가 있는가?

시민단체에서는 의료를 민간에 맡기지 말고 국가에서 책임지라고 한다. 녹지병원도 서울대학병원 분원이나 서귀의료원 분원으로 하라고 한다. 일견 좋은 제안이다. 그러나 그렇게 할 경우 늘어나는 의료비용을 누가 감당할 것인가? 국가가 의료를 책임지고 있는 영국의 예를 보면 비용은 “밑 빠진 독”처럼 들어가는데 수술은 죽은 다음에야 받게 된다는 시니컬한 농담이 회자되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병의원이야 국가에서 담당한다고 치더라도, 중소기업이나 영세상인들의 일터도 국가에서 책임질 수 있을까? 저녁은 국영식당에서 해결하고, 물건도 국영 편의점에서 구입하고, 커피도 국가에서 운영하는 곳에서 사먹을 것인가? 그렇게 된다면 공산주의 국가와 무엇이 다른가?

정부에서는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국고에서 지원하는 정책을 펼 모양이다. 석유부국인 베네주엘라가 선심정책을 쓰다가 나라가 거덜이 나는 것을 보면서도 이런 정책을 도입하려고 하는 것은 정말 나라를 말아먹으려고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듣기 좋은 정책에도 불구하고 공산주의 국가가 자본주의 국가에 밀려 망한 것은 공산주의가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현실에서는 이룰 수 없는 꿈이기 때문이다. 현재 남아 있는 몇 개 공산주의 국가들도 국민소득이 좀 더 높아지면 결국 무너질 것이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모든 정책에는 밝은 면이 있으면 어두운 면이 있게 마련이다. 이런 것을 다각적으로 살펴서 정책을 마련하여야 하는데 오직 도그마에 빠져서 한 쪽 면만 살피고 정책을 추진하면 돌이킬 수 없는 부작용을 초래하게 된다. 경제가 더 어려워지기 전에 이 문제가 잘 해결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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