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여름의 끝자락

강풍과 폭우가 지나간 숲 속은 아수라장이다.

부러진 나뭇가지, 봄과 여름의 흔적을 남긴 열매들은 이리저리 뒹글고

그 속에서 숲 속의 요정 버섯들은 새 생명을 탄생시킨다.

숲 길에 널브러진 나뭇잎의 풋풋한 향기를 맡으며

따뜻한 웃음으로 아침의 문을 연다.

생명을 품은 신비의 숲

산간에 강풍을 동반한 집중호우가 내린다는

일기예보는 결국 휴양림 출입이 통제되어 아쉽게 발길을 돌린지 일주일...

갓 올라왔던 수정난풀은 열흘을 훌쩍 넘겼지만

성숙한 모습으로 힘겹게 자리를 지킨다.

자세히 보아야 더 아름다운 작은 들꽃들

누가 돌보지 않아도 억척스럽게 피어나는 들꽃들은

이름을 불러주면 환한 모습으로 다가와준다.

여름 숲 속은 버섯들의 천국이다.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던 그늘나무 사이로

바람이 나뭇잎을 흔들때마다 살짝 들어오는 햇살

그림자를 드리우다 햇살을 받으면

쑥쑥 자라는 버섯들은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빛깔로 유혹한다.

 

갓 위에 있는 흰가시 돌기가 이름을 말해주는 '흰가시광대버섯'

백색의 버섯은 눈사람 같기도 하고 골프공 모양이 매력적인 모습으로

외형이 닭다리를 닮아 '닭다리버섯'이라는 이명도 갖고 있다.

산간에 내린 집중호우로

숲 속 요정들은 살맛나는 세상을 만났다.

여기저기서 불쑥 튀어나오는 달걀버섯은

한 발짝 내딛기를 포기하고 아예 주저앉게 만들어버린다.

계절은 모든 것을 변화시키지만

야생의 버섯은 식용버섯이든 독버섯이든

질서를 지키며 생태계의 정직한 분해자로서 자기 몫을 충실히 해낸다.

여름과 가을 사이 활엽수 주변에서 달걀버섯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다 자란 달걀버섯보다 갓 태어나는 달걀모양 백색의 알에 싸여 있는 모습은

언제나 가슴 설레게 하는 묘한 매력을 가졌다.

성장하면서 갓과 대가 나타나고

겉모양이 워낙 아름답고 화려해서 당연 독버섯이라 생각하지만 식용버섯이다.

로마시대에는 매우 귀한 대접을 받은 고급 버섯이라 그런지

'제왕(帝王)버섯' 이라 부르기도 한다.

고대 로마시대 네로 황제에게 달걀버섯을 진상하면

그 무게를 달아 같은 양의 황금을 하사했다는 기록이 있다.

[출처 : 야생버섯백과사전-푸른행복]

비온 뒤 흐르는 폭포에서 쏟아져 내리는

계곡의 물소리는 우렁찬 숲 속 여름의 합창제가 열린 듯

녹음 속에 묻혔던 여름색을 끄집어낸다.

바람이 머무는 세월의 숲

조금은 느려도 천천히 가다보면

지나가던 바람도 멈춰 서고 서늘한 바람은 가을로 초대를 한다.

저절로 발걸음이 멈춰선 곳

숲은 모자란 부분을 넉넉함으로 채워주며

'아낌없이 주는 나무' 가 되어준다.

아름답게 기억될 숲이 주는 상큼함에 걸음을 늦추고

숲을 담지는 못했지만 작은 생명이 갖는 자연의 신비로움을 엿보았다.

긴 여름의 끝자락에서 가을로 가는 길목

매미우는 소리가 더욱 우렁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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